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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 노원 Jan 11. 2019

눈을 감고

조금 먼 곳을 봐라

#2. 눈을 감아라


사실 인생은 아주 길고 지루하다. 미리 스포를 해서 미안하지만 정말 그렇다. 잠깐의 즐겁고 짜릿한 시간이 지나가면 또 그저 그런 나날의 연속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그런 날들 말이다. 학교, 학원, 집을 진자 운동처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메트로놈 소리에 면이라도 걸린 듯 몽롱해질 것이다. 어쩌면 너희들은 벌써 어떤 최면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지금이 인생의 전부이고 이번에 치른 시험의 결과가 너희를 결정한 것이라는 말, 아무것도 아닌 인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아니면 케세라세라, 될 대로 돼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니?


하지만 삶이란 놈은 유기체와 같아서 그렇게 어둠 속에 오랫동안 방치해놓으면 반드시 사달이 나고 만다. 어느새 어둠보다 더 커져서 너희를 삼킬지도 몰라. 영화 베놈에서 나오는 검은 덩어리처럼 말이다.


공부는 왜 하나요? 하기 싫어요. 토 나와요. 진짜 수학 극혐이에요. 한국인이 왜 영어를 배워요. 외국 안 나가면 되잖아요. 책 읽기 싫어요. 작가가 진짜 이런 의도로 썼을까요? 아닐 수도 있잖아요. 지나간 역사는 뭐하러 배워요. 우주는 하나도 안 궁금한데요.


똑똑한 녀석들. 잘도 알고 있구나.


물론 이렇게 말한 뒤 너희들은 또 공부를 하러 가겠지. 이 모든 말들이 의미하는 바는 그냥 '힘들어요'임을 안다. 부디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자알 지나가기를 바란다. 나중에 이 시기를 되돌아볼 때 너무 많은 후회가 남지 않기를. 후회가 남을 정도로 방황하지 마라. 너무 끝까지 망가지지 마라.



잠시 눈을 감아라

세계로부터 너희 자신을 분리하고 (잠들면 안 된다)

머리를 비워라


그리고 상상해봐라

너희가 가고 싶은 길의 끝을


세상에는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곳도 있는 법이다.


그 끝을 상상할 수 있다면 지금을 견딜 힘이 조금은 생길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도 좋고 말도 안 되는 것이어도 좋다. 너희에게는 마음껏 꿈꿀 권리가 있고 인생의 그 어떤 시기보다 최선을 다해 꿈을 꿔야 할 때다.


멀리, 시선을 멀리 두어라.

삶의 멀미가 멈추도록 말이다.


굳 럭

행운을 빈다.

부디 근사한 끝을 발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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