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씨앗의 꿈

대단한 참외씨

by 여행하는나무


#[대단한 참외씨]

임수정 글, 전미화 그림, 한울림어린이


당신은 어떤 과일을 좋아하나요?


우리 집 큰 아이는 참외나 멜론, 수박 등을 좋아한다. 대체로 물이 많고 신맛이 나지 않는 과일들이다. 반면에 나는 새콤달콤한 과일이 좋다. 자두나 살구처럼 신맛이 많이 나는 과일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과일도 그 사람의 체질이나 신체적인 특성에 따라 다를 것인데 아마도 우리 큰 아이와 나는 체질이 많이 다른 모양이다. 사실 성격적인 면에서도 많이 다르다. 나는 대충대충 덜렁 덜렁인 반면에 딸은 매우 꼼꼼하고 확실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도 접근 방식이 다르다. 딸은 작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이리저리 알아보고, 메뉴얼을 숙지하고 그 매뉴얼을 따른다.

까칠하고 까다롭게 선호가 분명한 딸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무던하게 대충 받아주고 맞추려 하는 엄마.

성향이 서로 달라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함께 살면서 자잘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쟤 왜 저래?'라고 투덜거리는 건 순전히 내 입장에서만 본 거라는걸,

본래 타고난 성정, 즉, 씨앗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걸,

여러 씨앗을 모으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씨앗을 모은다.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다.

산책하다가 만나는 꽃씨도 받아온다. 과일을 먹고 나면 씨앗을 잘 말린다. 씨앗이 담긴 작은 지퍼백이 상자 가득 쌓여 있다. 씨앗을 모아 무엇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원주택이나 세컨 하우스가 있다면 씨앗으로 꽃도 가꾸고 과실수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무엇보다 씨앗이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음식물 쓰레기로 들어가 썩는 것이 싫다.


3_bb0Ud018svc18xijzy8qllet_wspi8t.jpg?type=e1920_std 씨앗 모으기


씨앗은 본래 열매의 모양만큼이나 다 다르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동그란 것도 있고 기다란 모양도 있다. 하지만 어떤 씨앗이든 다 대단하고 아름답다. 하나의 씨앗은 모두 각자의 우주를 품고 있다. 작은 씨앗 안에 큰 나무나 엄청난 줄기와 열매를 모두 담고 있다.


하나의 작은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되면 그 나무에는 얼마나 많은 열매가 열리는지, 놀라운 생명의 신비에 경외감이 든다. 시골 엄마네 집에 감나무 두 그루가 있다. 해마다 많은 감들이 주렁주렁 열려 맛있게 먹는다. 그 시작은 작은 감씨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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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903_233945937_04.jpg 감나무와 열매

텃밭에 참깨도 마찬가지다. 땅에 심은 작은 참깨씨가 움터서 가지가 자란다. 잘 익은 깍지 속에는 참깨씨가 알차게 들어앉아 있다. 백 배 천 배의 열매를 거두는 씨앗의 능력을 생각해 보면 저절로 겸손해진다.


KakaoTalk_20250903_233945937.jpg 참깨 꽃



임수정 글 작가와 전미화 그림작가가 힘을 합쳐 만든 그림책 [대단한 참외씨]는 참외 씨앗이 주인공이다. 보통 우리가 과육과 함께 먹게 되는 무르게 생긴 씨앗이다. 그 씨앗이 탈출해서 모험을 하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6_5g5Ud018svc1rk7gd0sg012r_wspi8t.jpg?type=e1920_std 대단한 참외씨 표지

씨앗이 땅에 떨어진다고 다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건 아니다. 새나 들짐승에게 먹히지 않아야 한다. 단단한 땅을 비집고 들어가 자리 잡고, 알맞은 때에 물과 바람을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강렬한 햇살을 참아내고 몰아치는 비바람에도 꿋꿋하게 이겨내야 한다. 우리가 살면서 어려움이나 고난을 이겨내면서 살아가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대단한 참외씨]는 그 모든 과정을 단순하지만 산뜻한 색감으로 잘 보여준다.


참외씨의 꿈은 무엇일까?


아이의 입에서 탈출한 참외씨는 새에게 잡아먹혔다가 새 똥으로 나오고, 쥐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처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서 흙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강렬한 땡볕이나 비바람도 참아낸다. 드디어 노란 참외를 키워내는 참외씨, 작고 여린 참외씨가 정말 대단하다. 박수를 보낸다.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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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는 수박과 더불어 여름에 맛있게 먹는 먹거리다. 참외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올여름엔 자주 샀다.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도 조금 먹는다. 달큰한 참외 고유의 맛이 느껴진다.


우리 모두도 각자 다른 씨앗으로 세상에 온다. 어떤 나무가 되어 어떤 열매를 맺을지 그 씨앗 안에 품고서 말이다. 나는 어떤 씨앗으로 와서 어떤 형태의 열매를 맺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작은 참외씨의 분투를 응원하듯 딸의 여정도 늘 응원한다. 나와는 많이 다르지만, 달라서 더 멋진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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