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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04. 2020

삶과 오뎅의 관계

사는 게 참 마음 같지 않은 순간들이 찾아올 때



두 개만 먹어야지



포장마차에 서서 오뎅을 하나 집어 간장을 찍는 순간 사는 게 참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나?”


점점 세상은 각박해지고, 예민해지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는데 스스로를 바라보니 나조차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사는 게 참 마음 같지 않구나”라는 말을 자주 뱉게 되었다.


나는 힘이 들 때 어떻게 살아왔나 생각해보니 인생이 잘 안 풀릴 때면 아등바등 욕하고, 울고, 혼자 소리 지르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 애쓰지 않는 삶을 선택했더니 그런대로 살아져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도 살아지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많은 돈을 벌어 하고싶은대로 다 하고 살아야지 생각했는데, 몸이 바빠지고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좀 편하게 살아야지 하고 일을 줄이니 금전적 부족함에 조급해져 다시 돈을 찾아 일을 하게 되는 삶을 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생각대로 살다 보니 생각만큼 되지 않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힘 빼고 살자”, “살다 보면 무언가 되겠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아보자”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다 보니 최소한 마음은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살아지는 대로 살다 보니 또 마음같이 이뤄지는 것들도 생기는구나 알게 되었다.


20대 초반 돈이 없을 때, 돈은 배고픔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20대 중반 돈이 부족할 때, 돈을 아끼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20대 후반 돈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내가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30대 그냥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삶에서 돈은 마음 같지 않고, 그런대로 살아지고, 생각만큼 쉽지 않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니 채워지는 것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포장마차를 마주했을 때, 지갑의 잔돈을 세어가며 오뎅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면서 남들이 뭐라 하건 이 또한 내가 이뤄낸 작은 행복이구나 느낄 수 있다면, 지금 충분히 돈으로부터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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