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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거나 May 18. 2021

좋은 자리보다 좋은 사람이고 싶다.

여교사 화장실 세면대에 못 보던 꽃이 있었다.  스승의 날이 다가와서 으레껏 학교에서 준비했나 보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3학년 선생님께서 '작년에 이어 청소 여사님께서 선생님께 꽃을 준비해주셨습니다.'라는 쪽지를 보내주셨다.

'여사님이 준비해주셨다고? 그것도 작년에 이어?' 나는 3학년 선생님께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하네요'하고 쪽지를 보냈다. '그러게요. 참 존경스러운 분이지요?^^'하고 답장이 왔다.

 나는 왜 이 화분을 보고 으레껏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작년에도 하셨다는데 인사를 건네지 못했을까? 가끔씩 용하게 쓰이는 무심한 내 성격이 이럴 때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음 날 여사님께 꽃 선물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우리 학교 청소를 해 주시는 여사님은 피부가 좋으시고 눈도 크고 미인이시다. 진주 귀걸이가 참 잘 어울리시는 분이고 항상 큰 눈으로 웃고 계신다. 여사님 덕분에 교사 화장실도, 아이들이 사용하는 화장실도 항상 청결하다. 아이들이 화장실에

바닥에 휴지를 살풀이를 해 놓은 것처럼 해 놓아도 여사님은 우리 교사들에게 날카롭게 말하시지 않는다. 화장실 사용 지도 한 번 더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드럽게 말씀해주신다. 그 말을 들으면 더욱 죄송해서 우리는 화장실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아이들에게 한 번 더 지도한다.(아이들에게는 잔소리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 학교에는 열체크를 해주시는 시인 분도 계신다. 그분은 항상 정장을 입으시고 아침마다 밝게 인사를 해주신다. 달마다 시도 적어주신다. 화단에 실무사님과 여사님이 심어놓은 수국, 카네이션, 피튜니아  꽃을 보며 식물들을 살펴보고 시인님과 인사하고 교실로 들어가는 나의 아침은 작년보다 훨씬 화창해진 기분이다.

 화장실 한편에 꽃을 마련해주신 여사님, 아침마다 정자세로 밝게 인사해주시는 시인님 이 분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인 나는 그분들에 비해 안정적인 지위다. 처럼 안정적인 지위를 얻으려고 아등바등 애쓰는 청춘들을 매체를 통해 많이 접했다. 마트 캐셔를 앞에 두고 아이들에게 "공부 안 하면 저런 일을 해야 한다고"하는 부모들의 말에 상처 받은 마트 직원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원하는 자리에 앉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이 두 분을 보면서 좋은 자리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이 직업을 끝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나, 내 딸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나

나도 , 딸도 자리에 연연하기보다

주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사님, 시인님 감사합니다.

학교를 깨끗하게 해 주셔서,

학교에 시가 흐르게 해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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