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메이커와 투자자의 대화듣기.
스토리 기획 스터디의 범위는 너무 넓어서, 순서를 딱딱 정해서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범주를 넘나들며 각 입장의 이해관계와 흐름을 파악하는데 주력합니다. 이전 글에서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방문하는 고객의 '성향' 정도를 파악했습니다. 이제 다른 메이커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번 보면 좋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다른 메이커(경쟁사)의 말과 그에 대한 투자자들(고객)의 반응을 같이 보면 좋습니다.
단순히 우수 사례를 보는 단계가 아닙니다. 내 제품에 투자할만한 사람들의 반응과 의견을 차분히 듣고,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찾는 단계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이미 시장 조사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스토리 작성 직전에 한 번 더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다른 메이커들은 무슨 말을 했나?
사람마다 스터디의 습관과 방향이 다릅니다. 똑같은 제품을 다 다르게 소개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른 메이커의 프로젝트를 보는 것은 나와 다른 관점과 표현법을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스토리를 역으로 추적해 기획안으로 되돌려보면, 그들의 스터디 흔적과 투자자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볼 수 있습니다. 국내 펀딩 사이트에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면,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 일반 판매 채널 - 그들의 광고 콘텐츠 순으로 넓혀가며 업계 경쟁사들의 어필 포인트를 확인합니다. 과연 그들은 각 채널별 고객 성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이런 포인트들을 어필하게 된 이유는 뭔지, 공통점과 차별점은 무엇인지를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2. 투자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메이커 혹은 경쟁사가 제시한 가치에 대한 반응은 이미 온라인상에 널려있습니다. 수치의 형태로도, 의견의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펀딩액(판매액), 리뷰수, 브랜드 이름과 연관 키워드의 검색량, 자신이 활동하는 SNS나 커뮤니티로 넘어와 남긴 상세한 후기까지. (아직도 블로그 상위 노출 같은 작업을 준비하는 메이커들이 있는데, 몇 개만 읽어보시면 이걸 왜 그만해도 되는지 아실 수 있습니다.) 각각의 메이커가 제시한 가치 밑에 그에 대한 반응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면, 그 제품이 되는 이유와 안 되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 제품의 되는 이유와 안 되는 이유도 함께 파악하고, 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두 거래 당사자 말고도, 한 제품의 거래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동시에 얽혀있습니다. 고객과 고객의 관계, 경쟁자와 경쟁자의 관계, 시장과 고객의 관계, 제조사와 유통사의 관계 등 공부의 깊이를 더해갈수록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끔 이런 이해관계와 흐름을 꿰뚫고 있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최대한 뽑아내는 편입니다. 제가 1~2주 공부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깊이가 그 안에 숨어있습니다. 본인이 이런 메이커라면, 여기서도 기획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으니 위의 자료와 함께 정리해보면 좋습니다.
이루어지는 시간과 장소, 형식이 다를 뿐 모든 거래행위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대화에 기반합니다. 파는 사람이 있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제품을 살만한 사람들의 의견을 미리 들으면, 더 나은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찍어내듯 짜깁기 된 스토리와, 깊은 고민과 이해를 거쳐 나온 스토리의 차이는 이런 데서 발생합니다. 크라우드펀딩은 힘들게 만든 제품을 대중에게 처음 소개하는 무대입니다. 내 브랜드의 첫인상을 만들 디테일을 위해, 이 정도 노력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