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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Nov 26. 2022

인생의 의미와 재미를 찾았나요?


# 그림책 에세이

#『두더지의 고민』 / 김상근 글 그림 / 사계절

# 『감기 걸린 물고기』 / 박정섭 글 그림 / 사계절

# 『내 마음 ㅅㅅㅎ』 / 김지영 글 그림 / 사계절

내 마음 ㅅㅅㅎ 표지


인생을 그래프로 그리면 x축과 y축에 무엇을 나타낼 수 있을까? 아마도 의미와 재미를 생각하지 않을까?

그럼 의미와 재미를 두 축에 나타내면 어떤 그래프가 나타날까?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건 재미보다는 의미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것 같다.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아이들과 달리 표정도 경직되고 몸과 생각도 점점 딱딱하게 굳어간다. 나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대부분 진지하고 무겁고 생각이 너무 많다. 한마디로 별로 재미없는 사람, 아이들 속어로 진지충에 가깝다. 


루게릭병으로 평생 힘든 삶을 살아야했지만 굴하지 않고 과학적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비범한 과학자 스티븐 호킹은 “재미있지 않으면 인생은 비극이다.” 라고 말했다. 우리반 아이들을 보면 정말 이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루한 건 조금도 참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웃기는 것을 만들어낼까 궁리한다. 누구 한 명이 뭔가를 시작하면 따라쟁이들이 금방 생겨난다. 심지어 교사인 내가 볼 때는 하지 말아야 할 소란스러운 몸싸움과 거친 욕설도 몇몇 아이들은 재미있는 놀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에너지 넘치고 활발한 아이들을 위해 하루에 1번정도 쉬는 시간에 바람 쐬고 오라고 하면 정말 신나는 표정으로 뛰쳐나간다. 출입구 가까운 1층 교실이라 여름철에 온갖 벌레들이 들어와 불편하지만 짧은 시간에 나가 놀기 좋은 환경이어서 좋은 점이 되기도 한다. 


책을 좀더 재미있게 볼 수 없을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게임, 유투브 등에서 재미를 찾고 감각적인 자극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은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도서관에 데리고 가면 먼저 만화책부터 찾는다. 책은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교사의 바람과는 달리 자발적인 책읽기를 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그림책은 집중해서 보는 편이라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고 책놀이 활동을 하기도 한다. 

감기 걸린 물고기 표지

오늘 동아리 활동 목표는 책을 재미있게 만나기이다. 방귀시합, 방귀쟁이 며느리 등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책 제목 알아맞히기 퀴즈로 책놀이 활동을 준비했다. 초성 힌트로 제시하거나 제목을 뒤죽박죽 섞어 책 제목을 알아맞히는 방법이다. 중간 중간에 문제로 나온 그림책을 읽어주고 간단한 활동을 함께 했다. 재미가 많을 것 같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들로, 《감기 걸린 물고기》(박정섭), 《내 마음 ㅅㅅㅎ》(김지영),《끼리끼리 코끼리》(허아성), 《두더지의 고민》(김상근)를 함께 읽었다.

끼리끼리 코끼리 표지


코끼리 끼리끼리 모여라!

코코코 코끼리 모습이 달라도

코코코 코끼리 마음만 있어도

코코코 코끼리 우리는 코끼리

코코코 코끼리 끼리끼리끼리 코끼리


코가 짧아도 뚱뚱해도

털이 많아도 귀가 작아도

상아가 하나라도 홀쭉해도

색깔이 달라도 코끼리끼리


'우리는 모두 하나'임을 기발한 아이디로 유쾌하게 그린 《끼리끼리 코끼리》(허아성)은 저학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여러 코끼리들이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차별과 편견없이 어우러지는 세상을 꿈꾸는 작가의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 재미있고 중독성 있는 노래도 있어서 한번 들려주면 금방 따라하고 여러번 다시 부르자고 한다. 

두더지의 고민 표지


김상근 작가의 《두더지의 고민》도 재미있다. 친구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두더지는 눈덩이를 점점 크게 굴린다. 숲 속 친구들까지 눈덩이에 묻어버리는 장면과 눈덩이 굴을 파면서 동물들을 꺼내고 모두가 친구가 된다는 유쾌한 이야기다. 

책을 함께 보면서 숨은 그림이나 힌트를 찾아보기도 하고, 질문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모두 다 재치있고 재미있는 그림과 글로 의미를 찾아가도록 하는 그림책들이다. 책이 4권이나 되어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골라 몇 가지 활동을 선택해 하도록 했다. 책 표지 그리기, 질문 만들기, 주인공이나 작가에게 질문하기, 책 읽고 느낀 점 쓰기 등 자신이 선택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예전에 읽어본 책도 있고 처음 만난 책들도 있었지만 모두 재미있다는 반응에 나도 즐거웠다. 덕분에 새롭게, 재미있게 그림책을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의미도 있고 재미도 풍부한 활동을 통해 활발한 배움이 일어나는 걸 꿈꾸는 교사는 그림책을 통해 소소한 재미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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