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입는 옷에도, 지나치는 풍경에도 봄이 왔다. 교과서에도 봄이 왔고 내가 읽어주는 그림책에도 봄이 왔다. 완연한 봄, 오늘은 '민들레는 민들레다'를 읽어줬다.
벚꽃, 유채꽃이 피는 장소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생각해보면 민들레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라 그런지 #민들레 피는 장소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것은 많이 못 본 것 같다. 이 책은 글의 제목처럼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글이 계속 반복된다. 메기고 받는 전래 음악처럼 "민들레는" 부분을 먼저 읽고 "민들레다" 주고받으면서 읽어 갈 수 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아! 맞아, 이런 곳에도 민들레가 피었었어. 나 여기서도 민들레를 본 적이 있어!'하고 내 경험에 맞장구를 치기도 했고, '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있는 민들레다!' 하고 작가의 세밀한 관찰력에 놀라기도 했다.
여기서도 민들레, 저기서도 민들레
여기저기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민들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람에 후~하고 날아가는 민들레장면을 보면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 그림이 떠오르기도 했다.
싹이 터도, 잎이 터도, 하늘하늘 날아가도
하나라도 둘이라도 "민들레는 민들레" 본질이 변하지 않는 민들레!
애 엄마가 되어도 000은 000!
40대가 되어도 000은 000!
16년 차 선생이 되어도 000은 000!
내가 변하지 않는 본질은?
철이 안 드는 것? 여전히 잘 먹는 것?
B급 코드에 끌리는 것?
어떤 모습으로 늙고 변모해가도 나의 본질이 위선적이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왕 태어난 거 쓸모 있게 쓰이고 갔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책을 읽고 꿋꿋하게 피어나는 민들레를 보면서도 불현듯 킹덤의 좀비가 생각나는 것은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