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에서 내가 알고 있는 그림책 외에 좋은 그림책이 없을까? 하고 우연히 그림책을 살펴보다가 마음에 들어 교실에 업어왔다. 4월 23일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라고 사서 선생님이 알려 주셨다. '책은 ○○이다'라고 응모를 하면 40명에 한 해서 푸짐한 상품도 주신다고 하셨다. (살짝 몇 개를 엿봤는데 우리 반은 안 뽑힐 것 같기도 하다. 책은 종이다. 책은 그냥 책이다. 책은 밤이다. 왜? 어둡고 읽기 싫어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아 주제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내가 업어 온 책을 읽어줬다.
이 책에는 지선 씨, 다영 씨, 미영 씨란 이름을 가진 엄마 셋이 나온다. 엄마 셋은 아이들 소풍을 위한 도시락을 싸기 위해 분주하다.
301호 지선씨의 도시락 준비
202호 다영씨의 도시락 준비(나는 동생이 없었음 나도 다영씨처럼 도시락을 싸줬을 듯)
101호 미영씨의 도시락 준비
한 명은 건설회사 직장인, 한 명은 동화 작가님, 한 명은 세 아이를 둔 전업 주부
직장이 있든 없든 아이가 한 명이든 셋이든 모두들 분주하다. 분주한 삶이 그들의 계절을 뺏아갔다.
지선 씨는 모릅니다, 다영 씨는 모릅니다, 미영 씨는 모릅니다를 읽어줬다.
지선 씨는 뭘 몰랐을까요? 다영 씨는 뭘 몰랐을까요? 미영 씨는 뭘 몰랐을까요?(아이를 돌보고 일하느라 봄이 왔다는 걸 모르셨어요를 기대했다.)
내가 나의 어린이들에게 너무 바랬다.
지선 씨는 뭘 몰랐을까요?"목련요!" ('얘들아, 너네들보다 우리 어른이 그래도 꽃 이름 더 잘 알아!)
다영 씨는 뭘 몰랐을까요? "벚꽃요!"
('얘들아, 설마 우리가 벚꽃을 모르겠뉘?ㅠㅠ)
미영 씨는 뭘 몰랐을까요? "개나리요!"
('아, 이제 세 번 째는 예상 했지만 슬프다. 엄마가 힘드셔서 예쁜 봄이 오는 줄도 몰랐잖아, 선생님이야, 다른 직장보다 퇴근 시간이 빨라서 다른 직장보다 그래도 애를 봐줄 시간이 좀 나는데, 그래도 숙제 점검하고 준비물 챙기고 씻고 어 하다 보면 잘 시간이야. 8시가 되어서야 너네를 본다고 안타까워하는 어머니도 상담 기간 중에 꽤 많았어. 정말 저녁 먹고 다음날 알림장 챙기기도 바쁘실 시간 같았어.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주렴.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에는 꼭 헤아려주렴. 왜 엄마들만 분주할까? 선생님이 죄인이군. 엄마들 전화번호만 우선순위로 입력해놨어. 엄마 아빠 다 같이 일하는데 말이지. 선생님 남편도 애가 몇 학년 몇 반인지 담임 선생님이 뉘신지 전혀 몰라. 그리고 어쩌다가 아빠들한테 연락하면, 이러시더라고.. 애기 엄마한테 앞으로 연락해주세요라고 ㅠㅠ)
어쩌다가 업어 온 국지승 작가의 '엄마 셋, 도시락 셋' 책은 생각보다 유명한 책이었다. 국제도서전에도 전시되고 대만편도 나온 책이었다. 가끔 우연히 잡은 그림책이 이렇게 유명한 책이면 묘한 쾌감이 있다. BTS를 발탁한 방시혁이 된 느낌^^ 국지승 작가가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다. 2007년 교육과정 1학년 국어활동?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책 '앗 따끔' 그림책의 저자였다. 지금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실리지 않았다. 국지승 작가의 인스타를 보니 그녀도 누군가의 엄마로, 그림책 작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