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린 물고기는 커다란 갈색 물고기가 배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여러 색깔로 몰려 다니는 물고기들에게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그림책이다. 빨강 물고기들은 얼굴에 열이 오른 것처럼 빨간 것을 보니 감기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그리고 결국 다른 색깔 물고기들은 그 소문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 빨간 물고기들은 확실히 100%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해서 빨간 물고기들을 자기 무리에서 쫓아낸다. 그리고 나머지 물고기들도 파란 물고기는 감기에 걸린 것처럼 새파랗게 질려있다고 노란 물고기는 감기에 걸릴 때 나오는 노란 콧물과 비슷한 색깔이라는 이유로 각각의 물고기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쫓겨나고 흩어져서 결국 갈색 물고기에게 잡아 먹히고 만다. 그다음 결론은 그림책을 읽을 예비 독자들을 위해서 남겨 두겠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아주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 서울처럼 대도시는 아니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직업군의 커뮤니티는 범위가 협소하여 카더라의 위력이 강력한 곳이다. 나도 이 직업을 선택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초창기 때 미숙하고 옹졸한 나를 (지금도 그렇다고 성인군자가 된 상황은 아니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카더라의 통신으로 나를 어떻게 묘사하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나는 어떤 이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나도 다른 사람이 부임해서 오면 사람들이 전하는 카더라 통신으로 그 사람에 대해 정보를 쌓은 경험이 많았다. 그 카더라에 비해서 괜찮은 사람이네, 카더라에서는 일을 잘한다고 하던데 왜 그런 소문이 난 거지? 하고 사람을 판단하던 부끄러운 내 모습이 감기 걸린 물고기에 나오는 작은 물고기들 같았다.
악플에 시달려 죽음을 선택한 연예인들
유언비어로 괴로워하는 우리 주변에 한 번쯤 볼 수 있는 사람들
팩트이길 바라는 자신들의 가치를 팩트로 호도해서 보도하는 언론들
어떤 것은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어 물고기를 괴롭히는 갈색 물고기의 모습이고 어떤 것은 소문에 우왕좌왕하는 작은 물고기의 모습이다.
지난 한 해는 코로나 19로 감기 걸린 물고기처럼 근거 없는 카더라에 의해 많이 괴로웠던 해였다. 코로나 2년 차인 올해는 작은 물고기들처럼 우왕좌왕하는 한 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회색 물고기처럼 띄지 않고 싶을 때가 많지만 그 속에 숨어 진실까지 보지 못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