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담을 수록 꺼내기 힘들어지는 ...
난 오늘 무엇 때문에 힘듦을 겪고 있나
'이건 정신병이 분명하다'싶을 정도로 행복을 뒤로하는 순간 온갖 회의감과 좌절감이 다가오며 불안해지는 날들이 있었다.
그런 순간들이 내게 찾아올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침대에 눕거나 혼자 움츠려 들기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한 이유들은 항상 불안을 키워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급행열차와 같았다.
답답한 속이 터질 지경이 되자 나는 노트를 꺼냈고, 펜을 들어 무작정 써 내려갔다.
의식의 흐름대로, 절대 의식의 흐름을 깨우치려 하지 않았다.
의식을 하는 순간 난 글에 거짓을 섞고 있고 나의 생각을 자연스레 거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아니잖아"
"다시"
잘은 모르지만 분명한 건 내가 하는 생각에 무언가의 이유를 찾고 있다면, 그건 내 고민의 이유가 아니었다.
그렇게 수도 없이 종이가 검게 변할 때까지 내가 뭘 써내려가고 있는지 모를 정도의 글을 써내려가다 보니 최소한 스스로에게 이순간만큼은 가장 솔직할 수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오롯이 감정에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은 불안이 커질 때마다 꺼내는 노트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반복해도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아주 작은 공허함이 남아있었다.
솔직해짐으로써 이유는 찾았지만, 내면의 감정에 대해 표현하지는 못한 탓이었을까?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고, 이끌어내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들을 가져보기로 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어쩔 수 없어" 어설픈 표현들이 모여 조금씩 내 불안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표현을 통해 얻고자 함은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가?”에 대한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아닌, “무엇 때문에 내가 힘든가?”에 대한 솔직한 성찰이었다.
성찰이 반복될 수록 자존감도 자신감도 그리고 행복감도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추구하는 행복은 불안을 마주함으로써 그 원인을 해소하고, 불안해지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힘듦과 그로인한 불안은 항상 표현하지 못할수록 깊게 담기고 깊게 담을수록 점차 꺼내기 힘들어지는 마음의 병, 생각의 병이되었다.
20대까지의 내 삶은 왜 그토록 힘들고 불안했나 생각해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것 혹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현실에 대한 확신은 없는 상태로 먼 미래에 대한 불안만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조금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작은 확실한 일들을 만들다 보면 내 삶의 불안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만, 가까운 미래의 작은 확실한 일들은 내가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상태가 반복되기 이전에 이뤄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깊게 담아 꺼내기 힘들어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