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먼저 그려보세요
사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해결하고 싶은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에서 대부분의 사업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찾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들의 삶이 편리함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점점 더 마주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금을 최선의 상황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구상해 제안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업에 성공합니다. 고객들은 '이런 생활도 있구나(내 인생에 도움이 되겠다)'라고 느껴지는 제품에 돈을 지불합니다. 사용 경험이 만족스러우면 그 생활을 계속 유지하게 되고, 입소문으로 고객 수가 늘어나면서 제품도 점점 발전하게 됩니다. 고객들은 이제 그 제품이 있는 상황을 최선의 상황으로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 제품이 없던 시절이 문제가 있던 시절이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그 제품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지면, 그 제품을 만든 기업과 창업가는 막대한 부를 얻게 됩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볼까요? 세탁기가 없던 시절엔 '빨래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비교적 대놓고 드러난 문제입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육체적 고통은 발견하기 쉬운 문제 중 하나입니다. 실제 손빨래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몸이 힘듭니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빨래 비누를 묻히고, 문지르고, 헹구기를 반복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지금보다 많았던 그 시절의 빨래는 중노동에 가까웠죠.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를 어쩔 수 없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가사 노동이라고 생각할 때, 누군가는 더 이상적인 미래 상황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 일을 대신해주는 기계가 있으면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직접 해보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을 정도의 시행착오와 난관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세탁기가 등장했고, 이걸 만들어 파는 기업들은 부자가 됐습니다.
세탁기로 빨래하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삶이 조금은 편리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 된 세탁물을 꺼내서 말리는데서 문제를 발견합니다. 몸이 힘든 건 빨래보단 덜하니까 참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제들이 눈에 보입니다. 장마철엔 긴 시간 말려도 옷이 뽀송뽀송해지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세탁물이 얼어버려서 집 안에 말려야 하고, 그 건조대가 내 공간을 어지럽힙니다. '날씨가 그런 걸 어떡함...' 하며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와중에, 또 누군가가 더 나은 미래를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아니 빨래도 기계가 하는데, 건조는 왜 못해?"
일련의 연구 과정과 다수의 실패, 그 외 각종 난관을 거쳐 건조기가 등장했고, 이걸 만들어 파는 기업도 부자가 됐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AI 기능과 결합해 나오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 옷을 넣으면 세탁기가 알아서 세탁 코스를 설정합니다. 깔끔하게 세탁된 옷을 꺼내 바로 위에 있는 건조기에 넣으면, 옷감에 따라 적절한 온도로 옷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줍니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없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알게 됐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사람이 부를 얻는다는 걸요. 그래서 나름대로 상상을 해봅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나의 기계로 합쳐지고, 그 안에 빨래를 개는 로봇 팔이 추가되면 어떨까? 옷만 넣으면 빨래-건조-정리까지 원스톱으로 한 번에 해결!" 이런 상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아예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살면서 아예 빨래를 안 할 수 있다면, 그만큼 삶의 질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빨래를 문 앞에 두면 수거해가고, 다음날 아침에 우리 집 앞에 깔끔하게 개어진 옷들이 포장되어 배송됩니다. 단순 빨래는 물론 드라이클리닝까지 한 번에 가능합니다. 앱으로 간편하게 결제하거나, 아예 월 단위 구독을 해버릴 수도 있죠. 얼마나 발전된 세탁기와 건조기가 나오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집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필요 없거든요. 이미 몇 년 전부터 세탁특공대, 런드리고 등의 서비스들이 해결하고 있는 문제와 해결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현재'와 '이상적인 미래'의 간극에서 발생합니다. 앞으로 수많은 창업자들이 세상을 더 편리한 곳으로 바꿔갈수록 문제는 더 희소해질 겁니다. '이상적인 미래가 굳이 필요한가? 지금 이미 충분히 좋은데?'라는 생각이 만연해질 수도 있겠죠.
이럴수록 고객 개개인의 가치관에 기반한 '미래'를 구상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보편적인 문제(빨래가 너무 힘들다)들이 해결되면 점차 개인의 가치관에 기반한 문제(빨래를 내 삶에서 없애고 그 시간동안 더 소중한 일들을 하고 싶어)들이 드러납니다. 예전에는 없던 기술(스마트폰, 앱)로 해결할 수 있는 더 개인화된 문제가 드러나는 거죠.
안전하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문제가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로 충분히 해결되었을 때, 누군가는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는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는 세상을, 누군가는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구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에 기반한 미래'를 구상하는 사람들이 이 풍요로운 세상의 문제를 더 빠르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