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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랜브로 박상훈 Jun 17. 2021

크라우드펀딩 스토리 제작 팁 (4) 사례분석

기획 의도와 내게 적용할 요소를 파악합니다.

많은 분들이 펀딩 스토리를 쓰기 시작할 때 '성공사례'에 매몰되곤 합니다. 높은 펀딩액을 기록한 프로젝트의 스토리를 보면서 '우리도 비슷하게 하면 성공할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지는 거죠. 제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전혀 다름에도 카테고리가 같다는 이유로 '이렇게 만들어주세요'라는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례분석은 누군가가 완성해놓은 기획물의 '초안'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이 부분이 좋다', '이 부분이 안 좋다'가 아니라, '이걸 왜 썼을까', '여기서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 브랜드는 원래 어투나 색채가 이랬었는데, 여기서만 이렇게 썼네?' 등의 생각을 해야합니다. 전자는 감탄이고, 후자는 분석입니다. 물론 감탄도 꾸준히 쌓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더 많이 필요한 건 분석입니다. 


역시 애플은 카피를 참 잘 써 : 감탄입니다.



사례분석은 언제 시작해야 할까?


사례분석은 프로젝트 시작단계부터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제품의 핵심 메시지(=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특징 + 그게 소비자 일상에 미치는 영향)가 정해졌을 때 시작합니다. 이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례만 찾으면 우리 메시지를 남의 스토리에 끼워 맞추게 됩니다. 


위 그림 속 '스피드 그 이상의 스피드'라는 애플의 첫 카피는 이번 아이폰 12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새로 적용된 고성능 칩'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 칩은 우리에게 '빠른 인터넷 속도'라는 혜택을 줍니다. 핵심 메시지는 그냥 정하는 게 아닙니다. 치열한 제품 개발은 기본이고, 시장조사와 대안 분석,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집니다. 이런 과정을 충분히 거치면, 사례 분석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분석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우리와 동일한 카테고리에 있는 펀딩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꼭 거기에만 머물러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예전에 레퍼런스 선정 방법에 대해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지만, 우리가 전해야 할 핵심 메시지가 명확하면 비슷한 메시지를 던지는 다른 카테고리의 프로젝트를 분석할 때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우리 제품의 가장 큰 강점이 '작고 가벼워서 + 휴대하기가 좋다'라고 해볼까요? 그럼 카테고리 구분 없이 우리와 비슷한 강점을 내세운 제품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지 보는 겁니다.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들어가 보지 않아도 썸네일을 보면 대략 어떤 제품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좋은 에코백과 우산 프로젝트



만든 사람의 의도를 수집하고,
우리를 돌아봅니다.


오른쪽 우산 프로젝트를 선택했다고 해보죠. 이전에 이미 2.6억의 펀딩액을 달성했던 메이커님의 앵콜 프로젝트네요. 클릭하기 전에 한 번 예상해볼까요? 아마 최상단에는 이전의 펀딩 성과와 후기들을 볼 수 있게 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품이 업그레이드됐다면 그 내용도 나오겠죠. 그다음은 기존의 스토리가 나오는 구조일 것 같습니다. 


확인해볼까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앵콜펀딩의 초반부는 대부분 이렇게 시작됩니다.


우리의 리워드가 긴 시간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의 의심을 없애줍니다. 아마 스토리를 제작하신 분도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의 신뢰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 파트를 넣으셨을 겁니다. (기획 의도 수집) 분석은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우린 지금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함께 기록해놔야죠. 


'우리는 첫 펀딩인데 어떻게 소비자의 불안을 없애줄 수 있을까?'

'개발 기간 동안 자문을 받았던 인지도 높은 전문가분께 협조를 요청해볼까? 

'우리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타제품을 언급하며 시작해볼까?'


이런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초안까지 가볍게 작성해봅니다. 눈에 확 들어오는 디자인 레이아웃이 있다면 화면을 캡처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벼우면서도 넓은 우산이네요.


밑으로 내리다 보면 우리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선택한 이유, 핵심 메시지가 나오네요. 기획자는 이 제품이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이를 소비자에게 솔직하게 말합니다. 고급스럽지도 않고, 튼튼하지도 않은 우산이라고요. 하지만 여행에 있어서는 최고의 우산이라고 말해줍니다. 뒤이어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스마트폰, 물병과 같은 비교 대상을 통해 제품의 무게를 알려주죠. 가볍고 작은 우산이지만, 펼쳤을 때는 일반적인 우산보다 폭이 넓어 비를 더 잘 막아줄 수 있다는 것도 그림으로 쉽게 보여줍니다. 


그럼 또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제품은 어떤 상황의 소비자에게 가장 유용한 제품일까?'

'우리 제품의 무게와 크기를 비교 방식으로 보여준다면 어떤 물건과 비교하는 게 좋을까?'

'작고 가벼운데 성능은? 우리는 어떤 성능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지?'




이렇게 고민하고, 답을 내리는 과정에서 스토리는 조금씩 완성됩니다. 가끔 펀딩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면서 성공사례만 계속 읊어대는 사람들을 봅니다. 남이 읊어주는 성공사례 100개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혼자 분석한 한 개의 사례가 더 의미 있습니다. 분석의 핵심은 '이래서 성공했다'가 아니라,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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