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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랜브로 박상훈 Dec 19. 2022

팔리는 세일즈 언어 기획법

내 제품의 '이력서'를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보통 고객에게 제품을 팔면 돈을 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여기에서 멈추면 [판매 전~판매]까지의 영역만 고민하게 됩니다. 돈과 제품을 '교환'하면 끝! 판매가 일어나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니 그 뒤는 잘 안 보게 되는 거죠. 


시야를 더 넓혀보면 어떨까요? 제품을 파는 것을 '고객이 제품을 고용해 그들의 과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보는 겁니다. 생각을 이렇게 확장하면 [판매 전~판매~판매 이후]까지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 제품이 고객의 어떤 상황에 고용되어 어떤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지를 보게 되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JOB 이론'입니다. 


팔리는 세일즈 언어 기획법


JOB 이론은 원래 혁신적인 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파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세일즈 언어를 기획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제품을 파는 것까지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제품의 장점만 말합니다. 이 제품에 적용된 뛰어난 기술, 세련된 디자인, 광고 모델에 대해서 말하죠. 제품을 '고용되게' 하려는 사람은 다릅니다. 이 제품이 고객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말합니다. 마치 내 제품의 이력서를 써서, 이 제품을 고용해달라고 면접관(고객)에게 보내는 느낌으로요. 


이른 아침 시간 셰이크가 고용되게 하려면 면접관(고객)들에게 어떤 이력서를 보내면 좋을까요? 아침 6시 30분에 드라이브쓰루로 셰이크를 고용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차로 장거리 출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침 식사 대신 차에서 먹을 간단한 끼니(면접관이 해결할 과제)가 필요한 사람들이죠. 바나나, 도넛 등이 다른 지원자가 될 수 있겠네요. 셰이크가 고용되게 하려면 면접관들이 우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바나나는 1분이면 다 먹기 때문에 금세 배가 꺼집니다. 먹고 남은 껍질도 처치 곤란이죠. 도넛은 운전하면서 먹기에 그렇게 간편한 끼니는 아닙니다. 가루가 떨어져 차가 더러워질 확률이 높고, 손도 끈적해져 운전이 불편해집니다.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셰이크의 이력서에는 '영양성분'이나 '달콤한 맛'이외에 다른 이야기를 함께 적어야 합니다.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도 먹을 수 있는 든든한 셰이크 한 끼, 아침 출근길에 추천드려요! 


무언가를 잘 파는 사람들은 이런 언어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실적이 뛰어난 자동차 딜러,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광고를 만드는 마케터, 백화점에서 옷을 잘 파는 직원까지. 제품을 갖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은 '판매'관점에서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파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상대방에게 고용된 이후의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60만 원 상당의 겨울 외투를
'판매'하는 백화점 직원 

신소재로 만들어져서 따뜻하면서도 가벼워요.

대세 연예인 ㅇㅇㅇ이 입은 게 바로 이 제품이에요. 

한 번 편하게 걸쳐보세요. 제가 사이즈 봐드릴게요.


60만 원 상당의 겨울 외투를
'고용시키려고' 하는 백화점 직원
  

(옆에 있는 니트들을 겹쳐 보여주면서) 이번 컬러가 여러 종류의 니트들이랑 매칭이 잘 되게 나왔어요. 

연말에 모임 있으실 때나, 결혼식처럼 셋업 입으실 때 위에 매칭 하면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럽죠. 

1년에 한 번만 드라이하시면, 5년은 유행 안 타고 꾸준히 입으실 수 있을 거예요. 



세일즈 언어를 기획할 때
경계해야 할 것 


영화 '원라인' 보셨나요? 이동휘 배우가 연기한 송차장은 대출 사기를 치는 과정에서 고객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세일즈 언어를 사용합니다. 고객에게 고용될 물건(외제차)이 어떤 일을 하는지 과장되게 이야기해 사람의 감정을 휘둘러놓는 거죠. 대출을 받아서라도 갖고 싶게 만듭니다. 


이 차 타고 나가면 한 시간 뒤에 여자 생기고, 두 시간 뒤에 결혼식 올리고, 세 시간 뒤에 신혼여행 출발. 아 행복하다~ 

영화 '원라인' 화면 캡처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실 여부를 고민하지 않고 허위, 과장을 섞어 이력서를 작성하면 이렇게 마케팅 언어가 사기의 언어로도 둔갑할 수 있습니다. 마케터는 항상 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제품을 고용시키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탈이 나게 됩니다. 사기를 치기 위해 모인 집단이 아니라면, 이런 성과는 그 어디에서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제품은 고객에게 고용되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나요? 고객을 면접관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제품의 이력서를 써보세요. 우리 면접관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는지, 우리 제품은 그 상황 속에 뛰어들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왜 다른 제품이 아닌 우리 제품이 그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정리하다 보면 면접관이 기꺼이 돈을 주고 고용할 수 있는 이력서가 완성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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