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으로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다. 순경 공채 시험을 볼 때만 해도 경쟁률이 수 십 대 1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24년 상반기 공채의 경우 남자가 경우 9.9대 1, 여자 24.6대 1이었다. 경찰뿐만 아니라 다른 직렬의 공무원의 인기도 식어, 공시생이 줄어든 탓에 노량진 거리가 썰렁해졌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현직 경찰관 중 명예퇴직을 원하는 경찰관 수도 크게 늘어, 작년에는 명예퇴직 신청자 중 기준을 정하여 점수 순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다고도 했다. 이로 인한 반발로 현재는 명예퇴직 가능자를 대상으로 미리 수요조자를 실시하고 있다. 경찰관이 되려는 사람은 줄고, 그만두려는 사람은 늘고, 점점 경찰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데 지금 경찰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을 위해 현직의 입장에서 장단점을 말해보겠다.
우선 장점
1. 이미지
‘경찰관’이라고 하면 대부분 범인을 잡는 용감한 경찰관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같다. 제복을 입고 지나가면 아이들이(보통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수줍어하며 귀엽게 인사해 준다.
어른들도 직업이 경찰관이라고 하면 보통 ‘신기하다’ ‘대단하다’ ‘공무원이네요’ 이런 긍정적인 반응이다.
2. 금전적
-호봉제라서 시작은 미약하지만 연차가 점점 쌓이면서 호봉도 점점 오른다. 9년 차였을 때 연봉이 5,800만 원 정도였다(물론 초과근무를 대략 월 기준 55시간 했다, 월별 최대초과시간이 67시간으로 55시간이면 꽤 많은 시간이긴 하다.)
-봉급 외에 각종 수당이 있다. 작년기준 성과급은 360만 원, (S-A 등급) 설과 추석 때 각 170만 원 받았고, 연 2회 정근수당 각 130만 원 정도를 받았다.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보다 경찰공무원의 경우 대출이 더 쉽다,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전용대출 상품도 있다(KB무궁화대출)
3. 보람
-돈을 버는 수단임과 동시에 우리나라 치안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는 자부심
4. 정년보장
-뇌물, 음주운전, 성비위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정년이 보장된다
-경찰에 들어오기 전에 계약직(파견직)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계약직이라서 위축되기도 하고 계약이 끝나기 전에 다른 직업을 구하지 못할까 봐 불안했다. 공무원은 확실히 정년이 보장된다는 안정감이 있다.
5. 워라밸
교대근무의 경우 3조 1교대(주주주야휴야휴야휴) 근무가 많이 줄어들었고, 4조 2교대(주야휴비)가 대부분이고 일부에서는 5조 3교대도(주야심비휴 주야비비휴) 운영하고 있다.(물론 지파인원이 부족한 경우 자원근무가 많아 워라밸이 안 지켜질 수도 있다)
과별로 초과근무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부서장과 면담하게 되어 있고, 월별로 초과근무 점검도 있어 처음 입직했을 때보다 점점 초과근무를 많이 안 하는 추세이다.
일근근무의 경우 월별 4회 유연근무도 한다(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근무로 8시간을 근무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면 8시 출근하여 5시에 퇴근한다.
6. 분위기
예전에는 사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묻고, 상사가 부당한 사적 심부름도 막 시켰다면, 요즘은 ‘프라이버시 침해’, ‘성희롱’, ‘갑질’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것 같다
단점은
1. 금전적
-적어도 너무 적은 월급
최저시급이 9,860원, 순경의 시간 외 수당이 9,927원으로 최저임금보다 67원 많은 수준이다. 휴일근무의 경우에도 8시간 이내의 경우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도록 되어 있지만, 공무원의 경우 휴일근무수당도 9,974원으로 가산하지 않고 있다.
-반의 반토막 연금
10년 차인 내가 퇴직 때 받는 연금은 현재기준 61만 원 정도로 개인적으로 노후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2. 경찰을 힘들게 하는 신고자(민원인)
-정신이 아픈 유형: 112 신고내용 없이 1년 동안 12,000여 건 넘게 112 신고를 하는 사람, 정신병으로 입원했을 때 잠시 조용하다가 퇴원 후 신고는 다시 시작됐다. 그 밖에도 전자파가 나온다, 도청을 한다
-죽고 싶다는 신고: 같은 사람이 신고를 자주 하는데 신고할 때마다 출동해서 안전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자주 신고해도 거짓신고가 아니라 처벌할 조항이 없다.
-잘못 걸었어요: 시청담당업무(110, 120) 한국전력(123), 번호안내(114)등을 잘못 누르는 경우
-신고 아닌 신고: 고양이가 차 밑에서 안 나온다, 찜질방 왔는데 신분증 안 가져와서 경찰이 출동해서 신원 확인해 달라
-오인신고: 검은 봉지에 든 물건을 전달하는데 마약 같다(출동했더니 샌드위치), 승합차에서 젊은 사람 3명이 물건을 주고받는데 수상하다(확인했더니 홍보전단지)
-국민신문고,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경찰관이 불친절하다, 인권을 침해했다
-고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이 없어도 경찰관을 고발하기도 한다
3. 조직 내 과도한 경쟁
-승진
경찰의 경우 승진하는 방법이 심사, 시험, 특진, 근속 4가지 방법이 있는데 심사, 시험 승진 모두 근무평정자의 근무평정 점수가 높아야 승진할 수 있다. 근무평정을 잘 받기 위해 업무능력뿐만 아니라 상사를 잘 모시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마음 편하게 근속 노선을 탄다면(경감 계급의 경우 40%만 근속이 되므로 사실상 심사 승진과 마찬가지이다) 동기가 상사가 된다든지 후배가 나보다 먼저 승진하는 것을 보게 된다.
-보직
내근직, 비교적 업무 난도가 낮은 보직을 얻기 위한 경쟁이 꽤 치열하다. 보직공모가 올라오긴 하지만 이미 내정자가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4. 경찰관 “개인”에게 요구하는 "무한대"의 책임
-이태원 압사사고나 오송참사 책임을 시스템이 아닌 경찰관 개인 탓으로 돌리고, 경찰관 개인이 오롯이 책임이 져야 한다. 각종 송사로 고생하는 경찰관 개인ㅠㅠ
-경찰 담당분야가 아닌 분야의 업무 지시
LPG누출 사고 시 점검, 코로나 때 자가격리자 점검... (제가요?)
5. 바닥에 떨어진 공권력
-경찰관이 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공권력 존중이 필수적인데 술에 취해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을 때리는 경우도 많다.
6. 타 직렬에 비해 불리한 제도
- 순경 공채의 경우 순경-경장-경사-경위(6급을)-경감(6급갑)으로 퇴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경감 근속이 생기기 전만 해도 30여 년을 근무하고도 경위로 퇴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 일반직의 경우 보통 9급-8급-7급-6급으로 퇴직한다
승진을 한 번 할 때마다 한 호봉이 깎이는데(진짜다) 계급이 많아 호봉이 더 많이 깎인다. 일반직의 경우 도청이나 본청에서 근무하는 경우(바쁘고 힘든 곳) 5급(사무관)에서 대부분 퇴직한다.
- 일반직 공무원은 승진발표와 동시에 해당 계급이 되는데 경찰공무원은 승진후보자를 발표하고 점수순서대로 승진을 시켜준다. 최악의 경우 12월에 승진하게 된다면 11개월을 승진후보자로 지내야 한다. 월급을 받을 때도 손해이고 승후자의 경우 사고가 생기면 승후가 취소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고, 최저승진연수(다음 계급에 응시할 수 있는 기간)도 일반직보다 더 길어지게 된다.
7. 건강상의 위험
-교대근무을 하는 경찰관이 다수인데 교대근무는 수면장애, 심혈관 질환 등의 질환을 얻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국민연금공단자료에서도 퇴직연금 수급자 중 소방․경찰공무원이 가장 먼저 사망한다고 한다.
-마약사범을 쫓다가 용의 차량에 깔리거나 음주측정 거부 차량에 매달려 끌려가다 다치거나, 화재 현장에서 화상을 입는 등 출동 때마다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결론
경찰관 하면 좋은 사람
큰돈 욕심 없이 안정적인 직업이 좋은 사람, 밤샘 근무할 체력이 있는 사람
경찰관 한다면 말리고 사람
참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에 대한 로망이 크고, 경찰이라는 직업을 너무 사랑하고, 불합리한 것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요즘 의원면직한 젊은 경찰관 중에서 이 유형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