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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Nov 06. 2022

우리는 왜 이 거친 지구별에 왔을까요?

『나는 나니까』, 『지구에 온 너에게』


# 그림책 에세이
# 『나는 나니까』 / 김현례 글 그림 / 바우솔(2021)
# 『지구에 온 너에게』 / 소피 블랙올 글 그림 / 정회성 옮김 / 비룡소

우리는 왜 이 거친 지구별에 왔을까? 
이 지구를 거쳐간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 답을 보여주는 그림책 두 권을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나는 나니까 표지

『나는 나니까』그림책은 지구에 떨어진 어느 바윗덩어리의 여행을 통해 나를 만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 우주에서 날아온 바위덩어리가 있다. 
어마어마하게 커서 공룡의 침대가 되기도 하고 고인돌의 한쪽 다리가 되기도 한다. 

맷돌 한 짝이 되어 삶의 기쁨을 노래하기도 한다. 
“짝꿍이 생겼을 땐 정말 좋더라. 어디를 가도 꼭 붙어다녔거든.”

시간이 지나면서 쪼이고 깎이고 부서지면서 아픈 고백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다치게 했어.
그런 날이 없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겨운 시기를 지나면서 모나고 거친 부분들이 다듬어진다. 
물결 덕분에 고와지고 고와져 드디어 모래사장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난 작아진 내가 좋아.”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나는 나니까.”

3학년 과학 3단원 지표의 변화에 대해 공부하면서 단원 마무리 시간에 이 책을 함께 읽었다. 커다란 바위가 돌덩이, 돌멩이, 자갈돌을 지나 모래, 흙(진흙)이 되는 과정을 거친다. 오랜 시간 자연의 변화와 어루만짐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나니까』 그림책은 이 과정을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오랜 세월 속에 자연의 생성과 변화 과정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자연의 변화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이와 꼭 닮았음을 이야기하며 우리 자신과 연결짓도록 돕는다. 자신의 영혼이 어떤 생을 계획했는지 잊고서 갑자기 의도하지 않는 환경에 뚝 떨어진 듯한 우리의 모습, 우리는 당황하고 어리둥절 어쩔 줄을 모른다. 내 뜻과 달라서 여러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미움, 원망, 두려움을 경험하고, 사랑과 기쁨에 즐거워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내 안의 거친 모습들이 다듬어지고 본래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이 생의 과제를 묵묵히 감당한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한걸음 물러나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 오늘 무엇을 해야할지 나를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것을 잘 하든 못 하든, 어떻게 바뀌고 변화하든 나를 나 자신만의 고유성을 가진 존재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게 한다. “난 내가 좋아. 난 나니까.”

그리하여 이 생을 마치는 날 시인 천상병처럼 노래할 수 있다면 그 삶은 충분하리라.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지구에 온 너에게 표지

『지구에 온 너에게』는 지구 밖의 존재에게 지구의 이곳 저곳이나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소개하는 형태로 지구사용설명서 같은 느낌을 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소피 블랙올작가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만난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영감을 받아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만든 책이다. 두터운 분량이지만 멋진 그림으로 가득하여 우주인 뿐만 아니라 우리 지구인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이어가는 우리에게 이 지구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여행 마저 자유롭지 못한 우리가 그림책을 통해 지구의 구석구석 찾아가며 그 곳에 사는 사람들과 지구 생명체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해준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
태어나기 전에 어디 있었는지
또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몰라.

하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어.”

『지구에 온 너에게』는 어떤 학년에서든 관련된 주제에 맞게 찾아 읽기에 적절한 것들이 가득하다. 특히 3학년 사회나 과학시간에 다룬 내용들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 그런 내용을 언급하며 아이들과 읽었다. 창공을 날고 있는 한 마리의 커다란 새가 나오는 장면에서 아이들의 탄성이 높아진다. 하늘을 나는 새들에 대해 배웠던 아이들인지라 수십 마리의 다양한 새들로 채워진 새가 날아가는 장면은 감탄스러워 보인다.


지구에 온 너에게 중에서


 사회 단원 정리 시간에 『지구에 온 너에게』에 나오는 집의 형태 그림을 보여주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삼각책 형태로 꾸미는 활동을 하였다. 비록 아이들이 바라는 형태로 집을 꾸미는 간단한 활동이지만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이 순간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가 항상 마음에서 잊지 않으면서 살아간다면 우리가 사는 이 지구별 세상은 좀더 따스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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