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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글쓰기의 어려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by 지구별여행자



어느 날부터 책을 읽는데 글씨가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노안… 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난생처음 안경을 맞추게 되었다. 안경을 쓰고 책을 읽고 핸드폰을 보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유쾌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시력은 더 나빠지는 듯했다. 안경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의 글씨는 너무 흐리게 보였다. 그렇게 책을 멀리하게 되었다. 책을 이전처럼 자주 읽지 않으니 글도 쓸 수 없었다. 그렇게 난 너무 오랫동안 (거의 3개월 정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하다.


안경 탓을 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 시력이 나빠져서 안경을 썼고 안경에 익숙하지 않았던 내가 안경에 익숙해질 정도의 시간을 갖지 않은 채 불편한 일들을 하지 않은 것이니… 안경 핑계를 대는 건 분명 정당하지 않다. 예전에는 안경을 쓴 사람을 보면 별생각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안경을 쓴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했었던 나인데 막상 안경을 쓰고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에 대해서 경험을 통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거의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난 그 모든 일들이 하고 싶어지지 않아 졌다. 안경을 맞춘 것 외에는 특별한 계기도 이유도 없었다.



우리의 인생에 분명한 목적과 목표가 필요하듯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에도 분명한 목적과 목표가 필요하다.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 중간에 특별한 계기나 이유 없이 쉽게 그만두게 되는 것 같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시기에 시작했던 독서와 글쓰기, 영상 제작은 그 당시에는 분명한 목적과 목표가 있었다고 믿었지만 다시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집에 있는 시간보다는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지 않아서일 거라는 생각을 하던 중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내가 변한 것이었다. 예전에 남다른 열정으로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영상을 올리던 내가 아무것도 하고 싶어지지 않아 졌을 뿐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얻은 건 무엇이 있을까… 결론만 말하자면, 그동안 난 정말 많은 좋은 것들을 얻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 감사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풍요로움, 부자마인드 등등 셀 수 없이 좋은 것들을 나는 얻었다. 당연히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더 이상 더 읽을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 인생 최고의 인생책들을 100여 권정도 읽고 책리뷰를 하면서 그 무엇도 아닌 나의 사고방식,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마인드가 바뀌었다. 물론 긍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가장 감사한 건 내가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는 것이다.



행복은 내가 발견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달라진 건 나의 마인드뿐이었는데 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예전의 나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되는 이유가 아닌 안 되는 이유를 끊임없이 찾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된다는 기본 논리를 바탕으로 안 되는 이유가 아닌 되는 이유를 수십 가지 찾아내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건 바로 이런 나의 마음가짐이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건 나에게 쉼이 절실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피곤할 때 육체에게 휴식이 필요하듯 정신적인 휴식도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살다가도 여행 등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글쓰기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때는 그냥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꾸준한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닌 감정을 가진 존재이기에 때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가 않다. 작심삼일이 아니라 몇 년을 지속하던 루틴도 문득, 물건을 손에서 놓아버리듯 그냥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아마도 내가 그러했던 것 같다. 다행히 휴식의 시간을 가졌고 다시 글을 쓸 용기가 생겼다.


글을 쓸 용기라...


글을 쓰는 데도 때론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2년 동안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공감을 하고 내가 얻은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글을 쓰는 목적은 충분하지 않을까...


봄맞이 대청소를 하니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니 글도 술술 써지는 것 같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활짝 핀 벚꽃이 봄이 왔다고 속삭인다.


그래 봄이 왔다. 그리고 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더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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