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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진 Jan 27. 2024

아구아 비바 서평

글이 안 써질 때,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처럼 글을 쓰자


Sub 1.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천재성


작가님의 정신세계를 다녀온 것처럼 몽롱하다.

이걸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신선한 충격이었다.


작가님의 정신세계는 정말 이상하다.

세상에 대한 반항과 폭발, 원망과 설움, 공허함 같은 감정이 문장에서 느껴진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말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기에 글을 쓴다.
글쓰기는 오직 침묵을 더 잘 수행하도록 말 들어줄 뿐이지만.
-아구아 비바 중


문장체계가 이상하다.

익숙지 않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더해져서인지 감정 상태가 아주 위태롭게 느껴졌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질서를 갖고 있지 않으며,
내가 가진 질서라고는 숨 쉬는 순서뿐이다.
-아구아 비바 중


아구아 비바를 읽고 나면 글쓰기 문장 구조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마치 나도 작가님의 천재성을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물론 내 문장이 그의 천재성을 따라갈 순 없다.

작가님의 문장은 하나의 선이고 흐름이다.

그 흐름과 선이 원자 단위로 쪼개져 합쳐지고, 탄생하고 죽는 과정 속에서

상반된 것들이 억지로 섞여 있는 느낌이 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어로는 '불완전하다'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천재를 만나 생긴 이 벅찬 감동을 '불완전하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나의 어휘가 한스럽다.




Sub 2. 글이 너무 안 써지는 날


글이 너무 안 써지는 날이 있다.

첫 도입부를 멋지게 시작하고 싶은데 첫 도입부가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쓰고 싶은 주제는 생각이 났는데 그에 대한 나의 경험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하얀 모니터 속 깜빡이는 커서와 키보드 위에서 신호만 기다리는 손가락만 무안하다.


이게 다 내가 나의 인생을 기록하지 않았고, 글쓰기 연습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어릴 적 일기라도 썼었다면...

하다 못해 다이어리에 메모라도 해뒀다면...

그것도 아니면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 놓을 걸...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Sub 3. 의식의 흐름에 펜을 맡겨보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작가님은 '아구아 비바'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전개했다.

문법, 플룻, 어순 등 모든 것을 배제하고 글을 썼다.

그 문장 어디에도 계획과 부담감은 느껴지지 않는 글이다.

그럼에도 천재성이 빛나는 거대한 물줄기가 탄생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 행복, 평화, 우울, 짜증

지금 내가 바라는 것 - 침대로 달려가 잠자기, 위스키 시음회 가기

지금 나의 상황에 대한 한탄 - 나는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위 예시 중에 아무거나 생각나는 바를 적고 흐름에 맡겨보자.

이 감정들은 자신의 경험과 연결이 되고, 자연스럽게 과거 회상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회상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찰이 되고, 고찰의 과정에서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글이 퇴고의 과정을 거치면 거대한 물줄기 같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작가님의 문장이 된다.


내가 지금껏 봐온 사람들 중에는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다.

그중에는 이미 책을 내신 분들도 있고, 매일 같이 책을 쓰고 책 리뷰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

심지어는 짧은 소설을 매일 쓰시는 분도 있다.

이 분들의 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경험이나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먼저 진솔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자신의 경험이나 콘텐츠에 그대로 이입하여 녹여버린다.


도입부에서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고, 간단명료하면서도 철학적인 글이라고 생각되게 한다.

정말 엄청난 글쓰기 실력이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도 부담감 앞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물결에 몸을 맡겨 수영을 하듯이

음악에 몸을 싣고 춤을 추듯이

그냥 펜에 자신의 영혼을 맡겨보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처럼.

수많은 실패와 버려지는 시간은 낭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모두 자신의 글쓰기 양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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