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의견을 안내는 친구가 내가 며칠 전부터 빌려 둔 "그랬구나" 책을 언제 읽어줄 것이냐고 어제부터 물었다. 그 친구에게 내일이라고 말하고 나는 사실 다른 책을 읽어줬다. 그런데 아이가 "선생님, 그랬구나는요?"라고 묻자 아차 싶어서 그랬구나를 읽어줬다. 그랬구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게 된 그림책이다. 그림책에 있는 아이와 어른들이 내 아이와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서 빌려 왔다. 빌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정진호 작가가 그림을 그린 책이었다. 아이가 유리컵을 깨는 것도, 콩을 바닥에 마구 떨어트린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아이가 이유를 말하는 장면에서 요시타케신스케의 '이유가 있어요'가 생각났다. 요시타케신스케의 이유가 있는 아이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유를 대서 웃음이 피식 나오지만 그랬구나 아이는 내 아이 같아 더 포근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나인듯 나 아닌 것 같은 너에게- 조심한다고 먹었을텐데 흰 새 옷에 짜장면과 김칫 국물을 잔뜩 묻혀 왔을 때, 새 신발을 사준 지 일주일 만에 학원에서 똑같은 디자인의 헌 신발을 바꿔 신고 왔을 때, 과자 봉지를 뜯다가 내용물이 다 튀어 나왔을 때, 나는 "그랬구나" 하고 너에게 다정하게 말해 주지 않았어. 덜렁대고 야무지지 못한 나의 복사본을 보는 느낌이라 불같이 잔소리를 했지. 어린 너희들도 "그랬구나"를 듣고 싶지? 이건 비밀이 아니라서 이 사실을 꼭 퍼트려줘. 우리 어른들도 누군가로부터 "그랬구나"를 듣고 싶단다. 네 주변에 그랬구나를 진심으로 말해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 너도 누군가의 아픔을 모른체 하지 않고 그랬구나 하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