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멸종? 찬란한 콘서트!

이정모『찬란한 멸종』

by 여행하는나무


폭염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밤이다. 2025년 9월 18일 목요일 밤 7시, 인천주안도서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정모 작가 초청 <한 책 콘서트>를 열어 클래식과 함께 하는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이다. 70~80대 어르신부터 초등학생들까지, 조용하던 도서관이 수런수런하다. 밤 시간의 휴식이나 회식 자리 대신 북콘서트를 택한 사람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요즘 융합적 문화가 대세다. 음악, 미술, 과학, 인문학, 콘서트 등이 하나로 합쳐져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작년 7월에 참석했던 풀꽃시인 <나태주와 함께 하는 음악이 있는 콘서트>처럼 예술계의 합종 연행 방식의 콘서트가 일반화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나태주 시와 음악이 만나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공감각적 통합의 형태로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새롭다.



『찬란한 멸종』은 인천주안도서관이 선정한 ‘한 도서관 한 책 캠페인’ 올해의 책이다.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면서 독서와 서평 쓰기 캠페인을 한다. 나도 이번 기회에 찬찬하게 읽었다. 재미있었고 신선한 접근이 매력적이었다. 마지막 장인 '달과 바다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생명의 기원, 진화의 역사, 그리고 멸종을 통한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를 연극적인 형식으로 펼쳐보이고 있다. 작가의 톡톡 틔는 창의적 아이디어에 반하여 오늘의 뜻깊은 시간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공연은 <찬란한 멸종)>을 중심으로 과학 강연과 에티카 앙상블의 클래식 연주가 교차하며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멸종과 진화'를 주제로, 사라져가는 생명과 지구의 미래를 음악과 이야기로 함께 들여다보았다. 자연사의 다섯 번에 걸친 ‘대멸종’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사에서 멸종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 저절로 수긍이 간다.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하고 이어진 2부는 '에너지' 이야기다. 태양열과 풍력 발전을 이용하는 세계적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에너지 발전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어 좋았다. 기후 변화에 따른 인류 생존과 발전이라는 전지구적 당면 과제를 다루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과학과 음악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정모 작가는 과학 대중화에 앞장선 과학자 스타이다. 15년간 세 곳의 과학박물관장을 역임한 그는 털보아저씨처럼 재치있는 입담으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크고 작은 동물들이 가득 들어간 디자인의 셔츠를 입은 작가의 모습은 친근하고 다정한 분위기를 풍긴다. 자연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자연사自然史를 아우르는 폭넓은 과학적 지식을 짧은 시간에 더 많이 전해주기 위해 말이 빠르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청산유수처럼 막힘이 없고 일상 속 예화를 이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강의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놓고 웃다가도 핵심 메시지에 이르면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된다. 역시! 전문가의 아우라가 무엇인지, 재미와 의미 둘 다를 만족시킨다. 명강사의 유려한 이야기에 중간 중간 <에티마 앙상블>이 들려주는 현악4중주 클래식 음악까지 더하니 온 몸이 즐거워진다.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이 살아있는 대자연 초원으로 활짝 열린 듯하다.


이정모 작가는 올 11월에 남극기지 방문이라는 오래된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부러운 마음이 살짝 든다. 최근 건강의 위기로 좋아하던 커피나 술 등을 끊고, 새로운 생활 방식을 실천 중이란다. 건강하게 다녀와서 유쾌한 남극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란다.




『찬란한 멸종』을 읽고

이정모, 『찬란한 멸종』 다산북스, 2024년 9월



멸종 : 생물의 한 종류가 아주 없어짐. 또는 생물의 한 종류를 아주 없애버림


생존과 번식은 생명체의 본질적인 임무이다. 모든 생명 존재는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의 번식 과정을 들여다보면 생생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반면에 멸종은 존재의 사라짐이요. 잊혀지고 버림받은 것이다.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 “멸족지화”, 한 집안이 다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재앙을 가장 두려운 형벌로 생각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찬란한 멸종이라니, 대단히 역설적이고 유쾌한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이정모 작가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 즉 생명 순환 현상이기에 찬란한 멸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범고래, 네안데르탈인, 삼엽충 등 멸종한 생명체들이 직접 화자가 되어 자신의 시각에서 지구 생명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재미있고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과학 지식과 정보를 전해 주고 있어서 친근하게 다가온다.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며 순환하고 있다는 걸 생생하게 이야기처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누군가가 생태계에 빈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멸종 해결이다. ...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자연의 근본적 진리, 즉 진화와 변화는 필연적이며 변화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산소의 중요성과 산소가 숲보다 바다에서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과, 생명의 시작과 끝을 미토콘드리아, 즉 세포 내에서 호흡과 에너지 생성을 담당하는 세포 소기관이 쥐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달과 바다의 연극적인 대화를 읽으며 달과 바다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흥미롭고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지구인으로서의 공동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에너지(전기 생산비율)

46억년 지구의 긴 역사를 통시적으로 때로는 미시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본 느낌이다. 인류는 46억년 지구 역사에서 30만년도 못 되는 짧은 시대에 활동하며 지구를 인간식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인류의 멸종과 지구 파괴라는 절벽을 향해 달려갈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무분별한 소비와 환경 파괴를 멈추고 변화와 자정작용을 통해 멸종을 늦추거나 더 찬란한 형태로 진화가 가능할 것인가?


다른 생명체들과의 공생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독일 태양광 패널 울타리

그렇다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직립이다. 직립이란 똑바로 선다는 뜻이다. 직립은 커다란 뇌, 넓은 시야와 더불어 인류에게 한 가지 선물을 더 주었다. 바로 자유로워진 손이다.

인간으로의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뇌의 변화라기보다는 노동이며, 노동은 직립보행의 결과 손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똑바로 선 인간은 자유를 얻었고, 자유를 얻은 인간은 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노동은 다시 인간의 진화를 촉진해 마침내 '슬기인간Homosapiens'으로 발전시켰다.


창의력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별난 아이디어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새롭게 조합해서 나오는 것이다. 창의력이 생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놀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유년기가 너무 짧다.


나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세계에 많은 선물을 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선물은 죽음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스스로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인식하며 세포의 자멸을 이끌고 개체의 노화를 유도한다. 나이가 들수록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감소해 노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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