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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Nov 26. 2022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요, 김희경


# 그림책 에세이

# 『나는요,』 / 김희경 글 그림 / 여유당

나는요, 표지


드디어 학교의 큰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꿈끼 어울림 한마당>이라는 학급 학예발표회다. 학부모들이 교실에 와서 참관한다. 강당에서 학년 단위로 하자는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랜 경력에도 학급 단위 발표회를 처음 하는 데다 여름 방학 전부터 프로그램을 제출하라는 등 부담을 주어 긴 시간 스트레스 요인이 되었다. 선생님들끼리 만나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서로 공감어린 말을 주고받곤 했다. 아이들이 준비한 것은 물병 세우기, 발목 줄넘기 등 간단한 것들이라 2교시 동안 진행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개별 참가 종목은 많지 않고 모두가 함께 하는 춤과 노래, 수화, 컵타에 그룹별로 참여하는 춤과 노래 프로그램이 많은 편이다. 중간에 줄넘기, 훌라후프, 발목 줄넘기, 리코더, 칼림바 연주와 영상으로 보여주는 피아노, 클라이밍 등이 준비되었다. 


에너지 넘치고 활동적인 아이들은 여러 번 출연하고 조금 소극적인 아이들도 춤과 노래는 하나 선택하게 하여 참여하였다. 연습 과정에서는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제멋대로 하려고 하는 몇몇 아이들 다독이며 하는 게 힘들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 문을 열고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기 때문인지 1학기 학부모 공개수업에 이어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 열기가 높았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열고 자녀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기 바쁘다. 부모님들 앞에서 하는 거라 모두 열심히 잘하였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듯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쑥스럽고 떨린다고 하면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부모도 교사도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아이만의 독특함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 날, <꿈끼 어울림 한마당> 글똥 누기와 소감 나누기를 하고 나를 만나는 그림책을 함께 읽었다. 김희경작가의 『나는요,』 이다. 맑은 느낌의 수채화에 동물들을 빗대어 다양한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는 수많은 나가 있어요.

나는요,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겁이 많아요.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잘 놀라요.


나는 나만의 공간이 좋아요.

그곳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져요.



나는 선택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뭐가 좋을지 갈팡질팡하곤 해요.”


아이들과 그림을 살펴보면서 나도, 나도 공감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밥이 많지 않고, 동물들이 친근하게 등장하여 각각의 동물의 특징과 나를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다. 


화면 가득 보라와 분홍색으로 그려진 문어가 나오는 장면에 멈추어서 큰 공연을 잘 마친 스스로를 칭찬한다. 

“스스로 해냈을 때 

나는 기뻐서 너울너울 춤을 춰요.”


아이들이 특히 공감을 많이 했던 부분은 원숭이들이 곡예하듯 서로의 꼬리를 잡고 놀고 있는 장면이다. 

“나는 재미있는 건 친구와 함께 할 때 더 즐거워요.”


정말 우리반 아이들을 보면 누군가 작은 것이라도 시작하면 재미있다며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잠깐 놀이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보면 온갖 놀이를 만들어내 심심할 틈이 없다. 


그럼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한 가지 색이거나 한 가지 모습이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이 함께 나오는 뒷부분에서 이 모두가 나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춤 추고 노래하는 게 쑥쓰러웠지만 함께 하기에 괜찮았던 경험을 했던 우리 아이들도 스스로를 단정하거나 고정시키지 않고 우리 안의 다양한 모습을 포용하면서 나는 나의 작은 생각보다 큰 존재임을 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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