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를 접종했습니다.
아내가 잔여백신으로 신청해서 후다닥 자전거 타고
맞았습니다.
일단 맞기는 했는데, 들리는 많은 이야기들이
갑자기 내 안에서 소리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심낭염에 이은 심실세동에 의한 돌연사…
답답함과 두려움이란 녀석은 항상 슬그머니
연기가 피어오르듯이 찾아옵니다.
혹시 나에게도 일어날지 모르는 일들이
코로나 시절에는 참 많습니다.
그렇게 작년 설에 지하철에서 누가 전염되었다는
소식을 처조카 돌잔치에서 듣게 된 이후, 일 년이
넘게 혹시라는 단어를 우리는 계속 되뇌며 살아갑니다.
매번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을 경계했던 마음들도 무뎌졌는지 연일 최다 확진자가 나온다는 이야기에도 무덤덤하기만 합니다.
나와 가족의 일이 될지도 모르는데도, 무덤덤해진
마음의 뒤편에 여전히 두려움은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습니다.
마스크와 QR코드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생명을 위협받는 전염병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렇게 무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맞은 백신은 다시 두려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줍니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겠지요.
동시에 두려움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