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늘어나는 나의 디폴트 값

by 아무거나

할인을 받아서 36만 원 정도의 유산균을 결재했다. 1인에게는 6개월 분이나 동생과 나는 둘이기 때문에 3개월분이다. 한 달로 치면 6만 원가량이니 싸다면 싸다고 할 수 있으나 그전까지 먹어온 노란 유산균의 값에 비하면 많이 비싼 편이다. 이번에 조금 더 싼 유산균으로 갈아탈까 싶었지만 남들보다 항상 조금 통통한 몸으로 살아온 동생이 이 유산균을 먹으니 살도 조금 빠지는 것 같고 효과도 있다고 하니 안 살 수가 없었다. 나의 유산균 디폴트 값=월 6만 원 남짓


나는 다른 사람보다 새치가 많다. 30대 후반부터 거슬리게 늘어났다. 4년 전만 해도 파마를 하거나 기분 전환 삼아 가끔 염색을 했기에 일 년에 많으면 미용실을 4번 정도 이용했다. 그러나 요즘은 두 달이 한계치이다. 아직 외교부 장관만큼 나이가 들지 않아서 흰머리로 덮일 때까지 계속 다닐 수는 없다. 어떤 이는 뭔 상관이냐 하겠지만 아직 나는 갈색 염색 머리를 유지하고 싶다. 한 달 반 만에 꼬박 가서 새치 염색을 해야 한다.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새치 염색을 한 김에 나는 클리닉도 받는다. 나의 머리 디폴트 값= 한 달 반 10만 원 남짓



딸아이가 내게 묻는다. 엄마는 왜 손톱, 발톱에 뭘 바르고 다녀? 나는 그냥이라고 했다. 손톱은 가끔 알록달록 네일을 하면 기분 전환이 된다. 특히 발톱은 여름이 되면 패티를 꼭 받아야 속옷을 잘 챙겨 입은 기분 같다. 기분 탓이겠지만 적랄하게 드러난 내 발톱을 드러내는 것이 여름날이면 괜히 밍구스럽다. 밍구스러운 기분 탓에 여름날 내가 지불해야 되는 디폴트 값= 7만 원 내외


이 외에도 기본적으로 나가는 보험료, 월세, 노화되는 눈을 위해 먹는 루테인, 오메가 쓰리, 비타민 등 각종 영양제 값, 시사잡지 등 많은 기본값이 있다. 기본값으로 나를 정의하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허영심도 살짝 있고 자기애도 강하고 건강염려증도 있고 지식에 대한 갈망도 있는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 내가 기본적으로 지불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나란 사람이 정의되는 것이 무섭다. 그래도 남에게 보이는 삶도 중요하게 여기는 지라 이왕이면 환경을 생각하고 좋은 일에 앞장서는 사회적인 기업의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디폴트 값은 늘어난다. 자식에 대한 나의 디폴트 값은 항상 충만한 사람이었을까? 지금은 이 글을 쓰는 동안 내 딸은 심심하다고 입이 삐죽 나와 있다. 놀아주지 못해 미안, 하지만 너에 대한 나의 기본값은 항상 100퍼센트 full 이야!


이번 주 수요일이면 딸아이의 눈 검진을 위해서 다른 도로 가봐야 한다. 코로나 확진자 수 기본값이 1천 명 내외라 무섭다. 작년에도 코로나로 받아야 하는 검진을 미뤘던 차라 올해는 미룰 수가 없다. 내가 간 곳이 확진자가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 잘 뚫고 나의 집으로 왔으면 좋겠다. 급증하는 확진자 수로 3단계로 가느냐 마느냐의 단계에 놓였다고 한다. 3단계가 되면 경제의 20%가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나 같은 월급쟁이야 3단계로 가도 가족을 위해 지불하는 디폴트 값을 어찌어찌 낼 수 있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 이미 많이 어려워진 많은 자영업자의 생활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기나긴 터널을 아직도 통과하지 못해 신물이 나기도 하고 지쳤다. 조금 더 나를 위해 남을 위해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백신이나 치료제의 효과가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기본값이 더 이상 곤궁해지지 않기를, 사람들이 서로에게 쓰는 마음 값도 궁하지 않은 날이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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