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화 레퍼런스 구하기
참고할만한 자료 좀 보내주실래요?
외주를 구해 일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사진, 영상, 디자인 등 가릴 것 없이 레퍼런스를 요청합니다.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글로 쓴 기획안은 읽는 사람의 경험에 기반해 각각 다르게 시각화됩니다. 내가 생각하는 '예쁜'과 남(그것도 생전 처음 만나는 외주 업체의 전문가분)이 생각하는 '예쁜'은 항상 다릅니다. 비슷한 느낌의 시각화 사례들을 직접 뽑아 보여주면 소통은 더 빠르고 편해집니다.
크라우드펀딩을 준비하는 메이커라면 레퍼런스를 선정할 때 항상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고, 지금도 언급하고, 앞으로도 언급할 것. 자신의 제품을 통해 전하려는 말입니다. 레퍼런스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맥락의 결과물입니다. 내 생각, 내 맥락과 완전히 똑같은 레퍼런스는 찾을 수도 없고, 만약 찾으셨다면 제품 자체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이미 한참 뒤처진 제품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례를 참고하고 모방하는 것은 좋은 공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단, 남의 잘된 부분을 줏대 없이 이것저것 가져와 붙이기 시작하면 오히려 스토리가 힘을 잃습니다. 대화를 하는데 자기 생각은 하나도 없고 남의 말만 주야장천 따라 하는 사람을 만나면 여러분이 느끼는 감정이, 잘된 레퍼런스만 가져다 붙여놓은 스토리를 봤을 때 서포터들이 느끼는 감정입니다. 적어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메이커라면, 아래 사항들 정도는 고려하고 레퍼런스를 선정해야 합니다.
1. 내 제품이 풍길 분위기.
대기업처럼 멋진 브랜드 가이드가 없어도 됩니다. 내가 펀딩 할 제품이 풍기는 분위기에 맞는 폰트, 스토리 전체에 녹여질 컬러 톤 정도만 정해도 충분합니다. 아직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시지 않았다면, 내 제품을 표현할 형용사를 몇 가지 생각해보세요. 똑똑한, 부지런한, 영감을 주는, 따뜻한, 쿨한 등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형용사면 좋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본인의 마음속에 새기는 것만으로도, 결과물이 많이 달라집니다.
2. 무조건 예쁘게 말고, 맥락에 맞게.
처음 시각화 기획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예쁜' 레퍼런스만 잔뜩 찾아오게 됩니다. '패키지 모양이 비슷하고, 라인업 수도 비슷하니까 이렇게 찍으면 좋겠다'가 되면 안 됩니다. 무조건 예쁜 소품과 꽃을 배치해서 찍으면 끝이 아닙니다. 내 제품이 실제 사용자의 집이나 사무실에 어떻게 놓일지, 주로 어떤 상황이나 시간에 마주할지, 사용할 땐 어떤 각도에서 내 제품을 보게 될지를 상상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이 제품을 사용하는 내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질 때 제품을 구매합니다.
3. 어디 어디에 쓸 건지 생각!
사진이든 영상이든 디자인이든, 한 번 제작하면 여러 곳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스토리에만 쓰고 버리는 것만큼 낭비가 없습니다. SNS 피드, 광고 소재, 팸플릿, 스토어 배너, 웹사이트, 오프라인 배너, 온라인몰 상세페이지 등 일관된 톤을 적용해야 할 모든 사용처들을 차분히 정리해봅니다. 한 번에 완벽하게 할 순 없어도, 이런 기획 습관 자체가 비용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마케팅의 모든 과정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것과 유사합니다. 자신에게 맞게 외모를 꾸미고, 자신의 소신과 주관을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전달하고, 긴 안목으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입니다. 닮고 싶은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분위기가 비슷해져 가듯, 내 브랜드와 제품이 닮고 싶은 분위기를 가진 사례를 찾아 관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벤치마킹의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