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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술" 스토리텔링

『말들의 흐름 6권』김괜저 지음

by 북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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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 1. 연애와 술


연애와 술, 이 두 단어를 나란히 놓으면 어떤 느낌이 떠오를까? 설렘과 애증, 기쁨과 후회, 혹은 뜨거운 순간과 쓸쓸한 아침. 김괜저 님의『연애와 술』은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겪었을 감정을 마치 친구와 깊은 밤, 술 한잔 나누며 털어놓는 이야기처럼 풀어낸다. 그렇기에 더욱 긴밀하고 친근한 문장이 많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술잔을 기울이며 누군가를 떠올려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많은 공감 포인트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김괜저 님의 문장이 전하는 감정의 흐름 속에서, 우리도 각자의 연애와 술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사랑했고, 나는 마셨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기억한다.



이 책이 당신의 기억 속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 해 줄지 몹시도 궁금하다.




Sub 2. 우리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외로움


모든 것이 준비된 순간.
처음엔 칠흑 같았던 어둠에 이제 적응이 된 건지 전시장 속 풍경이 그림처럼 또렷하게 보였다.
아직도 내 소매를 잡고 있는 상희와 눈이 마주쳤다.
이마에 앞머리가 땀으로 붙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내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연애와 술』p.38


사랑이 시작될 때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이 이 문장에서 섬세하게 드러난다. 상대방의 눈빛을 통해, 사랑의 순간이 얼마나 미묘하고 찰나적인지를 깊이 느낄 수 있다. 그 감정은 당자자인 둘만 알 수 있는 아주 긴밀한 것이다. 그런 감정을 독자이자 3자인 우리가 느끼고 있다. 빠질 때 빠지지 못한 눈치 없는 사람일 순 있으나,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설레었던 문장이었다.


내가 어떻게 사는지가 나만의 일이 아니고
여기 모든 사람들의 공동의 관심사라는 생각은 어깨춤 노래가 되어 우리를 옭아맨다.
자기 기준을 내세워서 분위기에 구멍 내지 말라는 압박으로부터 도망쳐온 사람들은 서로의 동지이다. 그 술자리에 가야만 했고, 그 폭탄주를 마셔야만 했고,
형들의 허세와 오빠들의 추태를 보고도 웃어야 했던 사람들은 서로의 동지다.
제때 박차고 나오지 못해 고통받는 단톡방이 있어도
그 모든 환청으로부터 멀리멀리 도망치려고 술잔을 세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동지다.

『연애와 술』p.56


사회생활을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인간관계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부모와 친구 관계에도 공짜는 없는 법. 하물며,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떨까? 억지로 맞춰야 하는 분위기, 피하고 싶은 술자리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우리 모두가 감내해야 했던 경험이기에 더욱 공감된다.


"왜 글을 계속 쓰라고 하는 건가요? 세상에는 잘 쓴 글이 이미 너무 많아서 의욕이 안 나요."
코엔 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매일 아침에 점심 샌드위치 도시락을 쌉니다. 이 샌드위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샌드위치가 아닌데 어떡하냐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샌드위치를 싸느니 자살을 하는 편이 낫겠죠."

『연애와 술』p.64


코엔 교수의 대답은 창작에 대한 두려움과 무력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일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창작이란, 결국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그 과정 자체를 즐기며 이어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갈 일 없는 낯선 동이를 비 맞으며 세 시간인가 청승청승 걷다 보니
결국 끝내자는 문자가 왔고, 나는 안도했다.
안양 이별 문자가 의정부로도 재깍 온다는 것이 반갑고 웃겼다.
연애는 끝났지만 나는 오늘 계속 걸을 작정이고,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내게 밴이 알싸한 냄새도 빠져있겠지.

『연애와 술』p.109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고통의 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유해 나간다. 웃음으로 그 고통을 소화하고, 비에 젖은 채 길을 걷는 동안, 한 걸음 더 나아갈 자신을 그려본다. 비록 이를 '청승'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이 글에서 만큼은 그런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아련한 문장이었다.


일터에서 사람은 누구나 감정은 때어놓고 일하기를 원하고
일하는 나에게 감정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감정 때문에 없을 일도 생기고, 작은 일이 커지고, 될 일을 그르친다.

『연애와 술』p.183


감정을 배제하고 일을 해야 하지만, 실상 감정은 인간관계의 본질이자 문제의 핵심이다. 감정을 억누르려 할 때, 감정은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작은 일도 커지며, 결국 일을 그르치게 만든다. 인간에게 감정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너의 외로움도 내 외로움처럼 이름이 없다는 것을.
연애를 못해서인지, 친구가 필요해서인지, 권리가 침해당해서인지, 존재가 지워져서 인지.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외로움.
그런 외로움은 몰아낼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만 아는 적당한 이름을 붙여주고,
가까이에서 길들일 일이라는 것을.

『연애와 술』p.199


이 문장은 『연애와 술』의 핵심 메시지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위로라는 것을 보여준다.





Sub 3. 결론


김괜저의 『연애와 술』은 우리 모두의 감정을 잘 녹여낸 산문집이다. 연애, 외로움, 그리고 삶의 순간들에서 느끼는 미묘 복잡한 감정들을 깊이 있게 풀어내며,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