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봄놀이는 무엇인가요?

그림책 [고사리 봄봄]

by 여행하는나무


#『고사리 봄봄』 송미정 글. 이강민 그림. 노는날

<고사리 봄봄>그림책 표지

4월은 싱그러운 생명력이 가장 왕성하게 피어나는 봄의 절정기다. 나의 봄놀이는 봄나물이다. 산행이나 트래킹 중에 봄나물을 만나면 조금 뜯어서 봄의 생명력을 식탁으로 초대한다. 생생한 봄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올해 4월에 인천 인근의 섬으로 트래킹을 다녀왔다. 사람들의 손이 덜 탄 섬이어서일까? 자연 풍경도 멋지고, 여러 가지 산나물도 자유롭게 자라고 있었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산길에서 달래, 원추리나물, 머위를 만났다. 운 좋게 홑잎 나물도 찾았는데, 무척 반가웠다. 홑잎 나물은 화살나무의 어린 순인데,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생각나는 나물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시어머니와 나들이 갔다가 뜯어온 홑잎 나물을 데쳐서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 무쳐서 맛있게 먹었다. 아삭한 식감과 신선한 연초록 풀잎 향이 입안에 오래 상큼하게 남았다.

산길에 무성하게 자라는 달래
홑잎나물(화살나무)
원추리

봄나물과 함께 하는 봄놀이를 엄마의 텃밭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4월 중순, 텃밭에는 봄이 가득하여 올봄에는 봄나물 잔치를 열어도 될 정도였다. 엄마께서 일할 힘이 없어 그대로 내버려두니 텃밭은 자생력을 발휘해 그들만의 자연을 만들고 있었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해마다 덩치를 키우는 더덕이나 도라지, 마는 줄기를 감고 쑥쑥 자라고, 참취 나물, 당귀, 방풍나물, 삼잎 나물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애써 가꾸지 않아도 한두 뿌리 심은 것들이 스스로 힘을 키워 이제는 밭을 만들 정도로 여기저기 무성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참취나물
삼잎나물(삼잎국화)
당귀
방풍나물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엄마는 무성하게 자란 '제맘대로 텃밭'의 모양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그 모습이 보기 좋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엄마를 뵈러 친정 나들이를 하는데, 다음 달에는 이미 억세져서 뜯어먹기에 좋은 상황이 못 된다. 봄나물들은 적절한 시기에 뜯어야 한다. 그 시기를 놓치면 왕성하게 자라서 먹기에 적당하지 않다.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여 마당이나 텃밭에서 자라는 나물들의 어린 부분을 뜯는다. 쌈으로 먹기도 하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무쳐서 상에 올린다.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맛이 있다.
“이렇게 하니 먹을 만하구나! 해 먹으면 되는데 손이 안 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엄마도 쌉싸름한 봄향을 조금이나마 맛보신다.


여러 나물 데치기


햇살을 기다리던 땅이
조금 부드러워졌어.

"그럼 이제 가 볼까?"

꼭 쥔 손을 호호 불며
솜털이 몽실몽실 피어났을
고사리 손을 만나러 가자.

『고사리 봄봄』 그림책은 제 마음대로 쑥쑥 자라나는 자연처럼 자유로운 수채화 그림으로 고사리와 만나는 설레는 마음을 잘 표현했다. 송미정 글 작가는 제주도에 살면서 매해 고사리를 꺾는다고 한다. 그냥 고사리를 먹기 위해 채취하는 것 이상으로, 고사리 꺾기라는 연례 행사를 봄맞이 인사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도 고사리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 이 책이 더 다정하게 다가왔다. 어릴 때 엄마랑 비 갠 다음날 오동통한 고사리를 바구니 가득 꺾었다. 나에게 고사리는 엄마의 젊은 한때와 어린 나를 떠올리는 아련한 추억의 나물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산행을 가서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고사리를 만났다. 수줍게 고개 숙인 어린 고사리 순! 고사리 줄기 아랫부분을 꺾으면 툭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잘리는 그 느낌이 참 좋다.

봄이 되면 노란 연초록빛이 여기저기 하나 둘 올라온다. 땅속에서, 단단한 나무줄기에서 초록빛이 빛난다. 때를 따라서 변함없이 씨앗이 떨어진 자리에 새싹이 싹트고, 새 순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여리고 약한 것 같지만 사실은 정말 강인하고 대단한 힘을 가진 생명들이다. 그림책의 표현처럼 정말 봄은 간질간질, 꿈질꿈질 향긋한 고사리 봄이 맞다.

시장에서 파는 나물도 괜찮지만, 어디서 어떻게 자라는지 직접 보고, 내가 채취해서 먹는 맛은 더 특별하다. 그 생명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감사하면서 알뜰하게 요리해서 먹는다. 봄의 생명력을 먹은 나는 한 뼘 더 건강해진 느낌이다.

벚꽃이나 매화, 산수유, 진달래를 찾아 화려한 꽃놀이도 분명 괜찮은 봄놀이다.
요즘 나에게는 봄나물과 함께 하는 어른의 봄놀이가 더 구미가 당긴다. 그래서 초록의 봄이 되면 마음이 먼저 간질간질, 꿈질꿈질하다. 초록이 가득한 곳으로 나들이를 떠나지 않을 수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죽음과 삶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