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제가하루키보다낫습니다> 박태외(막시)지음
어디서나 달리는 16년 차 동네 러너의 취미와 놀이가 되는 쓸모 있는 달리기 <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
목차
야구, 수영을 거쳐서 결국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달리는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의 "달리기"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하던 주말 야구를 만삭인 아내와 함께 하기 위해 그만두고 난 후 하던 운동을 그만두니 살이 찌기 시작하자 살을 뺄 생각으로 시작했던 달리기였지만 어느 순간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자신의 삶도 달리기와 닮아져 가는 지은이의 공감 에세이이다.
주인공의 달리기 친구인 홍시기는 주인공이 달리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주인공의 달리기 친구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홍시기라는 이름이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주 등장한다. 좋아하는 취미를 같이 해주는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인 것 같다. 달리기도 혼자 뛰는 것보다는 친구랑 같이 뛰면 당연히 힘들어도 서로 응원하면서 원래 목표했던 지점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할 때 완전해진다는 것을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 무엇이든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싫어하는 사람과 먹으면 맛이 없고,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좋아하는 사람과 먹으면 먹을 만하다고 하지 않던가.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함께 달릴 친구가 있다면 누구라도 더 멀리 더 자주 그리고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친구는 선의의 경쟁자라는 말이 있듯이 취미 활동을 같이 하는 데 있어서 충분히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홍시기"와 같이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게 내심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완벽한 여행은 두 친구 덕분이었다.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을까? 혹시 친한 친구 한 명 없이 외로운 사람으로 사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들자 옆에 있는 달리기 친구들이 더 고마웠다. 눈을 감고 잠을 청했는데 잠 대신 고향 친구들이 찾아왔다. 멀어지는 고향 친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선다. "친구와 포도주는 오랠수록 좋다."라는 영국 속담과 달리, 현실은 달리기 친구가 더 좋다. 가끔은 고향 친구와의 우정은 영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주인공에게 달리기만큼 좋은 게 달리기 친구인 것 같다.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하는 친구가 없다면 권태기가 올 때 견디기 힘들 것 같다. 권태기란 인간관계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취미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시간이 지나면 권태기가 올 수 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취미인 달리기였지만 주인공에게도 그 무시무시한 권태기가 왔었다고 한다. 그가 달리기 권태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건 정신적인 친구인 "하루키"와 현실 달리기 친구 "홍시기" 덕분이었다고 한다.
나 또한 얼마 전에 블태기가 온 적이 있다. 사실 3개월에 한 번씩 블태기가 온다. 그때마다 뭐랄까? 가끔씩 "좋아요"와 "댓글"로 소통하는 서로 이웃이 있어서 힘이 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이웃들의 진심 어린 댓글이 친구와의 오랜 수다보다도 더 좋을 때가 있다.
하루키와 이 책의 주인공의 공통점이 달리기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하루키가 달리기를 잘한다니... 난 하루키는 그냥 글만 잘 쓰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하루키의 달리기 책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는 순간 러너에 대한 무한 신뢰가 하루키에게 향했다고 한다.
"하루키의 책은 영화나 드라마와 달랐다. 그의 이야기는 앞으로 내가 달려야 할 미래의 달리기가 됐다. 그는 책에서 도쿄, 아테네, 하와이, 뉴욕에서 달린 이야기를 했다. 그가 달린 모든 곳은 내가 한 번은 가고 싶었던 여행지, 언젠가는 한 번은 달려야 할 코스가 됐다. 그렇다고 당장 하루키처럼 도쿄에서, 뉴욕에서, 아테네에서 달릴 수는 없었다.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적당한 돈과 시간이 있어야 하고 돈과 시간을 넘어설 딱 그만큼의 용기도 필요하다."
하루키가 도쿄, 뉴욕, 아테네에서 달려서였을까? 주인공은 유럽여행을 갔을 때 런던에서, 파리에서, 로마에서, 피렌체에서 달리고 또 달렸다. 그가 런던을, 파리를, 로마를 달렸다는 내용을 읽어 내려갈 때마다 난 나의 20대를 떠올 렸다.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 이태리의 밀라노, 피렌체, 로마 등에서 살아보고 여행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고 해야 하나? 가끔 너무 선명한 기억은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착각까지 들게 한다.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 피렌체, 로마에서 여행하고 달리면서 수많은 우연히 있었다. 도시마다 발 도장을 찍으며 흔적을 남겼고 그 흔적은 다시 내 머리와 가슴에 박혀 잊지 못할 여행이 됐다. 시간이 흐르면 여행의 순간들이 조금씩 잊히겠지만, 두 발로 꾹꾹 찍어가며 새긴 달리기 여행은 디지털 파일로 저장한 것처럼 영원할 것이다."
특히, 런던마라톤 응원을 갔던 주인공이 런던을 묘사할 때는 20대 유학시절 내가 살았던 곳, 내가 걸어 다니던 곳, 매일매일 지나치던 장소들이 떠올라서 잠시 추억에 잠겼다.
"런던마라톤 대회 날이 밝았다. 내가 선택한 응원 장소는 36km 타워브리지와 41km 빅벤이다. 오후 두 시에 타워브리지에 도착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세인트폴 대성당은 영국의 역사를 대표하는 성당으로 영국의 영웅 윈스턴 처칠의 장례식과 다이애나 왕세자 비의 결혼식이 거행된 곳이다. 테이트 모던은 방치된 발전소를 최고의 현대 미술관으로 바꾼,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다. 세인트폴 대성당과 현대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 사이에는 영국이 밀레니엄을 기념해 만든 밀레니엄 브리지가 있다. 이름은 웅장하지만, 겉보기에는 작고 평범해 거대한 아우라를 부어내는 타워브리지와 비교하면 초라하다."
달리기가 취미여서 여행이 더 즐겁고 기억에 남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반적인 유럽여행은 많이 걷고, 사진 찍고 하면서 정작 내 눈과 마음에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담아 올 수 없는데 하루키와 같이 달리기가 취미인 주인공은 새벽 달리기로 아름다운 여행지의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아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의 습관은 대단하다. 새벽 러닝이 취향인 나는 언제 어디에서나 새벽이면 자동으로 눈을 뜬다. 여행지에선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혼자 여행하는 동안은 새벽에도 이것저것 할 게 많지만, 가족과 함께 여행할 때는 새벽에 할 수 있는 선택은 다양하지 않다."
그는 혼자 달리기를 하는 것이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정말 가끔 누군가와 함께 달리기를 하고 싶은 날도 있지만 대체로 혼자 달리기를 하는 것이 무작정 외롭지는 않다고 한다. 우리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달리기도 혼자서 달릴 때 가끔 외로울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혼자라서 무작정 외로운 건 아니라고 한다.
정말 그런 것 같다. 팬데믹으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처음에는 좀 어색하고 친구를 만나야 할 것 같고 전화로 수다를 떨어야 할 것 같았는데 막상 혼자 있는 시간에 적응을 하고 나니 대체로 외롭지 않고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혼자 있는 시간이 대체로 외롭지 않다.
"전날 흐린 날씨로 못 본 일출을 반드시 보겠다는 심정으로 다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시뇨리아 광장을 향해 달렸다. 붉은색 돔이 상징인 피렌체 두오모를 지나 시뇨리아 광장에 들어섰다. 광장을 크게 한 바퀴 달리는 동안 예쁜 카페와 웅장한 조각상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은 유난히 대단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려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야 할 지경이었다."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에 피렌체의 두오모 광장 주변을 달리면서 그가 느꼈을 자유로움을 생각하니 20대의 나이에 피렌체에 가서 새벽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던 게 조금 후회가 되었다. 분명 낮의 소란스럽고 복잡한 피렌체도 좋았지만 새벽 시간의 고요함도 좋았을 것 같다.
"달리기에 빠진 사이에 어느새 전국 방방곡곡을 달리는 러너가 됐다. 달리기 사이트에 가입해서 뉴스레터를 받기도 하고 직접 정보를 찾기도 하는 것처럼 내가 러너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달리기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달리기가 좋아질수록 이 좋은 달리기를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왔다."
어릴 때는 취미가 무어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굳이 취미가 없어도 행복한 시절이 학창 시절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공부를 해야 하니 취미를 물어본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을까?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 사회생활 등을 하면서는 취미가 필요한 것 같다. 주인공과 같이 열정적인 취미가 있는 사람의 삶은 좀 더 풍요롭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
나는 취미가 뭘까? 난 취미 부자다. 그리고 그 취미에 진심인 것 같다. ㅋㅋ 그래서 그런지 심심하지가 않다. 어떤 취미는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같이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다 혼자 하는 취미이다. 지금 하고 있는 블로그, 브런치와 유튜브도 나의 취미이고 책 읽고 서평을 쓰는 것도 나의 취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쉽지는 않지만 즐겁다는 것이다. 그래서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여서 그런지 몰라도 쉽지는 않지만 하기 싫지는 않다. 뭔가 도전 정신이 막 생겨난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ㅎㅎ
하루키와 주인공처럼 달리기가 취미인 사람이 읽으면 더 공감되고 더 좋을 것 같다. 비록 달리기가 취미가 아니더라도 취미는 누구나 다 있는 거니까 얼마든지 공감되는 부분은 많이 있다.
이번 주말에는 가볍게 새벽 산책을 한 번 나가봐야겠다. 새벽 산책은 어떤 기분일까? 새벽 달리기와 같은 기분일까? ^^
박태외(막시)지음
20년이 훌쩍 지난 30대 중반에 다시 달리기를 만났다. 달리기는 인내와 의지가 아니라 재미와 쓸모의 영역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 어른이 되어 다시 시작한 달리기는 10년 동안 스스로 진화하며 취미와 놀이가 됐다. 권태기도 있었지만 함께 달리는 "사람들" 덕분에 극복했고, 이제는 일상에서든 여행지에서든 어디서나 달리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평일에는 서울 중랑천과 당현천에서 달리고, 주말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 여행하며 달린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