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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Dec 10. 2022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 걸까요?

나쁜 씨앗, 착한 달걀


# 그림책 에세이

# 『나쁜 씨앗』 조리 존 글 /피트 오즈월드 그림 /김경희 역 / 길벗어린이 (2018)

# 『착한 달걀』 조리 존 글 /피트 오즈월드 그림 /김경희 역 / 길벗어린이 (2022)


나쁜 씨앗 표지


착하다, 혹은 나쁘다. 

아이를 키우거나 가르치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들일 것이다. 나는 그 말의 강력한 힘을 알기에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착하다거나 나쁘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애쓰는 편이다. 하지만 내면에는 이분법적으로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 그 기준으로 판단하고 끊임없이 분별하는 나를 본다. 아이들과 『나쁜 씨앗』 과 『착한 달걀』을 함께 읽으면서 나의 고정관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3학년 음악시간에 판소리 흥보가를 감상하면서 놀부의 심술부리는 장면도 즐겁게 들었다. 재미를 위해 많이 과장되고 우습게 표현하기도 하여 웃으면서 듣지만, 그 안에 담긴 생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흥부 놀부 이야기는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을 강조하는 옛이야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 교육적인 측면에서 착한 행동을 권장하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행동은 씨앗 단계에서부터 없애고 미리 싹을 잘라내야 한다는 사상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착한 것은 좋은 것이라는 신념을 내면화하여 착하게 살려고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을 때 하나의 틀이 와장창 깨졌던 경험이 있다. 


“난 내 맘대로 할 거야!”

마치 놀부처럼 미운 짓만 골라하는 사고뭉치 나쁜 씨앗이 있다. 주변에서는 “나쁜 씨앗이다! 쟤는 정말 삐딱한 행동만 골라서 해!”라며 손가락질을 하고 마주하기를 피한다. 나쁜 씨앗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경험 이후에 나빠지기로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행동과 선택 이후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오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착한 달걀 표지

이번에는 『착한 달걀』이다. 

글작가 조리 존과 그림작가 피트 오즈월드가 협력하여 2018년에 『나쁜 씨앗』 이 나오고 2022년 작업한 『착한 달걀』이 출간되었다. 두 그림책의 그림체와 이야기 전개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처음부터 착하게 태어났다고 말하는 착한 달걀은 주변을 돌보고 도와주는 데서 큰 기쁨을 느낀다. 나쁜 씨앗같이 제멋대로인 말썽꾸러기 친구들 뒤치다꺼리를 하고 착한 길로 이끌려고 애쓴다. 그러다 점점 지치고 머리 아프고 심지어 머리가 깨진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다가 진이 빠지는 것이다. 

착한 달걀은 어떻게 했을까?

착한 달걀은 집을 떠나서 다 내려놓고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 길 끝에 남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착한 달걀이 되기로 하면서 단단한 마음의 힘을 회복하고 돌아온다.


우리 교실에서도 몇 명의 『나쁜 씨앗』 과 비교적 많은 수의 『착한 달걀』들을 만난다. 

해마다 담임하는 교실에는 “미움이 뚝뚝 떨어지는” 행동을 자주 하는 나쁜 씨앗 같은 아이들이 몇 명 있다. 내면의 상처로 인해,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굳어있고 거칠어진 것이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아이들이다. 친구를 놀리거나 건들기도 하고 해야 할 것을 열심히 하지 않아 자주 이름이 불린다. 그 행동을 문제 삼아 지적하거나 야단을 치면 삐딱하게 대응하거나 반항을 한다. 


그 반대편에 『착한 달걀』들이 있다. 권위를 가진 교사의 말에 잘 따르고 규칙이나 약속을 잘 지키고 과제를 열심히 한다. 이 달걀들은 잘못했다고 혼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칭찬과 인정을 받는다. 부모나 교사가 보기에는 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유형이다. 거칠지 않기에 힘들지 않다. 정말 『착한 달걀』들은 착하기에 다 괜찮은 걸까?


자신의 속마음이나 감정을 거침없이 내뱉거나 행동으로 나타내는 아이들과 달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거나 원하는 걸 요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착한 달걀』처럼 진짜 속마음은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착한 유형으로 살아온 내가 잘 안다. 


아이들은 정형화된 존재가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만 아이들은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고 변화한다. 관계 속에서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자신을 다듬어간다. 세상에는 100% 『나쁜 씨앗』도, 100% 『착한 달걀』도 없다. 때로는 『착한 달걀』도 적당히 나쁜 씨앗이 될 때도 있고, 『나쁜 씨앗』도 착한 달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세상에 자신을 표현하면서 살아가야 건강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이들이 배우길 바라는 이야기를 긴 훈화나 잔소리보다 멋진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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