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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랜브로 박상훈 May 09. 2021

펀딩 준비할 때, 회의시간에 논의해야 할 5가지

팀원들과 아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플랜브로죠? 이번에 저희가 와디즈를 한 번 해보려고 하는데요...’
‘이번에 브랜드 신제품이 나왔는데요. 저희 대표님이 와디즈 한 번 해보자고 하셔서…’


펀딩 컨설팅 상담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됩니다. 간단한 통화나 메일을 주고받은 후 대면 미팅이 이어집니다. 미팅은 대부분 제품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내부 회의만으로는 풀리지 않았던 고민들을 해결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생각보다 펀딩에 대한 '실전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구글에 크라우드펀딩을 검색하면, 크라우드펀딩의 정의나 플랫폼의 종류, '스토리 아주 자알 만들어드립니다' 같은 광고들만 나옵니다. 유튜브를 찾아봐도 당장 써먹을 정보는 찾기 어렵죠.


와디즈에서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을 참고해보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펀딩을 준비하는 기업에서 회의시간에 나눠야 할 주제들을 몇 가지 생각해봤습니다. 다른 성공한 프로젝트들을 분석해보는 것도 좋지만, 프로젝트를 이끌어가야 할 메이커는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 지금 펀딩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이 글을 보셨다면, 다른 프로젝트들의 창을 잠시만 닫아주세요. 서랍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팀원들과 함께 아래 내용들에 대한 답을 내려봅니다.



1) 우리 지금 왜 펀딩 하려고 하는 거지? 


단순히 '우리랑 비슷한 제품이 잘 되는 걸 봐서', '주변에 누군가가 추천해서(와디즈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와디즈에서 제품이 먹힐 것 같아서(그래서 매출도 터질 것 같아서)' 같은 이유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13~15%가량의 수수료, 서포터들이 메리트를 느낄 할인가, 이벤트까지 준비해야 하는 채널에 들어갈 땐 좀 더 명확한 목적이 필요합니다.


펀딩은 이럴 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 시장에는 없던 혁신제품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초기 수용자들이 필요할 때 (타겟팅)

신생 브랜드라 초기 팬 확보가 필요하고, 그들과 관계를 꾸준히 이어가고 싶을 때 (관계 형성)

투자 유치 / 파트너사 발굴 / 홍보를 위한 임팩트 있는 수치가 단기간에 필요할 때 (자료)

제조 기간 동안 소비자의 의견을 한 번 더 듣고, 이를 생산에 반영하고 싶을 때 (검증)

판매 채널 준비가 이미 진행 중이지만, 본격적인 유통 전에 스타트 채널이 필요할 때(판매채널)

사회적 가치를 위해, 혹은 어떤 이유로 소량 생산하는 제품의 완판을 목표로 할 때 (캠페인)


크라우드펀딩은 원래 신생 브랜드나 개인이 제조 자금을 모으는 채널이었지만, 이제는 그 활용 범위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인지도 있는 브랜드의 마케팅 채널로도, 사회적 기업의 캠페인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죠. 왜 하는지에 대한 답을 통해 방향성을 먼저 정하면, 그에 따른 전략도 훨씬 유연하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와디즈에서 진행한 라이프스타일 컬렉션 펀딩



2) 무엇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까? 


펀딩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방금 잡은 방향성을 딱 한 단계만 더 구체화해봅니다. KPI를 잡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펀딩액을 얼마 달성할지, 광고비를 얼마 쓸지를 정하는 건 크게 의미 없습니다. 희망사항만 말하게 될 확률이 높죠. ('5억 정도 되면 좋겠어요'.... '네. 저도요'...) 


위에서 언급한 케이스 중 3번째, 홍보를 위한 '자료'를 목적으로 펀딩을 한다고 해볼까요? 이상적인 결과는 압도적인 펀딩액으로 사람들에게 이슈도 되고, 높은 순마진도 챙기고, 국내외 판로를 개척할 좋은 파트너들까지 만나는 겁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항상 이상적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봤던 '그 대박 펀딩'의 메이커도 사실 과감한 광고 투자를 위해 마진을 일부 포기했을 수 있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예 마진을 생각하지 않고 서포터들에게 압도적인 혜택을 주는 메이커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우리 펀딩의 이유를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과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해봅니다. 만약 그게 비용이라면, 채널 수수료, 광고비, 할인율, 이벤트, 외주 비용(필요할 때만), 팀에서 프로젝트에 들일 시간 등을 함께 고려해볼 수 있죠. 


펀딩을 단순히 '제일 먼저 시작하는 판매 채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을 더 깊게 이해하는 게 우선순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펀딩을 하다 보면 우리 예상과 다른 고객들의 반응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후 더 큰 시장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짤 때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인사이트죠.


우리 제품의 여러 소구 중 이 소구 포인트에 특히 소비자가 많이 반응하는구나.
생각보다 30대 이상의 여성층이 우리 제품을 좋아하네? 왜지? 
이런 이미지와 메시지 조합의 광고 소재가 CTR이 제일 높게 나오네...
고객 문의로 이런 질문이 많은 걸 보니, 이게 확실히 해결되지 않으면 전환에 방해가 되겠구나!



3) 한 번만 할까? 여러 번 할까?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하면 한 번 인연을 맺은 서포터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내 프로젝트에 펀딩 했거나 관심을 표했던 사람들에게 '새소식'이라는 수단으로 계속 푸시 알람을 보낼 수 있죠. 단기간에 재구매가 가능한 소모품이나 화장품, 푸드 카테고리 메이커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제품력만 인정받는다면, 광고비가 아니라 이미 확보된 서포터들의 긍정적 후기와 입소문이 펀딩액을 서서히 불려주죠. 


여러 차례 펀딩을 통해 팬을 모으는 사례 (맨 왼쪽 위는 검색어에 걸린 다른 메이커예요!)


고객과 꾸준히 관계를 이어갈 브랜딩 채널로서 펀딩을 활용할 생각이라면, 애초에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 제품과 팀을 믿고, 여러 차례 펀딩을 통해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가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거죠. 


펀딩 이후에 이미 판로가 다 정해져 있어 펀딩을 다시 할 수 없다면? 비슷한 메시지를 가진 후속 제품으로 하면 됩니다. 후속 제품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면? 서포터들만을 위한 특별 구성을 기획해 앵콜 펀딩을 할 수도 있죠.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지 않은 구성이라면 가능합니다. 


펀딩도 한 번만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내 브랜드의 팬들과 꾸준히 소통할 수 있는 'SNS를 닮은 특별 판매 채널'. 펀딩을 이렇게 정의할 수도 있는 거죠. 



4) 우리가 할까, 도움을 좀 받을까? 


이제 업무를 어떻게 분배할지 정합니다. 이미 자사몰이나 스마트스토어 등을 통해 매출을 내본 경험이 있는 브랜드라면 펀딩도 충분히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 차례 펀딩을 해본 펀딩메이트나 다수의 프로젝트를 관리해온 와디즈 PD님들과 함께하면 조금 더 수월해지긴 하죠.


제품에 대한 건 이미 준비가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메이커 입장에서 펀딩에 필요한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안에 세부적인 업무들을 간단하게 나열해봤습니다. 


1. 스토리를 제작해 프로젝트를 오픈한다 


계정 생성이나 요건 확인, 서류 준비 등의 절차적 업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부분은 역시 스토리입니다. 내 제품에 펀딩 했을 때 고객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펀딩을 하는 우리는 어떤 사람들인지 잘 설명해야 하죠. 제품/대안/소비자 조사, 스토리 글 작성, 사진 및 GIF촬영, 영상 촬영, 디자인, 제출 후 채널 심사 대응, 광고 소재 제작 등의 업무가 있습니다. 


2. 오픈 이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성과를 낸다. 


오픈 이후 퍼포먼스 마케팅을 뜻합니다. 와디즈에서 활용 가능한 각종 구좌나 푸시광고, 와디즈 회원 DB를 활용한 SNS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의향이 있는 메이커라면 수수료를 더 내더라도 PD님과 함께 하는 게 좋습니다. 자사 매체에 데이터를 쌓고, 더 넓은 타겟에게 제품을 인지시키면서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자사 브랜드 채널을 함께 활용하는 게 좋죠. 와디즈 프로젝트의 퍼포먼스 마케팅 방식에 대해서는 따로 한 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개편된 와디즈 수수료 체계


내부 역량과 리소스가 충분하다면 PD님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2~3% 추가 수수료 발생) 우리가 직접 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한 업무가 있거나, 다른 업무량이 많아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라면 펀딩메이트에게 외주를 의뢰할 수 있죠. (외주 비용 발생) 



위 전 과정을 A-Z까지 모두 묶어서 하는 곳도 있고, 저 안의 내용을 더 세부적으로 나눠서 의뢰가 가능한 곳도 있습니다. 내 예산과 필요에 맞게 선택하시면, 합리적인 비용으로도 충분히 좋은 파트너를 만날 수 있습니다. 



5) 리스크는 없나? 


마지막으로 위험요소를 점검해봅니다. 펀딩이라는 채널은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가 공존하는 채널입니다. '좋은 메이커의 신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엉터리 제품에 배송과 CS까지 엉망인 업체들이 많은 곳'이라는 인식도 있죠. 우리 프로젝트가 후자의 인식을 강화시키는 프로젝트가 되어선 안됩니다.


펀딩도 기본적으로 돈이 오가는 채널입니다. 브랜드와 메이커의 실물을 전면에 내놓고 하는 프로젝트라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서포터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줄 수 있는 요소들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제품의 품질, 생산 일정, 배송, 커뮤니케이션, 펀딩 이후의 판매 가격, 이벤트까지. 우리가 모든 약속을 지키면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본격적으로 펀딩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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