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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04. 2020

1억을 모았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모은 돈



내가 지금 딱! 1억을 모았어



20대 초반 그러니까 10년전의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게 술한잔 기울이며 말했다.


친구는 고등학생 때부터 용접 일을 하기 시작해서, 국내외를 오가며 이십 대 초반 1억을 모았다.

항상 하고 싶은 게 많았고, 호기심도 많아 다양한 것들을 하기 좋아하던 친구였다. 그런 친구를 성인이 되어 오랜만에 술자리에서 만났고, 만나서 들은 얘기는 “1억을 모았다”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 1억 모았어!”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1억을 모았는데…”였다.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무작정 일만 했고, 무작정 아껴가며 돈을 모았다고 했다.


1억만 모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무작정 1억이라는 큰돈을 모았는데, 친구가 느낀 현실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그의 새 출발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서 모아 온 돈과 그에 따른 시간이 쓰일 것이고, 사업을 하고 싶어도 불확실한 결과에 내가 노력해온 삶을 배팅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1억을 모으면 단번에 내 삶의 환경이 바뀌고 편안해질 것이라 생각했던 어렸을 적의 마음과는 달리 현실은 새로운 선택을 했을 때의 성패 여부, 성장 가능성, 내가 가진 것들을 잃는다는 불안을 주는 등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실행해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는 사회의 기준에 맞춰진 안정적인 삶을 선택하겠다고 전해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돈 있으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너무 쉽게 생각한 거 같아”


“돈의 크기보다 내 마음의 크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 같아.”


“돈이 있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을 만큼의 용기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 그렇기 때문에 물론 내게 그런 용기도 없는 거 같아”


“내게 필요한 건 내가 살아온 삶을 내려놓아도 괜찮을 정도의 마음이 가는 것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어린 나이에 돈이 있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돈을 벌었던 친구에게 남은 것은 돈과 두려움뿐이었다.


세상은 한 가지를 포기한다고 해서 한 가지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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