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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07. 2020

“할 수 있을 때 다 해봐”라는 말의 진실

하고 싶은 게 없어지는 순간들이 다가올 때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나만큼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사람도 없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하고 싶은 게 없어지고, 매일같이 뛸 것만 같던 심장이 어느 순간부터 뛰지 않았다.
어떻게든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는 무언가를 찾아보려 했지만 예전처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고민하다가 지난날들을 돌아보니, 내가 가장 열정적으로, 즐겁게 무언가를 했던 20대 초반의 순간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감정 그대로 여전히 뛰고 있는 내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난 여전히 과거의 꿈에서 깨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하니 머리가 하얘졌다.

시간이 흐르며 갖은 일들을 겪어나갈수록 "내가 생각한 대로 살아지지 않는구나"를 반복적으로 느끼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무언가를 도전해보려 하면 하고 싶은 일들의 가능성을 계산하다 보니 열정이 생기기도 전에 꿈이라는 표현과는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기보다는 막상 그것을 하려고 하면 할 용기나 열정이 없어졌다.


꿈, 열정과 같은 단어가 사치라 느껴지고, "당장 살아야 하는 문제에 부딪혀야 되니까" 라며 합리화하는 모습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는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위한 좋은 핑곗거리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거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이라는 변명에 찌들어 합리화를 하고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사는 게 옳다고 말하는 나 자신을 상상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내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꿈톡 토크쇼*를 진행하던 중 한 청중이 질문을 던졌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질문에 한 고등학생 아이가 마이크를 전달받았고 대답했다.

“열정이 있으면 다 할 수 있어요.”
“사회의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면 돼요.”

너무나 뻔한 이야기를 했다. 청중들의 눈빛을 보니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 친구한테 어떤 누구도 뻔한 이야기라고 말하며 의지를 꺾을 수 없었고, 속으로만 되뇔 뿐이었다. 어떻게 비꼬아 생각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고, 그 시기를 지나 나이를 조금 더 먹은 현재 현실이라는 변명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꿈이 없어지고, 열정이 없어진 건 다른 곳에 이유가 있는 게 아니었다. 없어져도 되는 이유가 생길만한 상황이 주어지자 본인의 자아를 죽이면서 서서히 그만두기로 선택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꿈 혹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말은 그 시기 내 입장으로 바라봤을 때, 무조건 맞는 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봐도 그게 아무리 터무니없는 것인지라 할지라도 말이다.

다만, 어느새 나는 그것들에 나도 모르게 핑계를 대는 혹은 내가 괜찮아지기 위한 반대를 하는 입장이 되었고, 스스로 지독히 싫어하던 정해진 프레임에 끼워 맞추며 살아가는 중일뿐이었다.

이야기가 지속되고 한 청중이 내가 하고 있는 꼰대 같은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을 때 그 아이는 딱 한마디 던졌다.

“왜 그렇게 살면 안 되나요”

그 마지막 말에 난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난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살아갈까?"


내가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불안의 크기가 꿈의 크기보다 작다는 것을 알지만, 현재 느끼는 불안의 무게가 꿈의 무게보다 더 크다고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할 수 있을 때 다 해보란 말의 진실은 불안의 무게를 짊어지기 전에 내가 가진 꿈의 무게를 더 키우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꿈톡 토크쇼는 비영리 청년문화기획단체 '꿈톡'에서 매월 진행되는 토크쇼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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