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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너앤라이터 Oct 22. 2024

# 3.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

두울, 서울 아가씨를 만나다


# 3.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


외로움을 달래 주던 강아지까지 보내고 난 뒤 나의 외로움은 나날이 더해 갔다. 친구들은 여자친구를 만나느라 연락이 뜸했다. 회사와 집이 동선의 전부였다. 집에선 PC 게임에 빠져 있었다. 포장 음식을 먹던 쓰레기가 나뒹굴고 병이란 병은 모조리 재떨이였다. 집안은 온통 꿉꿉한 총각 냄새로 가득했다.


29살의 나는 점점 아저씨처럼 변해 갔다. 배 나온 아저씨들을 애처로이 쳐다보곤 했었는데 내가 그렇게 돼버렸다. 외로움과 현실을 멀리하려고 점점 게임에 빠져들었다. 게임 밖으로 나오면 외로움과 자괴감이 밀려왔다. 매번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로 시작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로 끝났다. 머리카락이 솟으며 소름이 몰려와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나는 잘 살고 싶었다.


삶에 변화가 절실했다. 그러나 자기 계발을 통해 좀 더 나은 내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깊은 생각보다 동물적 감각으로 살아가던 때라 나는 단순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대학 때 여자들에게 나름 인기가 있었고 연애도 2번 해봤다. 그때의 기억과 자신감을 살려 연애를 하기로 했다. 각오와는 달리 현실은 따라 주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그 누구도 만나주지 않을 것 같았다.


살부터 빼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 동네 공원을 달렸고 3달에 걸쳐 내 뱃살은 예전의 명성을 조금은 되찾았다. 외모에 자신감이 붙자 소개팅도 나가고 연애를 위한 노력에 매진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 듯 내가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 당시는 싸이월드와 포털 사이트 내 카페가 한창 활성화되던 시기였다.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카페를 찾다가 여행 가는 카페를 발견했다. 곧장 카페에 가입하고 주말에 있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


주말을 기다리는 설렘에 한 주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파주 임진각을 구경하고 근처 백숙집에서 식사를 하는 나들이 코스였다. 기존 멤버들은 서울에서 만나서 출발하고 나는 자유로에 있는 어느 휴게소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한 나는 떨리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계속 담배만 물고 있었다. 이런 모임은 처음이다 보니 많이 긴장되었고 뭔가 모를 엄청난 기대감이 솟아났다.


약속시간에 맞춰 모임의 회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휴게소 밖 벤치에 모여 있으니 그리로 오라고 했다. 나는 화장실에 잠시 들려 옷매무새와 머리를 다시 정돈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미소까지 한 번 확인한 후 일행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회장을 비롯하여 회원들과 인사와 간단한 소개를 했다. 회장은 신입 회원인 내 차에 함께 동행할 사람이 는지 회원들에게 물었다. 그때 3명의 여자분이 약간은 장난스럽게 자기네들이 동행하겠다고 나섰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성들의 호의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낯선 여성 3분과 함께 임진각으로 출발했다. 3명의 여성은 에너지가 충만했고 목소리가 컸다. 가는 내내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신입인 내가 어색할까 봐 배려하는 줄 알았는데 평소 모습인 듯했다. 자기들끼리 얘기하다가 가끔 나에게 짖꿎은 질문을 하기도 하고 내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깔깔 거리며 웃기도 했다. 운전을 하느라 세 명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셋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사이였고 남자들 사이에 불알친구 같은 사이였다.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데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취업을 하고 순수하게 웃고 떠들어 본 적이 없었다. 나와 그녀들은 임진각까지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친해졌다. 임진각에 도착해서도 나는 그녀들과 다녔다. 어딜 가나 에너지가 넘쳤다. 음료수를 쏟아도 웃었고 길을 헤매면서도 웃었다. 그녀들과 함께라면 언제나 웃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들을 데려다 주기로 했다. 두 명은 집으로, 한 명은 아르바이트를 간다고 했다. 가는 동선상 집에 가는 두 명을 먼저 내려주어야 했다. 차 안에는 아르바이트를 가는 여자분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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