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 기록

'답을 내려는 노력' 버리기

글쓰기의 최전선

by 플랜브로 박상훈

스마트폰 사진첩에 책 사진이 가득할 때가 있습니다.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책을 만나면 책 속에서 언급된 책을 포털에 검색해 캡처하곤 했습니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이 사람이 읽은 책을 나도 다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번진 겁니다. 마치 '이상적인 답'과 같은 글쓰기를 정해놓고, 이를 이루기 위한 일정을 짜듯 책들을 저장합니다. 물론 이 중 대부분은 읽히지 않습니다. 숙제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소설이든 시든 모든 책은 '문제집'이 됩니다.



점수에 연연해 공부했던 순간들이 유독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책 읽기를 하려고 해도 공부처럼 '정복'하려는 제 모습을 볼 때, 여행을 떠나서도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해 숙제하듯 쫓겨다니는 제 모습을 볼 때 그렇습니다. 우등생이 되려는 노력은 저만이 낼 수 있는 색깔과 여유를 반감시켰습니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답을 내야 했으니까요. 제가 사는 일상에서 이런 습관이 보일 때마다 이게 내 색깔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곤 합니다. 오랜 시간 반복해온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세상에서 오래가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없다. 해석된 사실만이 존재한다.


일을 하다 보면 나 스스로 만족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그럴 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곤 합니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법칙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떤 한 부분이라도 저다운 무언가가 결과물 안에 있을 때 만족스럽습니다. 거창한 일에서 뿐 아니라 아주 사소한 메일 하나도 저답게 쓰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답을 찾는 청소년이 아니라 내 색깔이 분명한 개인이 되고 싶습니다.



프리랜서의 세계는 냉정해요. 두 가지를 꼭 지키세요. 하나는 글에서 자기 색깔을 보여주고, 또 하나는 약속을 잘 지키세요.


책에서는 작가에게 하는 말이지만, 저에게도 걸리는 말입니다. 몇 년 전부터 들려오는 '프리랜서의 시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인 인재들의 세상'이 곧 오긴 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기술과 정보가 세상을 덮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제가 거기서 살아남는다면 '마케팅 전문가'나 '영업 전문가'를 동료로 찾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만의 명확한 논리와 색깔로 나에게 신선함을 안겨주고, 무슨 일을 함께 했을 때 이 친구가 날 배신하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을 찾을 것 같습니다. 저도 누군가가 찾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답을 내려는 노력'이 아닌 '나다움을 불어넣기 위한 연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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