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를 새롭게 만나다
아시아? 유럽? 튀르키예!
튀르키예 자유여행! 멀고 낯선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의구심을 가지고 남편을 따라나섰다. 구글지도와 AI 도움을 받아 실제로 다녀보니 교통시스템이나 관광 인프라가 잘 발달하여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남편이 많은 시간 투자하여 조사하고 사전에 예약했기에 가능했지만.
튀르키예 공화국은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 위치하여 동서양의 문화를 동시에 품고 있는 나라로 무척 매력적이고 장점이 많다는 걸 제대로 알았다. 동남아시아는 자유여행으로 여러 번 다녀왔지만, 유럽 쪽으로의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의 접경 지대에 있어서 명확히 유럽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동양과 서양의 교차로에 위치하여 두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느낌을 받았다. 지중해 인근에 있어서 그런지, 우리나라 보다 높은 위도에 있음에도 겨울 날씨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2025년 12월 22일 출국해서 31일 오전에 귀국했다. 비행기에서 2박을 보낸 셈이니 7박 9일 일정이다. 우리가 이용한 터키항공은 기내 서비스나 음식도 괜찮았고 부드럽게 이착륙하는 느낌도 좋았다. 가는데 12시간, 올 때는 10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 비행기에서 자다 깨다 하면서 영화를 몇 편 보았다.
튀르키예, 과거 ‘터키’라는 이름으로 친숙했으나, 2022년부터는 현지어 발음에 맞춘 ‘튀르키예’를 공식 국호로 사용하고 있다. 흔히 이스탄불을 수도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 행정 중심지는 내륙에 위치한 앙카라다. 나도 앙카라보다는 이스탄불이 훨씬 친숙한 느낌이다.
튀르키예의 국토 면적은 약 78만㎢로 대한민국(약 10만㎢)의 약 8배에 달하며, 한반도 전체와 비교해도 3.5배나 넓은 광활한 땅을 가졌다. 버스 여행을 하면서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농작물 자급자족이 가능할 정도로 농업이 발달한 나라라는 실감이 났다. 인구 또한 약 8,600만 명으로 우리나라(약 5,100만 명) 보다 훨씬 많아 유럽과 중동을 잇는 인구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아직은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뒤져있으나,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이 큰 나라인 것은 분명하다.
이슬람국가에 대한 편견 어린 이미지가 약간의 거리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튀르키예에서는 강력한 종교적인 색채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국민의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어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가 일상의 배경이 되지만,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을 고수하기에 자유로운 분위기가 공존한다. 화폐는 리라(TRY)를 사용하며, 시차는 한국보다 6시간 느리다.
이스탄불: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지다
그 광활한 대륙의 첫 관문이자, 비행기에서 내려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수도 앙카라가 아닌 천 년의 세월을 품은 이스탄불이었다. 이곳에서 4박을 머무는 동안, 튀르키예의 물가는 예상보다 높게 다가왔다. 다행히 술탄아흐메트 광장 인근에 가성비 좋은 숙소를 잡은 덕분에 이스탄불의 심장을 매일 같이 드나들 수 있었다. 광장 곳곳에는 작은 수레들이 줄지어 서 있었지만, 메뉴가 군옥수수와 군밤뿐이라 다양하지 못한 길거리 음식에 못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술탄아흐메트 광장은 이스탄불 관광의 정점이다. 푸른빛의 블루 모스크와 장엄한 아야 소피아가 서로를 마주 보고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과거 로마와 비잔틴 시대에 '히포드롬'이라 불렸던 이 광장에는 테오도시우스의 오벨리스크와 뱀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고, 그 사이를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현지 단체 관광객들이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블루 모스크 내부로 들어서니 과연 그 이름값을 증명하듯 2만여 장의 이즈닉 타일이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발을 내디딘 양탄자의 포근함과 천장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는 경건함마저 자아냈다. 히잡을 쓴 여인들과 기도하는 이들 곁에서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모습은 튀르키예 이슬람 특유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내부로 들어갈 때 입장료를 받는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냥 들어가 구경할 수 있었다.
이스탄불의 거리는 과거와 현재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도심 전체가 거친 돌길로 이루어져 있어 걷는 것이 녹록지 않았지만, 오래된 성벽을 따라 귈하네 공원에 들어서자 뜻밖의 위로를 만났다. 낙엽이 흩날리는 늦가을의 정취 속에서도 바닥에는 초록빛 식물들이 가득해 마치 여름과 가을이 한 공간에 머무는 듯했다. 특히 우리 동네 가로수와 같은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바닷가로 발길을 옮기자 회색빛 파도 위로 낚싯대를 드리운 중년 남성들이 보였다. 손바닥보다 작은 물고기들이 가득 담긴 플라스틱 통을 보며, 저 낚싯줄 끝에 걸린 것은 취미가 아니라 어쩌면 고단한 생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갈라타 다리를 건너며 맛본 고등어 케밥(에크멕)은 비싼 이스탄불 물가를 생각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다. 구운 고등어에 신선한 야채를 더하니 비릿함 없이 고소한 풍미로 허기를 달래주었다.
이스탄불 교통카드는 이 도시를 여행하는 가장 완벽한 열쇠다. 관광객용 교통카드는 약 5,000원 정도 보증금을 지불하고, 필요한 만큼 충전하면 트램, 버스, 페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페리를 타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며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경험은 특별했다. 화려한 관광객의 땅 유럽 권역과 달리, 소박한 현지인들의 삶이 묻어나는 아시아 권역의 물가가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거친 돌길 위를 2만 보 넘게 걸어 다리가 무거워졌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트램을 타니 마음마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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