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랜브로 박상훈 Feb 29. 2020

하나의 메시지로 말해야 하는 이유

브랜딩,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하나의 생각을 꾸준히 전해야 기억될 수 있습니다.   


스터디와 글쓰기는 '끝'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한 분야를 공부해도 닿지 못하는 영역은 반드시 있고, 글도 마음먹고 고치면 수백 번도 고쳐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크라우드펀딩 스토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제품, 시장, 투자자들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했고, 이를 기반으로 스토리의 윤곽도 잡았다면, 이제 마무리를 짓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했다고 하더라도, 다음 단계부터는 스스로 다 해내기 힘들 수 있습니다. 사진, 영상, 디자인 등 많은 메이커분들이 외주를 구하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즉, 이제부터는 뭔가 맘에 안 들어 다시 하려고 하면 비용이 계속 늘어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쉽게 다시 쓸 수 있는 '글'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확실하게 정해야 할 기준이 있습니다. 스토리 속에 있는 내 제품과 메이커 소개란에 있는 내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를 확실하게 규정하는 겁니다.


브랜드가 전하는 하나의 메시지라고 접근하면, '그런 걸 생각해본 적 없다'라고 하시는 메이커분들이 많습니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게 아니라, 명확한 언어로 규정해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표님들이 어떤 제품을 그렇게 공들여 만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가 없이 시작했더라도, 긴 시간 몰입하면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새겨져 있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새겨져 있는 그분의 생각이 그 브랜드의 한 가지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평소 대화에서 '혁신'이란 말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제 주변에는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애플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사람들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생긴 이후 수없이 많은 광고들이 나왔고, 거기서 '우리 애플은 완전 혁신적인 기업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음에도, 사람들은 애플이라 하면 '혁신'을 떠올립니다. 애플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강력한 생각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이 거창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은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게 됩니다. '혁신'처럼 멋진 단어가 아니어도 됩니다. 먹을 걸로 장난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서 사업을 시작한 사람은 '재료와 조리법에 있어서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가 브랜드 메시지가 됩니다. 내가 재료를 고르는 기준, 기존 조리법의 문제점과 내가 개발한 조리 방법 등이 스토리에 들어가면 됩니다. 그럼 어떤 사진과 영상이 필요한지도 명확해집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정직한 음식에 대한 노력이 느껴지는 이미지나 글이 긴 시간 꾸준히 전달되면,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음식에 대해서는 정직한 브랜드'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애플처럼 유명한 브랜드가 아닙니다. 메시지를 하나만 정해서 전해도 각인이 안될 확률이 큰데, 이말 저말 잘된 사례를 따서 쓴 스토리를 사람들이 기억할 리 없습니다. 당장은 의미 없어 보일지 몰라도, 이 하나의 메시지를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펀딩 이후의 비즈니스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일은 시작됩니다. 내가 이 제품을 통해서, 그리고 앞으로도 사업을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기억되고 싶은 인상은 무엇일까요? 이게 내가 쓴 스토리 기획에서도 잘 드러나면, 이제 사진 촬영과 디자인 단계로 넘어갈 시간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