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키는 게 끝이 아니다.
권력은 책임이 있는 힘이다. 남을 움직일 수 있고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은 휘두른 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잘 못 사용한 권력의 피해는 개인의 책임으로는 닦아내기 힘든 깊은 얼룩을 남긴다. 책 ‘폭군’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권력을 남용한 폭군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400여 년 전에 쓰인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폭군은 현대에도 존재한다.
“그는 당시의 중요한 문제들을 직접 대면하기보다는 간접적인 시각에서 돌려 말하는 것이 오히려 그 문제를 더욱더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드라마에는 분명 그의 이런 생각이 드러나 있다. 그는 허구로 구성하거나 역사적으로 거리를 둠으로써 진실을 가장 잘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 폭군 11p-
그러나 필자는 나라, 도시를 통치하는 권력보다는 회사, 친구, 학교 같은 생활에서의 권력에 포커스를 맞춰보고 싶다. 규모는 작지만 분명 누군가는 권력을 쥐고 있고 책임과 피해는 발생한다. 또한 필자는 앞으로 올바르게 성장한다면 권력을 잡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싶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는 누가 가장 많이 받을까? 책임을 많이 지는 임원? 대표? 조직을 관리하는 팀장? 실장? 연구조사 결과로는 사원이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여기서 스트레스의 원인은 자유도와 상관관계가 높지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중에는 확증편향을 꼽을 수 있다.
확증편향을 간단하게 말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사원이 더 좋은 사업계획을 가져와도 다른 아이디어를 던져도 까이는 이유 중에 하나다. 이미 상사의 머릿속은 자신의 생각으로 가득해서 끼어들 틈이 없다.
이때 틀린 생각을 가지고 권력을 사용해서 밀어붙인다면 낭떠러지를 향해 돌진하는 샘이다. 그러나 모두 낭떠러지를 보고도 권력 때문에 말릴 수 없다. 셰익스피어 작품에도 비슷한 현상이 연출된다. 아내가 간음을 했다고 멋대로 의심한 왕이 다른 나라의 왕을 의심하고 죽이려 한다. 그 과정에서 신하가 충언을 하지만 결과는 죽음으로 돌아온다.
현시대에서 회사에서 상사의 마음에 안 든다고 죽이진 않는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죽일 수는 있다. 소신 발언을 했지만 직장 내 따돌림이나 해고나 다름없는 인사발령을 내린다. 우리 곁에도 폭군은 존재한다.
사람에게는 편향 같은 본능이 또 있다. 바로 부정 본능이다. 부정 본능은 부정적인 사건에 더 민감하고 더 오래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을 생각하면 부정적인 사건, 사고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한 사람도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는 간음으로 의심받는 여왕의 친구 ‘폴리나’는 남편이 고위 관직자로서 그 시대에서는 높은 권력을 갖고 있었다. 폴리나는 권력을 가지고 친구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 여왕의 아들을 증거로 왕을 설득하려 한다.
그 아들은 온전하게 왕과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그러므로 아이는 간음이 허구임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그러나 감옥을 관리하는 교도관은 왕의 명령을 어기고 감옥에서 아이를 빼주기 힘든 상황에 처한다. 여기서 폴리나가 교도관을 설득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때 권력의 올바른 사용이 나온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당신이 위험에 처하지 않게 책임질 테니까요’
-폭군 174p-
이게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모습이다. 내가 권력을 사용하고 책임은 내가 지겠다. 여기서 필자는 ‘책임’을 권력의 올바름에 핵심으로 꼽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서 회사는 책임에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 이게 팀장, 임원이 일반 사원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자기 월급에 책임에 대가가 포함되어있음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책임 회피 또한 폭군의 모습 중 하나라고 본다.
자신의 권력을 사용함으로써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고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일을 시킨다고 끝이 아니다. 일을 왜 시켰는지 어떤 목적과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 중간보고를 언제까지 받고 최종 결과물에 대한 컨펌을 마치고 책임은 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 시킨 사람이 져야 한다.
폭군은 지도자, 고위 관직 같이 높은 위치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회사, 학교, 친구 사이에서도 폭군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에 강요하진 않는지 책임을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일을 시키진 않는지 스스로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폭군의 마지막은 쓸쓸한 죽음뿐이었다. 폭군에게는 아무도 조언을 해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