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채널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일까?
어떤 제품의 론칭을 준비할 때, 대체로 가장 먼저 하는 조사는 '고객'입니다. 누구를 상대할지 알아야, 어떤 곳에서 어떤 이야기로 팔 지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아예 제조 단계부터 이런 관점을 가진 전문가가 참여하면 성공 확률이 올라가지만, 대기업이 아닌 대부분의 메이커분들은 제품이 완성된 후에 마케팅 전략을 세우곤 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내부 마케팅 전략 팀이 없더라도, 인구통계학적 타겟 정도는 다 정해져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그들의 생각을 파악해보는 겁니다.
20대 여성, 30대 남성 같은 타겟은 머릿속에서 잠깐 지워봅니다. 우리가 물건을 산다고 가정해보죠. 메이커분들이 가끔 잊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본인도 다른 누군가 만든 물건들을 산다는 겁니다. 내가 돈을 쓸 때의 생각, 혹은 주변 이들이 돈을 쓸 때 했던 말들을 깊게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 대표 마인드가 진짜 좋더라고.' , '여기 가성비가 진짜 좋아.' , '여기는 제품이 너무 재밌고 특이해.' 같은 말들을 곱씹어 유형화해보면, 우리 제품을 살 사람들의 생각을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브랜드 몰이나 오픈마켓에 들어와 쇼핑하는 사람들은 '소비자'입니다. 그들은 보통 특정 제품의 구매가 필요할 때 찾아옵니다. 이미 머릿속에 무엇을 살 지, 그중에서도 어떤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살지 정해놓고 들어옵니다. 대부분 이런 행동을 거쳐 구매가 이루어집니다.
1. 집에 칫솔이 떨어졌다.
2. 네이버나 쿠팡의 앱/웹을 켠다.
3. 검색어에 '칫솔'을 입력한다.
4. 필터링 버튼을 조절하거나, 00칫솔 같은 다른 키워드를 검색해본다.
5. 과거 여러 제품의 사용 경험들을 떠올려본다.
6. 나름대로 생긴 기준에 맞게 상세페이지를 선택적으로 빠르게 읽는다.
7. 써본 사람들의 리뷰를 본다.
8. 더 나은 선택이라는 확신이 들면 구매한다.
(간략하게 썼지만, 이 안에는 마케터가 전략을 세워야 할 수많은 요소들이 들어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투자자'입니다. 그들은 새로움과 가치를 만나기 위해 들어옵니다. 무엇을 살 지도, 당연히 세부 정보를 파악할 기준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미 내제되어 있는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이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이런 행동을 거쳐 투자하게 됩니다.
1. 잠깐 시간이 난다.
2. 와디즈 앱/웹을 켠다.
3. 요즘엔 뭐가 핫한지, 큰 숫자들을 본다.
4. 배너, 카테고리 등을 오가며 프로젝트들을 본다.
5. 마음에 드는 썸네일과 제목을 누른다.
6. 처음 보는 제품이라 자세히 읽어본다.
7. 메이커가 어떤 사람(혹은 기업)인지 검색해본다.
8. 뒤로 가기 / 알림 신청 / 펀딩 등의 행위를 한다.
9. 혹은 여러 이유로 지인과 공유한다.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행동을 조금만 상상해보면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든 투자자든 결국 '사람'이고, 때와 장소에 맞게 상대방을 배려하며 말해야 하는 것은 똑같으니까요. 투자를 하러 온 사람에게는 단순히 '우리 제품이 싸고 좋다', '디자인이 화려하다'라고만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추구하고, 그래서 나온 제품이 이거다'라는 메시지와, '이 제품이 그래서 뭐가 좋냐면...'의 메시지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을 읽으셨다면, 지금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한 번 들어가 보세요. 얼마나 많은 메이커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 그들이 투자자들에게 어떤 말을 걸고 있는지만 중점적으로 보시면 좋습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겐, 가치로 말을 걸 준비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