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다. 해마다 특수교사 선생님께서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실천 주간이라고 계획서를 보내주신다. 장애인 실천 주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책은 정진호 작가의 '위를 봐요!'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책모임에서 읽어줬던 책이다. 이 책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얼마만큼 앗! 하고 다가갈지 모르나 행사 주간이기도 했고, 나는 이 책을 사랑하기에 정진호 작가의 '위를 봐요'를 읽어줬다.
나도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면서 알게 되었지만 후천적인 장애가 90%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수지도 가족 여행을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잃게 된다.
베란다에서 사람들만 쳐다보는 수지
그런 수지는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만 쳐다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수지에게 머리의 윗부분만 보이는 사람들은 개미와 다를 바 없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사방 치기를 하는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있지만 수지에게는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검은 머리통만 있는 검은 점 같아 보이는 존재일 뿐이다.
그런 수지가 외친다. "내가 여기에 있어요. 아무라도 좋으니 위를 봐요!"라고
사실 수지의 외침이 큰 따옴표인지, 작은따옴표인지 모른다. 수지의 간절한 바람이 닿은 것인지, 수지의 큰 외침을 들은 것인지, 아이의 호기심의 발로인지 모르나 그림과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아이가 길바닥에 철퍼덕 누워버렸다. 수지는 개미처럼 보이는 사람이 아닌 온전한 사람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다음 이야기는? 직접 확인해보세요. 그런데 그림책의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을 공개해서 정진호 작가에게 미안하다.
모여서 강연도 듣던 꿀같은 시절 ㅠㅠ
결혼도 처음이고, 아이를 낳는 것도 처음 이런 처음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처음이다. (결혼도 몇 번 더하면 더 좋을지는 알 수 없지만^^)
선택할 수 있는 처음에 나는 수지를 위해 철퍼덕 길바닥에 눕는 아이처럼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을까?
선한 걸음을 따라가는 것에만 익숙한 내가 과연? 이런 선한 처음이 많아지면 더욱 성숙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처음을 내딛기 힘들다. 비겁하지만 나의 10세에게 이런 엄마는 닮지 말고 너는 용기 있게 내디뎌 보라고 미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