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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Oct 29. 2022

자녀와 어떻게 소통하나요?

아빠, 나에게 물어봐


# 그림책 에세이

# 아빠, 나한테 물어봐 (Ask Me)

버나드 와버 글 / 이수지 그림 / 이수지 옮김 / 비룡소

아빠, 나에게 물어봐 표지



그림책 가득 가을이다. 그것도 빨강과 노랑이 만드는 가을이다. 빨강과 노랑은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늦가을의 쓸쓸함이 아니라 무르익은 가을에 느껴지는 따스하고 풍성함이 떠오른다. 따스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그림책을 펼치면 아이와 아빠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아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한번 물어봐.”

“넌 뭘 좋아하니?”

“나는 개를 좋아해.

고양이도 좋아하고,

거북이도 좋아해.”


대부분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 끊임없이 묻는다. 호기심 대장이던 우리 아이들도 어린 시절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엄마, 이건 뭐야? 그건 왜 그러는데? 저건 왜 안돼?”

그 시절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때로는 대견하게 생각하고 대답해주다가도 때로는 지치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빠와 함께 산책길에 나선 아이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아이의 표정이나 움직임에서 밝은 에너지가 뿜어 나온다. 그 뒤로 아빠의 밝고 평온한 표정과 딸을 향한 믿음과 사랑 가득 품은 눈길이 보인다. 두려움이나 걱정 없이 세상을 향해 탐색할 수 있는 건 부모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어서이다. 유아기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안정 애착이 잘 형성된 것이다. 아빠와 아이가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는 따스한 사랑이 가득하다.


그림책 속 아이는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아빠, 나한테 물어봐.”


아빠는 다정하고 사랑스런 눈빛으로 아이의 요청에 응한다. 아이는 재잘거리는 새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과 자기의 마음을 담은 생각을 줄줄이 풀어낸다. 아빠는 아이의 말을 감응하고 되물어주고 공감해준다. 아이와 아빠는 함께 길을 걸으며 같은 곳을 바라보기도 하고 마주 보기도 하며 내내 즐거운 놀이를 이어간다. 낙엽을 함께 밟고, 낙엽 흩뿌리기도 하고, 낙엽에 누워 하늘을 함께 올려다본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나비랑 기러기도 보고, 정말정말 사랑하는 아이스크림도 함께 먹는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도, 양치질하는 모습도 서로 닮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내 마음을 오롯이 표현하고 아빠와 딸이 충만하게 작은 것까지도 함께 나눈 하루, 사랑과 행복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아이의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이고 경청하는 아빠라니...

아이의 말과 행동에 온전히 공감하는 아빠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존재 전체가 사랑받고 이해받는다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림책을 읽는 나에게도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관계 속에서 이상적으로 그리는 완전한 공감과 소통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가족이라면 마땅히 이런 애정어린 대화와 소통을 해야하지 않을까?


이 그림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내 마음에 가득한 울림,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따스하고 다정한 느낌, 뿌연 안개에 덮인 그리움, 채워지지 못한 아련함, 부러움 등 거기에는 여러 가지가 들어있었다. 엄마인 내 모습 이전에 딸로서의 어린 나의 모습을 먼저 본 것이다. 


가난한 농사꾼의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여자 아이는 아버지와의 특별한 추억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외식 한번 해본 적 없고, 함께 나들이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도 없다. 오십 중반에 갑자기 돌아가신 내 아버지, 숱하게 많은 시간 아버지를 미워하고 그리워했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원망과 불만이 들어있는지 나도 놀라울 지경이었다. 내 안에 억눌려놓은 마음들을 풀어놓는 과정을 겪으며 아버지와 함께 산행 나들이를 했다. 가을로 가득한 산길을 함께 걸으며 아버지와 대화하고 사랑과 미움을 마음껏 표현했다. 서럽고 원망스러워서 울기도 하고, 미워하고 무시해서 죄송하다고 또 울었다. 아버지는 내 마음을 다 들어주고 받아주었다.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하신다. 나는 감사해서 또 울고 웃기도 했다. 그 특별한 산행길 이후 아버지는 내 안에 평안하고 감사하게 자리잡았다. 그래서 그 산은 나에게 나만의 아름다운 산이 되었다.


『아빠, 나한테 물어봐』 는 버나드 와버가 실제로 어린 딸과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죽기 전에 쓴 글이다. 이 작품에 감탄한 이수지 작가가 직접 번역하고 색연필 그림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그림책이다. 글작가의 마음 속까지 읽어내어 멋진 그림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그림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수지 작가의 기억 창고에도 이런 경험이 있거나 아버지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글작가 버나드 와버는 자신의 글에 어떤 그림이 더해질지 궁금해했지만 안타깝게도 완성된 책을 보지 못하고 2013년 타계했다고 한다. 이 그림책이 “Ask Me”라는 제목의 영문판으로 2015년 7월에 미국에서 출간된 후 비룡소가 한국에 들여온 그림책이다. 


책 출간 후 버나드 와버의 딸은 이수지 작가에게 개인적으로 이렇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아버지는 재미있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분이었어요.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나눈 대화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죠. 아버지께서 당신의 그림이 담긴 완성된 작품을 보셨다면 분명 아주 기뻐하셨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이수지 작가님.”

– 출처 : 비룡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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