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랜브로 박상훈 May 06. 2021

끝까지 읽게 만드는 펀딩 스토리 도입부작성법

무조건 특장점 3개 넣는 게 아닙니다.

펀딩 스토리를 작성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곳이 초반 도입부입니다. 일반 쇼핑몰 상세페이지도 마찬가지죠. 제품을 처음 보는 소비자가 이 페이지를 끝까지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는 5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스토리 중반부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GIF와 사진을 준비했어도, 처음 들어왔을 때 '오!' 하는 무언가가 없으면 거기까지 스크롤이 내려가지 않죠. 사람들은 빛의 속도로 뒤로 가기를 클릭하거나, 스마트폰 위 엄지손가락을 몇 번 스윽 움직여 창을 꺼버릴 거예요. 


와디즈는 딱 여기서 스크롤 1~2번 내려갈 때쯤까지가 도입부예요.



그래서, '오!' 하는 무언가가 뭔데요?


그걸 찾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머릿속에 우리 제품에 대한 지식을 리셋하는 겁니다. 나는 이 제품을 처음 본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이렇게 주문을 외워보세요. 여러분은 제품에 대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걸 볼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요. 여러분의 마케팅 파트너도, 여러분을 돕는 와디즈 PD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오! 하는 걸 찾고 있지, 우리끼리 '역시~ 우리 제품 좋아~'하는 걸 찾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일단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우리가 정한 3가지 특장점들' 같은 건 잠시 내려놓으세요. 그다음, 아래 세 단계를 차분히 따라봅니다. 



STEP1. 그들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나


최근에 '공백'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직수 정수기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제품의 많은 장점들은 잠시 뒤로 하고, 우리 정수기를 쓰지 않는 사람들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봤어요. 블로그, 카페, 지식인, 다른 정수기 제품의 리뷰들을 최소 100개 이상 읽어봤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더군요. 


매번 설문을 할 수 없을 땐, 네이버가 도움이 됩니다.


생수를 사 먹는 사람들

정수기 놓기엔 주방이 좁아요. 

요즘 정수기는 앞에서 보면 얇은데, 옆에서 보면 생각보다 커요.

플라스틱 병 버리는 게 일이에요. 죄책감도 좀 들고요.

생수 옮기는 택배 아저씨들 마주쳤는데,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다른 정수기를 쓰고 있는 사람들

관리해주는 게 편하긴 한데 맨날 약속 잡는 것도 귀찮아요.

혼자 필터 교체하고 있어요. 근데 교체주기를 까먹기도 해요.

필터 속이 안보이니까, 얼마 안 써도 그냥 주기마다 바꿔요.

렌탈 그거 따지고 보면 생각보다 싸지 않아요.



STEP2. 우리 제품은 뭘 해결해줄 수 있나


소비자가 불편해하는 게 뭔지 보이네요.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몸이 불편하기도 한 것 같아요. 마침 저도 1인 가구고, 생수를 사 먹고 있어서 몇 가지 공감 가는 게 있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 제품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공백 직수 정수기의 장점들을 다시 나열해봤습니다. 


적은 공간 차지 : 지름 10cm 공간 정도면 설치 가능 

설치 ~ 사후관리까지 비대면 : 원할 경우에만 기사 방문 설치 

투명한 필터 : 물 마실 때마다 필터 상태 확인 가능

라이트 알람 : 교체 주기를 빛 색깔로 알려줌

디자인 : 주관적인 기준이 섞이지만, 호불호 적은 디자인

직관적인 사용성 : 원터치 물 조절

자체 살균 기능 : 1시간마다 자동 살균

필터의 높은 퀄리티 : 권위 있는 기관의 인증서 보유


이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고 있는 3가지를 골랐습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3가지였죠. 다만 위에서 정리한 우리 언어로 쓰지 않고, 소비자의 언어로 조금 바꿨습니다. 그들이 언급하고 있는 '주방 공간', '보이지 않는 필터', '번거로운 관리'라는 불편한 언어로 말이죠.



STEP3. 시각적으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처음 만나는 디지털 소비자에게는 언제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도입부를 마주할 소비자는 아직 우리 제품의 글을 자세히 읽어볼 만큼의 관심이 생기기 전 상태니까요. 시각화 작업은 최대한 소비자가 자주 하게 될, 혹은 보게 될 장면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래는 GIF인데, 지금은 캡처로 보여드릴게요.)


냄비나 볼에 물을 받아도 자리가 남아요.
필터가 보이니까, 교체할 시기도 더 쉽게 알겠죠?
집에서 필터 쉽게 분리할 수 있어요.


이런 정수기 찾으셨죠?라고 말해주는 거죠. 소비자들은 대부분 광고를 보고 관심이 생겨 우리 스토리를 마주하기 때문에, 매체 광고 소재에도 비슷한 메시지를 넣어주면 좋습니다. '이제 생수병 버리러 안 나가요' 라던가, '생수 한 병 크기의 직수 정수기'라는 메시지를 이미지와 함께 넣어주는 거죠. 


광고 소재 예시

그럼 소비자는 '어? 마침 이런 거 필요했는데, 뭐 새로 나왔나?' 하고 광고 클릭, 스토리 초반 도입부 발견, '오! 이거 괜찮은데?' 하는 흐름을 거쳐 제품의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정보를 더 얻고 싶다고 판단되면 스토리를 더 읽어볼 거고, 다 읽은 후 마음에 들면 구매로 이어지는 거죠. 광고를 보고 생기는 기대나 궁금증이 스토리 도입부에서 풀리면 스토리를 끝까지 읽을 확률이 높습니다. 


완성된 스토리 보러 가기




무조건 제품 특장점 3개 넣는 게 아닙니다.


만약 제품이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라면, 소비자가 그 제품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없다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휴대용 선풍기'를 펀딩 하는 기업과 '화성에서 쓸 헬멧'을 펀딩 하는 기업이 있다고 해보죠. 좋은 휴대용 선풍기를 고르려고 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몇 가지 기준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바람의 세기나 배터리 지속 시간, 소음 같은 걸 말이죠. 하지만 '화성에서 쓸 헬멧'을 고를 땐 어떤가요? 뭘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제품의 도입부에는 특장점을 넣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목을 움직여도 산소가 세지 않는 견고한 밀착감' 따위의 제품 자랑보다, 이 제품이 왜 필요하고, 이런 상황에서 특히 유용하게 쓰인다는 걸 먼저 말해줘야 합니다. 그다음, 이런 기준을 가지고 제품이 좋은지 판단해보라고 알려주면서 설명을 이어가야죠. 우리가 기준이 되는 겁니다.  


비슷한 제품을 펀딩 했던 경쟁사가 제품 결함이나 배송지연으로 소비자들에게 짜증과 불안감을 안겨준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저라면 도입부에 제품의 특장점을 넣기보다는 경쟁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 선에서 이런 메시지를 먼저 넣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제조에서는 ~한 노하우를, 유통에서는 ~한 노력을 통해 서포터님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포터님들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스토리에 있는 설명 그대로의 리워드를 약속된 시간에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무조건 자극적인 이미지를 3개 제작해 넣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상황을 이해하는 도입부를 짜야합니다. 그래야 소비자의 다음 행동이 우리에게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레퍼런스 선정 전 고려할 3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