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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너앤라이터 Oct 25. 2024

# 4. 운명 같은 사랑

두울, 서울 아가씨를 만나다.


# 4. 운명 같은 사랑


차 밖은 붉은 단풍들이 오래 매달리기 내기라도 한 듯 힘들게 마지막 기운을 짜내며 붉은 기운을 뿜고 있었다. 2명의 여성 회원 집이 위치한 중랑구를 거쳐 분당 오리역으로 이동 중이었다. 차 안에는 나와 오리역으로 아르바이트를 가는 여성 회원 한 분만 남았다. 시끌벅적하던 차 안은 갑자기 조용해져 작게 틀어둔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3명이 뭉쳐 있을 때와는 달리 혼자 남게 된 여성 회원의 두 입술은 굳게 닫혔고 두 손을 모은채 다소곳해졌다.


1시간가량의 거리를 이동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한참을 말없이 가다가 청담 대교를 올라타면서 둘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것도 똑같은 말을 하면서. 한강 위로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저녁노을이 계절과 닮은 색을 내며 뽐내고 있었다. “와! 저기 보세요. 하늘 너무 예쁘죠?” 동시에 말이 나와 겹쳐진 상황에 둘은 웃기 시작했다. 붉은 노을빛이 비친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았다. 방금 하늘에서 내려와 노을을 만든 여신처럼 느껴졌다.


순간 나는 느낌이 왔다. 하늘이 이어준 인연이 아닐까? 오늘 만난 그녀가 낯설지 않았다. 목적지에 가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고 있었다.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다. 그녀도 말은 안 했지만 마음을 보내고 있었다. 웃음과 표정에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운명 같은 사랑이 시작된 것인가. 사랑은 만난 지 하루 만에도 찾아오는 것이었다.


목적지가 다가오자 서운함이 몰려왔다. 아르바이트를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말은 안 했지만 그녀의 표정도 가기 싫은 표정이었다. 차마 가지 말라는 말은 못 하고 신호가 걸린 사이 그녀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헤어지고 며칠 지난 저녁이었다. 나는 퇴근 후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저녁 10시쯤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 이 시간에 무슨 일일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저… 죄송한데 지금 잠실 포차 쪽으로 와 주실 수 있나요?” 약간의 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나는 무슨 일인가요라고 물어보지 않았다. 무슨 일이면 어떠랴. 나는 바로 알았다고 답하고는 바로 택시를 타고 잠실로 출발했다. 알려준 포차를 들어가니 그녀와 낯선 남자 한 명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순간 내 몸 전체가 굳어져 버렸다. 그녀는 낯선 남자 옆자리로 자리를 이동했고 나를 맞은편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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