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1
석양이 내려앉는 길을 따라 끝없이 걷는다. 불타는 태양은 곧 시간에 잡아먹힐 것이다. 이윽고 어둠이 사면에 드리우기 시작하면 소란했던 세계는 비로소 오늘의 영업을 마친다. Time to say Good bye. 밤으로 가는 이 길의 끝에 해방이라는 이름을 가진 문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터벅터벅 계속해서 밤으로 향한다.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식별할 수 없는 덩어리들이 지나간다. 낮게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밤의 세계다. 밤은 아주 까맣고 조용하다. 밤에게는 눈과 귀, 입이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밤은 모든 것을 삼킨다. 밤의 뱃속은 따뜻하고 보드랍다. 스르륵 눈을 감자 밤은 노래를 시작한다. 알 수 없는, 세상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 해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