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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너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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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거나 Mar 16. 2021

정성스러운 흙 케이크는 어찌 되었을까?

너는 그렇게 가고 싶어 했고, 너를 그렇게 초대하고 싶어 했던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네 친구네를 11시에 방문했었지. 빈손으로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아주 싱싱한 체리와 딸기를 들고 엄마는 차만 마시고 너만 좀 놀다가 오게 하고 눈치껏 빠지고 싶었지. 음 그런데 좀처럼 빠질 분위기가 아니라서 밥까지 먹어버렸지. 충격적인 것은  1학년 때 학부모 모임에서 내가 교사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던 게야. 엄마는 초대받자마자 학부모 단톡 방에 끼는 것이 서로 불편할까 봐 바로 나와버렸고 엄마가 교사인 거 네 친구 엄마들이 모를 줄 알았는데  엄마만 몰랐던 거야 ㅠ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정적인 너네들은 합이 잘 맞아 잘 놀던데 엄마는 어색한 정적 속에 물만 들이켰지. 네 친구 엄마는 좋은 분인데 엄마도 낯가림이 좀 심해야 말이지. 다행히 너네들 입에서 "밖에 나가 놀면 안 돼?"말이 나와서 엄마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 친구 엄마는 쉬시라고 하고 엄마가 셋을 데리고 나왔지. 여자 셋이라 볼만했는데 너희들이 흙 케이크에 빠져 있는 시간 내내 좀처럼 앉을 수가 없었지. 남의 애를 데리고 왔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계속 곁을 머무느라고  말이지. 그래도 너네들은  참 귀엽게도 흙 케이크를 만들더라. 흙만으로도 즐거워하는 너희들...

어른인 우리는 온전히 하나만으로 흠뻑 빠질 수 있는 게 몇이나 될까? 금사빠 너네들이 너무 부럽다.

 그리고 우리 딸 창찬해. 어제 엄마가 줌으로 하는 글쓰기 모임 선생님 중 한 분이 반 아이들과 올해는 글쓰기를 한다고 하셨는데 가장 복병은 글감이 아니라 연필로 쓰기래. 키보드로 쉽게 고쳤는데 학생들과 연필로 쓰다 보니 꾹꾹 눌러쓰는 것도 힘들고 지우개로 지우는 것도 힘들다고 하시더군. 엄마도 시도는 안 해봤는데 손목이 아플 듯. 꾹꾹 눌러서 많이 쓰는 것 칭찬해.

아직 김훈 작가님의 연필로 글쓰기를 읽지 못했지만 사뭇 궁금하다.

 어제 마트 가는 길에도 케이크가 잘 있나 몇 번을 점검하더니 오늘은 학교에서 그냥 돌아왔지 딸? 흙 케이크에 대한 사랑이 식은 거니? 너의 말대로 거리의 미슐랭 비둘기들에게 어떤 케이크가 선택을 받았을지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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