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와 경쟁심, 그리고 애증,
우정의 또 다른 이름!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by 여행하는나무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식이 독특한 작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란테 열풍'을 만든,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을 연이어서 다 읽었다. 60년에 걸친 두 여자의 우정과 사랑,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이탈리아, 특히 척박한 나폴리 지역의 사회, 문화, 역사에 버무려서 대하드라마처럼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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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나의 눈부신 친구』 (L’amica geniale, 2011)는 1950년대~60년대 초 가난한 나폴리 빈민가에서 자란 두 소녀 엘레나(레누)와 릴라(리누)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그리고 있다. 나의 어린 시절 성장기와 대비되면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하는 작가의 방식은 돋보기를 들이대듯 무척 정교하고 섬세하다. 주인공 화자인 레누의 입장에서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과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매우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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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릴라보다 레누의 입장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그녀가 리나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존경, 질투, 열등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낯설지 않았다. 레누는 리나의 천재성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그 그림자 아래서 자기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레누가 볼 때, “릴라는 역광에서조차 빛이 나는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 빛나는 존재와 자신을 계속 비교하며 살아야 하는 레누의 마음, 그 마음이 나에게 너무 익숙했다.

나 역시 레누처럼 상급학교 진학은 꿈도 꾸기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공부를 계속했다. 어렵게 어렵게 대학 공부까지 하면서 비슷한 마음을 수없이 경험했다. 가난 자체가 열등감이요 결핍이었던 내게 넉넉하고 부유한 가정을 가진 친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친구들이 늘 부러웠다. 대학에서 친해진 서울 출신의 친구는 시골에서 올라온 나에게 모든 면에서 빛나보였다. 잡초 같은 나와 옥토에서 준비된 듯한 친구라는 기본 출발점은 친한 만큼 거리감도 크게 느꼈다. 항상 모든 면에서 나보다 한 발 앞서가는 친구에게 릴라를 보았다. 그 친구의 자연스러운 재능과 빛나는 성과 앞에서 나의 노력은 빛바랜 종이조각 같았고, 나는 늘 그 뒤를 쫓아가기에 급급했다. 여러 면에서 환경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 듯한 날이 많았고, 그래서일까. 누군가를 향해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바라보는 마음은 늘 동시에 “나는 왜 저만큼 가지 못할까?”라는 자책과 붙어 있었다. 레누가 리나에게 느낀 감정처럼, 나에게도 닮고 싶은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나를 끌어올리면서도 눌러 앉히는 존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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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내가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했다. 친구, 직장 동료, 심지어 내 과거의 나조차 기준이 되어 “나는 아직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따라붙었다. 레누처럼 나도 열등감과 비교의 끈을 쉽게 놓지 못했다. 그 끈이 나를 움직이게도 했지만, 동시에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아무렇게나 내던지듯이 레누의 마음이 저지르는 선택을 할 때는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특히 니노의 아버지에게 당한 성추행을 자조적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에서는 화가 나기도 했다.


레누가 그 끈을 조금 더 일찍 놓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그랬다면 그녀는 리나를 두려움이나 열등감의 기준으로 삼지 않고, 자신의 재능과 삶의 방향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교가 아닌 내 안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레누가 느꼈던 열등감은 사실 리나 때문이 아니라 ‘리나를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랫동안 나를 누군가의 속도로 재고, 누군가의 결과로 내 가치를 판단했다. 그 비교는 나를 자극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갉아먹기도 했다.

레누는 리나를 통해 자신이 도약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그 힘이 때로는 그녀를 옭아매기도 한다. 나의 삶에서도 그 두 가지는 늘 동시에 존재했다. 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학 공부를 붙잡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벽을 혼자 넘어야 했다. 그때 나를 움직인 건 비교였을까, 아니면 그 비교를 넘어서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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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야 조금 알 것 같다.

비교는 완전히 없앨 수 없지만, 내가 나를 재는 기준을 조금씩 바꿀 수는 있다는 걸.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바라보는 눈으로.


레누가 결국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녀가 가진 열등감은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변화를 향한 갈망의 흔적이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나 자신의 열등감도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그동안 나를 짓눌렀던 감정들이, 실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더 크게 흔들렸던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눈부신 친구』가 내게 남긴 질문은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우리는 누구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살아가는가?”

“성장을 이끄는 비교와 나를 잃어버리는 비교는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더 나아가, “인정 욕구와 경쟁심을 건강하게 나의 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그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면서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았다. 전과는 많이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비교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비교의 끈을 내 안의 기준과 목표에 맞게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인정 욕구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나를 갉아먹는 방식이 아니라, 나를 밀어주는 연료로 삼을 수도 있다. 레누가 조금 더 일찍 그 끈을 놓았다면, 그녀가 느꼈을 자유와 성장은 나에게도 가능하다는 희망으로 이어진다.


화자인 레누의 입장에서 글이 전개되어 릴라의 마음이나 생각은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가깝고 친밀한 사이였고, 서로에게 깊이 영향을 주고받았다.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다.

"넌 아니야.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늘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레나에게 릴라가 하는 말이다. 괜히 내 마음이 더 뭉클해졌다.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나의 눈부신 친구’였다. 레누가 릴라를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성장했듯이, 나 또한 친구들과의 비교를 통해 나만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결국 우리를 온전히 만드는 것은 완벽한 조화로운 관계가 아니라, 때로는 질투와 동경이 뒤섞인 비틀린 관계 속에서 발견하는 우리 자신의 진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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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릴라의 글솜씨에 또다시 수치심을 느꼈다. 그녀는 형상화할 수 있고 나는 그럴 수 없는 것 때문에 눈물이 앞을 흐렸다. 물론 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이제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도 않는데 릴라가 그토록 뛰어나다는 사실은 나를 기쁘게 했다. 동시에 그 기쁨은 나를 불행하게 했고 나는 이런 감정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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