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들에게 윤여림 글, 안녕달 그림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를 읽어줬다. 이 책은 매 번 읽을 때마다 내가 더 코 끝이 찡해지는 책이다. 집에서 약소한 돌잔치를 할 때 내가 한복을 잠깐 갈아입는 찰나의 순간에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울었던 내 아이가, 육아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겸 동생과 남편의 동의를 받고 1박 2일 여행을 갔다 온 나를 두고 야속하게 어디를 갔냐고 입술을 삐죽거리던 3살의 내 아이가 생각났다.
나의 어린이들도 어린이집을 갈 때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울었던 경험담이 있다고 말해줬다. 자신들의 어린 시절이 그림에 비치는 것이 신나고 공감이 됐는지 생각보다 잔잔한 그림책에 나의 어린이들은 금세 흡수되었다.아기에서 대학생이 된 아이, 젊은 엄마에서 나이 든 엄마가 된 책의 끝 무렵에 그래도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난다는 내용을 보니 아이들도 잠시 숙연해졌다. 안도의 숙연인지, 기쁨의 숙연인지, 문득 엄마가 보고 싶은 것인지 모르지만 나처럼 뭉클한 느낌은 아니었겠지만 책 속의 사랑 뭉치가 보이지 않게 전달된 느낌이었다.
"선생님도 집에 가면 잠시 헤어져있어도 다시 아이를 만날 수 있고, 여러 분도 부모님을 다시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다시 만나지 못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하면서 나는 오늘 4월 16일 세월호를 언급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보여줬다.
"이것이 무엇일까요?" 물으니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태권도 띠 같아 보여요./한복에 매다는 것 같아요. 머리핀 같아요."
우리 어른들에게는 세월호의 노란 리본이 익숙했지만 8살의 아이들에게는 처음 접해 본 것이었나 보다. 한 명 정도는 정답을 알지 않을까 했지만 아이들은 세월호가 무엇인지 하얀 도화지처럼 하나도 알지 못했다. '별이 된 아이들'동화를 영상으로 보고 천 개의 바람을 부르고 컬러링을 하고, 노란 나비 팔찌를 만들고 세월호 수업을 마무리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올해 아이들은 2014년 생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발생한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다행히 우리 반에는 4월 16일 생일이 없다. 4월 16일 생일을 가진 이들이 이것 때문에 상처를 받지는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내게 말했다.
"아빠가 세월호 이야기는 그만해야 된다고 했잖아? 아빠는 내가 세월호의 사건의 당사자라고 해도 그렇게 말했을까?"
나는 할 말이 없다. "만약 네가 피해 당사자라고 해도 그만해야 된다고 말하면 너는 기분이 어떨 것 같아?"
"그러면 나를 안 사랑하는 거 아닌가?"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나를 보고 정치적인 견해를 달리하는 나의 아버지가 화를 낸 적이 있다. 노란 리본이 우리 친정아버지는 빨갱이의 징표로 여기는 것 같다. 분란을 일으키기 싫어서 나는 노란 리본은 친정에 갈 때 다시는 들고 가지 않는다. 나의 노란 리본은 아버지가 절대 볼일이 없는 대금 가방에 매어져 있다.
나는 오늘도 일을 끝내고 우리 딸을 만났고, 딸은 학교를 마치고 일을 끝내고 온 엄마를 다시 만났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다시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 하늘에 뿌려진 별을 보며 너라고 생각해야 할까? 팔랑거리는 나비를 보며 너라고 생각해야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