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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Jan 04. 2022

서로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22.01.04 문장수집

(어떤 아빠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첫 번째로,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알베르토 몬디




모든 분야의 교육이 그러하듯 지식과 기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태도이다.

'정서'가 먼저다.

(아동 발달 과정을 보아도 정서가 먼저 발달이후에야 전두엽 활성화를 통한 인지 발달이 이루어진다. 36개월 이전에는 양육자와의 애착이 전부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분야가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정서가 깔려 있어야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처럼, 성(性)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정서가 깔려 있어야 성교육도 성생활도 잘할 수 있다.


바람직한 부부상이라고 하면 언제부터인가 이탈리아인 알베르토의 멘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비정상회담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 패널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도 각종 예능에 얼굴을 종종 비추는 방송인. 우리나라에서 책도 한 권 쓰셨다.)

서로 사랑하는 엄마 아빠.

진정한 성교육의 시작은 친밀한 부부 사이자녀에게 보여주는 것부터가 아닐까 싶다.




(性)나 섹스는커녕 성교육이란 말조차도 입에 잘 담지 못하던 우리 윗세대와는 달리, 요즘 부모들과 요즘 교육기관은 유아기부터 차근차근 성교육을 실시한다. 바람직한 현상이고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내 기준에선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는 발달 단계에 따라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존재하므로, 유아들에게는 현행처럼 안전교육 측면에서 "싫어요."  "안 돼요."  "내 몸은 소중해요."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남녀의 신체 차이를 알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번식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까지 오케이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이런 부분들을 중요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부모는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스킨십에 관련된 화제에 이르면 괜스레 부끄러워하고 불편해하는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런 사람들을 바라볼 때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하지만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대물림되는 '정서' 것인데...


오은영 박사님을 비롯하여 유명한 양육 채널의 성교육 관련 영상들을 보면, 다른 교육 콘텐츠들과 달리 댓글 반응이 참 다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교육 동화책을 비롯한 교재 선정은 언제나 난항이다. 한 문장 때문에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거나 단체 클레임이 들어오기도 한다.('엄마 아빠는 서로의 몸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재미있거든.' 이런 비슷한 문장 때문에 공교육 과정에서 퇴출된 그림책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5도 채 안 지난 일이다.)

피임, 혼전순결, 낙태, 포르노 등  관련 제에 대한 가치관은 문화권마다 또 개인마다 워낙 다양하. 피임 자체가 죄악인 문화권도 있으니, 어느 한 가지 방식 옳다고 강요할 수 없는 문제이다. 애초에 '가치관'이란 '다름'을 전제하는 것이기도 하고.(그런데 종교나 정치 문제와 마찬가지로 성과 관련해서는 자기만 옳고 타인의 의견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왜들 그리 많은지...

개인의 신념은 어차피 잘 변하지가 않아요...

남들과 다른 개인의 취향은 서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고, 남들과 다른 개인의 신념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되는 것일 뿐입니다...)


-타인의 사적인 영역에 대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

-타인에게 말 또는 행동으로 불편이나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내 생활에는 절제와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러 도덕적 명제들은 성 문제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범하게 기본 덕목갖춘 부모 밑에서 자란 평범한 자녀라면 성 문제라고 해서 지나치게 호들갑 떨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꼰대처럼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자녀의 성 문제로 고민이 고 걱정이 된다면 뭘 자꾸 금지하거나 잔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지닌 성에 대한 정서와 부부 관계는 건강한지를 먼저 돌아보고 자녀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어 보 될 일이라는 것이다.

(으음... 평소에 대화가 없는 가정이라면... 이걸 정말 제일 먼저 개선하셔야만 합니다...ㅠㅠ)

("여성 생리용품의 종류를 세 가지 이상, 피임 방법을 세 가지 이상, 체위를 세 가지 이상 잘 알고 있다. 혹은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 만족스럽게 용 중이다." 같은 설문지를 만들어 성인 대상의 성교육을 실시해 보고 싶은 마음도 종종 들고...a)


'남사스럽다'는 이유로 서로가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던 부모를 둔 자녀 입장에서라면 사춘기 처음 알게 되는 딥키스나 섹스라는 행위들이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자신이 태어난 과정을 떠올리 '아니, 우리 엄마 아빠가?'라고 생각하면 상상도 안 되고, 상상을 하는 자체가 왠지 불경스럽고, 혼란스러수 있겠다. 이 정도는 사실 요즘 부모 세대의 흔하디 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리네는 들 그렇게 컸다. (아마도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사이가 정말 나쁜 부모를 보면서 자란 자녀라면 부부간의 성행위에 대해서도 들보다 곡되고 부정적인 정서를 갖게 될 확률이 높다.(물론 아이든 성인이든 학습과 노력을 통해 부정적 정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엔 임신이나 출산, 성행위와 관련해서 알차고 좋은 정보를 알려주는 아동청소년용 책과 영상 콘텐츠가 제법 많아졌다. 이런 콘텐츠들은 정말 서로서로 널리 추천 주고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보고 이야기도 나누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학창 시절 한 번 이상 반드시 접하게 되는 포르노에 대해서도 너무 백안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포르노 시청 정도는 가정과 학교에서 토론 주제로 삼아 주는 것이 청소년기에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을 들어 좀 더 tmi를 보태자면,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네 집에 경단 만들 과제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포르노(친구 부모님이 숨겨 두셨던 제목이 붙어 있지 않은 비디오테이프)보다도, 비슷한 시기에 동네 책 대여점에 우연히 빌려 본 <휴거>라는 기독교 소설(어니스트 앵글리 작)이 더 큰 충격과 공포였다. 거짓말 안 보태고 20배... 아니, 108배 정도는 더 많이.

대부분의 공포나 혐오는 무지에서 오는 법이니까.




친밀한 엄마 아빠. 스킨십이 자연스러운 엄마 아빠. 서로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성에 대한 지식도 다른 분야의 지식과 다름없이 객관적으로 건강하게 수용할 수 있다. 

부디. 제발.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을 즐길 수 있는 성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두서없는 말이 너무 길어졌다.

세상 모든 범죄 중에 특히나 성범죄만큼은 박멸되었으면 좋겠다각하는 1인의 새해 첫 문장채집. 끝.

올 한 해도 화목하고 애정 넘치는 가정을 만들어 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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