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광대는 연극무대 위가 아닌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다

역사 장편 소설 <틸> 줄 위의 남자, 다니엘 켈만

by 지구별여행자



줄 위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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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다니엘 켈만


1975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주해 칼크스부르크 예수회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스물두 살에 장편소설 <베어홀름의 상상>으로 데뷔했다. 2005년 발표한 <세계로 ㄹ재다>가 35주간 독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주목을 받았고 이후 클라이스트상. 토마스만상들을 연달아 받으며 서른 살의 나이에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정말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읽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은 파올로 코엘로의 장편소설 <연금술사>였다. 이 두 소설의 공통점은 책을 손에 쥐는 순간 내려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실제 있었던 역사를 배경으로 해서 쓴 역사 소설이며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더해져서 탄생한 최고의 역사소설이다. 저자인 다니엘 켈만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의 천재적 재능을 지닌 것 같다. 지금까지 이러한 스토리 전개는 본 적이 없다. 매 사건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인공 틸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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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역사적 배경 설명:


소설의 배경은 30년 전쟁 (1618-1648)이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이는 인류 역사 최대의 종교전쟁이자 최초의 근대적 국제전이며 800만여 명이 희생된 가장 참혹한 전쟁 중 하나로, 세계대전 못지않게 유럽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킨 대사건이었다. 전쟁은 주로 오늘의 독일 땅에 해당하는 신성로마제국을 무대로 일어났다. 사실 신성로마제국은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와도 상관없고, 제국도 아닌, 수백 개 다민족 제후국의 느슨한 연합체에 불과했다. 황제 역시 선제후 일곱 명이 모여 뽑았다.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로 촉발된 종교개혁이 신교에 대한 구교의 강력한 탄압으로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이 싸움은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화의로 마무리되었다. "하나의 제국, 하나의 신앙"을 고집하던 신성로마제국의 원칙이 철회되고 "각 지역의 주민은 지역 통치자의 신앙에 따른다"라는 원칙이 새로 수립되면서 개신 교도들에게도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물론 이는 제후에게만 해당되는 자유로, 일반인들에게 까치는 적용되지 않았다. 영주가 가톨릭이면 백성들도 가톨릭을 믿어야 했다. 아무튼 종교 간의 이런 평화는 보헤미아의 왕 페르디난트 2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즉위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독실한 가톨릭교도였던 그가 제국을 다시 하나의 종교로 통합할 목적으로 신교 탄압에 나섰기 때문이다. 도화선에 불을 댕긴 건 보헤미아였다. 신교를 믿던 보헤미아 귀족들은 페르디난트 2세를 폐위하고 펠츠의 선제후 프리드리히 5세를 새 국왕으로 추대했으니, 이로써 신교와 구교 간의 치열한 전쟁이 막을 올렸다. 어느 전쟁이 그렇지 않을까마는 이 전쟁은 특히 끔찍했다. 총기와 화포 같은 근대적 무기의 사용으로 인정 살상의 규모는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용병들의 살육과 약탈, 방화는 극에 달했다. 그로 인해 무수한 사람이 터전을 잃고 헐벗고 굶주렸으며, 거기다 페스트까지 번져 중부 유럽 전체가 초토화되었다. 그것도 무려 30년 동안이나. (중략) 이처럼 복잡한 전쟁은 마침내 신교의 승리와 함께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으로 마무리되었다.




줄 위의 남자 (일부 줄거리 요약)



주인공 틸은 중세 민담에 등장하는 전설적 광대라고 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주인공인 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등장인물들은 제각각 다른 인연으로 주인공 틸과 연결되어 있다. 틸은 어려서부터 줄타기와 돌을 가지고 저글링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어린 시절 줄타기와 저글링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 누군한테 배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놀이를 하며 익힌 것이다.



그의 아버지 클라우스는 방앗간 주인이지만 마을에서는 유명한 치료사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은 몸이 아프거나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그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의 어머니 아그네타는 틸의 동생을 임신 중이다. 만삭이어서 아이가 언제 태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그네타는 방앗간 일을 해야 하는 남편 대신에 밀가루를 수레에 실어 로이터 농장까지 운반해야 할 일이 생겼고 하인인 제프와 아들 틸을 데리고 당나귀가 끄는 마차에 밀가루를 실어 로이터 농장을 향해 길을 나선다.



숲 속에서 아그네타는 출산을 해야 할 상황을 마주한다. 급하게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을 택한 아그네타는 틸에게 당나귀와 밀가루를 지키라고 당부한 후 출산을 하기 위해 틸만 숲 속에 남겨두고 하인 제프와 방앗간 쪽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녀는 아이를 방앗간으로 돌아가던 중 숲 속에서 낳지만 그 아이는 곧 숨을 거둔다. 아그네타도 그대로 두면 곧 죽을 수 있었으나 하인 제프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그녀를 방앗간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극적으로 그녀는 살아난다. 그녀가 어린 생명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아들이 숲 속에 혼자 있다는 사실을 남편 클라우스에게 전하고 클라우스는 하인 두 명과 아들을 찾기 위해 숲으로 향한다.



숲 속에 도착했을 때 당나귀는 숲 속의 동물에게 습격을 당해 죽어있었고 밀가루는 사방에 날렸다. 다행히 틸은 숲 속 나무 위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제정신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소년은 벌거벗은 채 키득거리며 밧 줄 위해 서 있다. 바닥에 선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그런데 머리에 이상한 것이... 모자는 아니다. 소년은 털이 숭숭하고 기다란 귀가 달리 당나귀 머리 가죽의 일부를 머리에 쓰고 있었다. 스스로 나무 위에서 내려온 소년은 "오랫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어. 재미로 그랬어. 목소리가 들렸어! 아주 재미있었어."라고 한 후 기절한다. 틸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후 클라우스는 눈을 감고 악령을 쫓는 주문과 기도를 중얼거린다. 틸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 그는 그날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을 못 하는 것인지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틸은 여느 날처럼 밧줄을 타며 놀고 저글링을 하며 지낸다. 풀밭에서 잠시 쉬던 중 이방인을 만난다. 이 낯선 이방인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역시 낯선 자와는 대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이방인은 키로허 박사였고 그는 틸의 아버지인 클라우스를 만나기 위해 그날 저녁 틸의 집을 방문한다. 이 둘이 이날 풀밭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틸이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틸의 아버지 클라우스는 죽지 않았을까? 키로허 박사가 틸의 아버지인 클라우스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랬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틸의 아버지는 집안에 라틴어로 쓰인 이상한 책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와 사람들을 주문을 외워서 치료했다는 점 때문에 사악한 마법사로 오해받아 교수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틸의 아버지는 그 라틴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그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사악한 마법사,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교수형을 당했다. 클라우스는 그러한 불운한 운명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아서밀러의 희곡 "시련" <연극 '시련'은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실제로 벌어진 마녀사냥을 소재로 한다.>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주인공인 소녀 하녀 아비게일이 마을의 평범한 여성들 중 한 명을 마녀라고 지목하기만 하면 다른 소녀들도 다 같이 그 사람을 마녀로 몰아 교수형에 처하게 만든 실제 일어났었던 끔찍한 사건을 연극 대본으로 각색한 것이다.



틸은 아버지의 죽음을 보지 못한다. 아니 보지 않았다. 아버지의 교수형이 있던 날 그는 빵집 딸인 넬리와 함께 마을을 도망쳐 나온다. 만약 도망치지 않았다면 사악한 마법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빵집 딸 넬리는 도대체 왜 틸과 함께 마음을 도망친 것일까? 넬리는 그전에도 빵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를 제분하기 위해 틸의 방앗간을 그녀의 아버지를 따라 종종 오곤 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줄을 타며 놀고 있는 틸을 구경하곤 했다. 틸을 좋아해서 틸을 따라 도망친 것일까?



넬리는 궁중 유량 극단으로 있을 때 여왕 리즈가 틸과 함께 도망친 이유에 대해서 질문하자 아버지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을 강요해서 집에서 도망친 것이라고 했다. 마을에서 도망친 틸과 넬리는 숲 속에서 우연히 실력은 없지만 마음이 따듯한 유랑 가수 고트프리트를 만나 여행을 시작한다. 그와 함께 유량 공연을 다니던 소년과 소녀는 성격은 고약하지만 실력은 뛰어난 피르민을 만나 또다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틸과 넬리는 피르민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하지만 그로부터도 어느 날 도망친다.





이 소설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진행된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항상 주인공 틸이 있다. 떠돌이 유량 공연단과 함께 이 마을 저 마을을 전전하며 공연을 하던 틸은 궁중 악단의 광대로 넬리와 함께 궁중에서 생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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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과 넬리는 서로 사랑했을까?



난 그렇다고 느꼈다. 그 둘은 서로 사랑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둘을 서로를 그리워하며 생을 마감해야 했다. 난 넬리가 자신이 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대화를 통해서 말이다. 틸과 넬리가 궁정의 광대로 있었을 때의 일이다. 여왕 리즈는 넬리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광대가 네 남편이냐?"


"아닙니다, 마마."


"어째서 아니냐?"


"거기에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무슨 소리, 이유가 있어야지."


"저희는 함께 도망을 쳤습니다. 틸의 아버지는 마법사로 몰려 처형당했고, 저는 마을에 계속 남는 것도, 슈테거라는 사내와 결혼하는 것도 싫어서 틸과 함께 떠났습니다."


(중략)


"너는 왜 틸과 결혼하지 않았느냐? 그를 좋아하지 않느냐?"


"그는 저한테 오라비나 부모 같은 사람입니다. 제가 가진 전부라고 할 수 있죠. 저 역시 틸에게는 전부이고요."


"남편으로는 원하지 않고?"



넬리는 이에 대한 대답을 회피한다. 넬리는 틸과 유량 생황을 지속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한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말한다. 틸이 넬리에게 왜 그 낯선 남자와 결혼을 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넬리는 그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자신에게 이런 일이 또 생길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틸이 그가 너를 사랑하는 걸 어찌 아느냐고 묻자 넬리는 그냥 안다고 한다. 틸은 넬리를 붙잡지 않았다. 그 후 넬리는 그 낯선 남자가 사는 마을에 가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손주까지 보지만 죽는 순간까지 틸을 그리워한다.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넬리는 틸이 언젠가는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남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소망이 여전히 숨어 있었다. 오랜 옛날 부모의 마을에서 함께 도망친 소년이 돌아와 자신을 데려갔으면 하는 소망이었다... 죽어 가는 그녀는 그녀를 찾아온 공작을 틸로 착각해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드디어 왔네. 너무 오래 걸렸어!" 죽음을 앞둔 이 안타까운 여인에게 공작은 이렇게 말해준다. "그래, 내가 왔어. 이제야."



만약 틸이 가지 말라고 했다면 넬리는 떠나지 않았을까? 내심 틸이 자신을 붙잡아 주기를 기다리지 않았을까? 틸은 넬리를 붙잡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그는 왜 그렇게 한 걸까?



틸은 넬리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틸은 오직 넬리만을 사랑했다. 다만 틸은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걸 알았고 평생을 광대로 살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과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는 대신 정착해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넬리를 붙잡지 않고 보내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틸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안정적인 삶을 원하지 않는다. 아니 스스로 그러한 삶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애초에 마을에서 도망칠 때 자신을 따라 마을을 떠나지 않겠느냐고 넬리에게 제안한 건 틸이었다. 틸은 넬리가 자신과 함께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분명 그는 그녀의 눈이 자신의 눈과 닮아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자유로운 눈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평화로운 죽음보다 훨씬 좋은 건 죽지 않는 거야, 리즈



전쟁이 끝나갈 무렵 틸이 나이가 들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왕비 리즈를 만났을 때 틸은 깡마르고 홀쭉한 볼에 턱은 뾰족하고 이마에는 흉터가 있었다 틸은 박수를 받으며 황제의 궁정에서 광대 노릇을 하고 있었다. 리즈는 따뜻한 방을 제공하고 음식도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틸에게 자신과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하지만 틸은 그 제안을 거절한다.



"나한테 은총의 빵을 내려주시겠다? 매일 수프를 먹고, 두꺼운 이불을 덮고, 따듯한 실내화를 신게 해 주시겠다? 내가 평화롭게 죽을 때까지?"


"나쁘지 않잖아."


"더 좋은 게 뭔지 알아? 평화로운 죽음보다 훨씬 좋은 게?"


"말해봐."


"죽지 않는 거야, 리즈. 그게 훨씬 좋아."



아버지의 죽음, 어린 동생의 죽음, 전쟁으로 인해 죽어간 많은 이들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틸이다. 어린 시절 하인 제프가 물레방아가 있는 곳에 떨어뜨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틸의 어머니가 아기를 낳은 날 숲 속에서 홀로 남겨져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전쟁의 한 복판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리즈의 부왕인 프리드리히가 페스트에 걸려 죽어갈 때 그를 돌보다가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갱도에서 죽을 고비를 넘겨온 틸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평화로운 죽음보다 훨씬 좋은 건 죽지 않는 거야, 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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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의 공연에서 보여준 풍자 2가지



1. 틸은 줄타기 공연을 하던 중 마을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자, 다들 신발 벗어!"



처음엔 다른 자신이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을 둘러본다. 아무도 신발을 던지는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 재미있지 않았어? 더 재미있는 걸 원하지 않아? 내가 보여준다니까. 신발 벗어. 오른쪽 신발. 어서!"



한두 사람이 신발을 벗어던지기 시작하자 너도 나도 오른쪽 신발을 공중에 던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모두 웃고 소리치고 고함을 지르면서 즐거워한다.



"어이, 바보들!"


"이 바보 천치, 돌대가리, 얼간이, 멍청이, 쓸모없는 것들아! 이제 신발을 주어!"



처음에는 어리둥절 눈만 껌뻑 껌뻑 대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벗어던진 신발을 찾아 나선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싸움이 일어난다. 여기저기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고 피를 흘리고 사납게 싸운다. (서로 싸움을 한 이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담아 두고만 있었던 관계의 사람들이었다.)



틸은 뒤로 몸을 젖힌 째 입을 활짝 벌리고, 어깨를 들먹거리면서, 밧줄 위해서 웃고 있었다. 그러고는 마술처럼 밧줄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날 이후 아무도 그날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졌고 알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가 마음을 뒤덮었다. 1년 후 이들은 전쟁으로 마음을 쳐들어온 병사들에 의해 모두 죽임을 당한다.




2. 대전에 걸려있던 아미천 그림



틸은 여왕인 리즈에게 아미천 그림을 대전에 걸어두라고 한다. 그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어리석은 사람들의 눈에는 그림이 보이지 않고, 고결한 집안의 사람들에게만 보인다고 말해요. 그럼 아주 재미있는 일을 보게 될 거예요!" 실제로 포복절도할 일이 벌어졌다. 귀족들은 그림 앞에 서서 저마다 가식을 떨었다. 전문가인 척하는 표정으로 텅 빈 그림을 바라보며 점잖게 고개를 끄떡거리는 것이었다. 물론 이 그림에 실제로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 말하는 법은 없었다. 다들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이게 하얀 아마천일 뿐이라는 사실은 모두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정말 어떤 마법이 숨어 있지 않다는 보장이 없었고, 국왕부터가 그 그림을 실제로 믿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떠올랐다. 임금임이 벌거벗었지만 그 누구도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저 정말 너무나도 멋진 옷을 입었다며 칭송할 뿐이었다.




"궁정에서의 광대 역할도 꽤나 흥미롭다. 유럽의 괜찮은 궁정에서는 다들 궁정 광대를 두었다. 왕은 누구나 공경하는 만인지상의 존재다. 그 앞에서는 누구도 쉽게 말을 내뱉지 못하고 움츠리며, 직언을 한다는 건 더더군다나 엄두도 낼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왕은 교만해지거나 독선에 빠질 공산이 크지만, 그런 왕을 유일하게 함부로 대하는 인간이 있으니 바로 궁정의 광대다. 그는 왕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르고, 왕의 진지한 말을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그것이 광대의 역할이다. 교만에 대한 경계. 그런 만큼 광대는 뻔뻔하고 당당해야 한다."



광대다. 어릿광대. 하지만 이 두 사건을 통해 진짜 광대는 틸이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틸을 통해 인간의 내면의 오만, 편견, 가증스러움과 추악함 등을 끌어낸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숨기고 싶은 모습이 연극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때론 박장대소를 하거나 훌쩍 거리며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틸의 아버지를 사악한 마법사로 몰아 교수형에 처한 일이야말로 인간 광대들의 광기와 연극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역사 소설이면서 굉장히 철학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손에서 내려놓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전개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장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틸의 흔적을 찾게 된다. 매번 새로운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모두 틸과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다. 그들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 재미도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추천하는 책이며 나와 같이 역사와 소설 모두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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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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