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 지음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단편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짧은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나는 깊은 울림과 함께 인간의 양심과 도덕적 선택의 무게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클레어 키건"이라는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작은 마을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외면했던 진실과 사소한 선택들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특히 아일랜드의 시대적 비극인 '마더 앤드 베이비 홈' 문제를 다루며, 역사적 아픔과 인간의 고통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아픈 역사를 가진 한민족의 후손으로서, 나는 소설 주인공의 감정 변화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애들이 점점 크고 있어, 아일린 눈 몇 번 깜박할 사이에 결혼하고 떠나버릴걸.
그런 거겠지.
시간은 아무리 흘러도 느려지질 않으니.
『이처럼 사소한 것들』 p.41
이 문장은 시간의 무상함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담고 있다. 소설 등장인물들의 일상은 어둠 속에서 시작해 어둠 속에서 끝나는 반복적인 노동의 연속이다. 그는 자신이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자라서 떠나버릴 것을 예감하며 서글픔을 느낀다. 한낯 독자였던 나 역시 이 구절에서 부모의 사랑과 희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문득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린 순간이었다.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이처럼 사소한 것들』 p.44
이 문장을 통해 반복적인 노동의 고통을 잘 느낄 수 있다. 단조로운 삶이 반복되는 현실을 보여주며, 그가 느끼는 무력감과 고독함을 묘사한다. 그의 노동은 가족을 위한 헌신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사회적 구조 안에서 갇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접목되는 현실이며,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문장이다.
펄롱이 바닥에서 쓸어 담은 먼지, 흙, 호랑가시나무 잎, 솔잎을 스토브에 쏟아붓자 불이 확 타오르며 타다닥 소리를 냈다. 방이 사방에서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뜻 모를 무늬가 반복되는 벽지가 눈앞으로 다가오늘 느낌이었다. 달아나고 싶은 충동이 펄롱을 사로잡았고 펄롱은 홀로 낡은 옷을 입고 서두운 들판 위로 걸어가는 상상을 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p.91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는 취급을 보고도 내버려 두고 나와 위선자 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p.99
이 대목에서는 소설의 주인공이 자신의 양심과 마주하는 순간이 그려진다. 사회적 압박과 종교적 권위에 순응하면서도, 그는 내면의 죄책감과 싸우며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하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고뇌는 독자에게 도덕적인 행동이 얼마나 많은 희생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를 일깨우며,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나랑 같이 집으로 가자, 세라
『이처럼 사소한 것들』p.116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하고 싶은 문장이다. 주인공이 마침내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다. 그는 억압받는 소녀를 구출하며, 침묵과 억압의 공간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찾는다. 이 장면에서 용기와 감동을 느꼈고,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펄롱은 미시즈 월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미시즈 월슨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을 것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p.120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 평생 지니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p.121
이 마지막 문장은 주인공이 도덕적 선택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는 순간을 상징한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양심을 외면하지 않고, 행동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와 심적 평화를 얻는다.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킬레어 키건 작가님의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은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이 소설을 통해 나는 사소한 용기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