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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진 Feb 05. 2024

짤라보는 고전 군주론 서평

군주론, 금서 아니고 필독서다

 

Sub 1. 금지된 도서의 양면성


어릴 적 아버지가 보던 사극 드라마를 따라 보면서 사극이 좋아졌다.

미천한 신분의 사람이 주위에 사람을 모으고, 강한 리더십으로 나라를 건국한다.

그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두근 되고 벅차 밤에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일쑤였다.

나이가 조금 들어서는 삼국지에 푹 빠지게 되었다.

여러 영웅들이 다투어 나가는 군웅할거부터 조조와 원소의 관도대전, 유비의 삼고초려,

조조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긴 적벽대전, 그리고 유비의 입촉으로 시작된 위촉오 삼국시대.

이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상상의 놀이터이자, 사나이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였다.

흔히 내가 했던 상상을 되돌아보면, 내가 여러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되어 고난을 뚫고 나라를 건국한다.

그리고 내 후손들이 대대손손 나라를 부강하게 키워나간다.

하지만 이 상상 중심에는 방법론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놀이였을 뿐.



신생 군주는 아무리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새로운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그 거주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 군주론 중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백성의 지지를 항상 강조한다.

백성들의 지지를 통해 귀족들을 견제하고, 옆 국가가 감히 자신을 넘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처음 이 문구를 보았을 때, 군주론이 왜 악마의 책이라 불렸는지 알지 못했다.

단지 히틀러가 교과서 삼았던 책이어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이 문구를 보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군주의 덕목 중 하나는 "사람은 도구일 뿐이다."
-군주론 중


사람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군주는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쓴다.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여 제도를 만들고, 자신의 사병을 뽑아 자신이 머무는 곳을 지키게 한다.

지금 시대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지만,

역사를 돌아보고 중세시대의 시점에서 보자면, '아침에는 해가 뜬다'말처럼 아주 당연한 말이다.


과거 일본의 전투 방식은 왕 잡기 게임이었다.

병사들이 서로 힘을 겨루고, 특공대가 우회하여 뛰어들어가 왕의 목을 치면 모든 전쟁은 종료되었다.

그래서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켰을 때도 조선의 한양까지 일직선으로 행군했다는 기록도 있다.


또 한고조 유방을 아는가?

그는 한신을 이용해 숙적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통일을 달성했다.

그리고 그런 한신의 능력이 두려워 자신이 왕에 오르고 한신을 처형했다.

이게 그 유명한 '토사구팽'의 이야기이다.

이런 사실을 보면 마키아벨리의 말도 일리는 있다.

다음 문구를 보자.


발렌티노 공장의 위대함은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다.
1차적인 성공 이후 그가 취한 첫 행동은 비즈니스 파트너인 프랑스 왕을 견제한 것이다.
- 군주론 중


한고조 유방이 한신을 견제하고 자신의 힘이 더 강할 때 한신이라는 위험을 제거한 것처럼

마키아벨리도 계속해서 나라의 위험이 되는 싹을 끊임없이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이런 말을 군주론에 남겼다.


사람을 다룰 때는 너그럽게 포옹하거나 철저하게 짓밟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힐 때는 복수에 대한 걱정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게 해야만 한다.
-군주론 중


정말 과격하고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본질은 위협을 제거하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나는 현대인의 생각으로 전환해 보고자 한다.

중세시대의 왕에게 위협은 자기보다 힘센 귀족, 그리고 성난 민중, 강대한 이웃 국가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는 당장 밥줄이 끊기는 게 두렵고, 친구와 싸우는 게 두려우며, 회사에서 도태되는 게 두렵다.

이걸 군주론에 대입해서 읽어보면 어떻까?

항상 답은 책 안에 있다.



 Sub 2. 벤치마킹을 사랑한 마키아벨리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우기 때문이다.

과거에 우리가 침량당했던 역사를 배우고, 왜 우리가 상대보다 약했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우기가 강력했던 시기에는 왜 우리가 상대보다 강했는지를 안다.

마키아벨리도 이 부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기는 이탈리아가 여러 소도시 연합으로 분열되어 있을 시기이다.

로마 이후 아주 약한 시기였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끊임없이 로마의 시대와 자신의 시대를 비교한다.




모든 창조적 행위도 모방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위대한 인물들의 정보를 벤치마킹하다 보면 비슷한 결과에 도달한다.
- 군주론 중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건, 강성했던 시기에 끝까지 살아남았던 군주를 벤치마킹 하자는 것이다.

그런 군주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자처럼 용맹하지만, 여우처럼 교활하다.

이게 그들의 특징이다.

예전 중세 유럽에서 기독교 교황의 권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교황이 성전을 선포하면 모든 기독교 국가들은 그 명령을 따라야만 했다.


성전이라는 확실한 명분을 내세웠기에 교회와 백성들에게 받은 돈으로 강력한 군대를 유지할 수 있었고, 결국 그것이 그의 강력한 힘이 되었다.
 - 군주론 중


그들은 성전이라는 명분을 통해 돈을 축적했고,

끊임없는 성전을 통해 힘 있는 군주가 힘을 모을 시간을 주지 않았으며,

신화와 백성등에게 반란을 꾀할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았다.

정말 교활하다.

이걸 실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다면, 나는 아마 정치계의 거물이지 않을까..


결단력 없는 군주는 일반적으로 당장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중립을 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는 파멸의 원인이 된다.
-군주론 중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보통의 군주는 자신보다 강한 자의 편에 서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함께 강한 적을 물리쳐도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방은 자신보다 약하거나 비슷한 국가일 것이다.

그럼 우방이 죽는 걸 지켜보고 나면, 다음 타깃은 바로 자신이다.

함께 싸우고 죽나, 따로 싸우고 죽나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위험이 적은 곳에 베팅하는 것이 군주의 덕목이다.

또 마키아벨리는 백성을 잘 다루는 방법도 벤치마킹한다.


루이 9세는 귀족들로부터 백성을 보호해 줄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귀족으로부터 백성들을 보호하도록 고등법원(중립기관)을 설치하여 귀족들을 견제하고 백성들을 보호했다. -군주론 중


귀족들이 자신에게 직접적인 적의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게 하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

교활한 여우와 용맹한 사자의 모습이 함께 보인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아킬레우스를 모방했고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모방했고
스피키오는 키루스를 모방했다.
위인들도 자신들이 동경했던 인물들의 행보를 지침으로 삼았다.
-군주론 중


우리도 우리의 분야에서 존경할 만한 인물들을 모방해 보는 건 어떨까?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다.



Sub 3.  군주의 덕목


체사레 보르자는 마키아벨리가 선택한 자신의 군주이자, 로마의 영광을 찾아줄 구세주였다.

그는 용병을 주로 쓰던 이탈리아의 사회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군대를 가졌던 군주 중 한 명이다.


모든 국가의 중요한 기초는 훌륭한 법률과 군대이다. -군주론 중


구약성서에 딱 맞는 예시가 있다.

다윗이 팔레스타인의 맹장 골리앗과 싸우게 되었을 때

사울 왕은 결려 차원에서 자신의 무기와 갑옷을 선물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 유명한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물리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자신에게 맞는 무기와 갑옷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군대(사병)이다.

용병은 돈을 주고 매수하는 군대이다.

그들은 돈에 의해서 움직이는 직장인과 같다.

위험에 처하면 군주를 내팽개치고 도망가기 바쁜 사람들이다.

이런 자들로는 정복 전쟁을 수행하기에도, 적대국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도 힘들다.

오히려 그들은 군주 자신의 왕국을 노리는 위험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체사레 보르자는 모든 용병을 죽이고 자신만의 군대를 조직했다.


군대를 통솔할 때 잔혹하다는 평판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초지일관 무자비하면서도 잔혹한 부하들 관리 방식은
부하들이 언제나 그를 두려워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군주론 중


로마 시대에 한니발의 침공을 물리친 스피키오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군대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자유를 선사했는데,

그의 군대는 머무는 곳에서 항상 문제를 일으켰다.

이게 스피키오는 군대도 통솔하지 못하는 장군으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알겠지만, 군대의 규율을 엄격해야 한다.

느슨한 군기에서 작전 상황에서 누가 목숨 걸고 불구덩이에 뛰어들겠는가.


삼국지 제갈량은 엄청난 군기 반장이었다.

'읍참마속'의 사자성어를 아는가?

제갈량이 자신이 아끼던 부하 마속에게 가평의 산기슭 길목을 막으라고 시켰는데,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산 정상에 진을쳐 장합에게 대패했다.

이 일로 촉나라의 1차 북벌은 실패로 돌아갔고 제갈량은 군기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참했다는 일화다.


삼국지 속 조조도 한 성깔 하던 군기반장이었다.

군대를 이끌고 논밭을 지나고 있었다.

조조는 군대가 약탈이라도 하여 민심을 잃을까 봐 명령을 내렸다.

"누구라도 논밭을 상하게 하는 자 참할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조조의 말이 갑자기 놀라 넘어지니 조조가 논밭에 뒹굴었다.

조조는 논밭을 망친 자신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자결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리더라면 카리스마와 리더십 그리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걸 느낀다.


세상에서 관대하다는 평판을 들으려면 사치스러운 허식의 형태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로 인해 군주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모든 자원을 소모하고 만다. 그리고 관대하다는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담시키는 등 자금 축적을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백성들에게 원한을 사게 되며, 재정적으로 궁핍해져 아무에게도 존경받지 못하게 된다.
 -군주론 중


딱 지금의 시기와 절묘한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돈을 풀었던 시절이 있다.

지금은 그 여파로 인해 국가에는 빚이 쌓이고, 청년들은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오니 일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물가는 계속 오르니, 국가에서는 빚을 탕감하기 위해 세금을 계속해서 올린다.

우리의 주머니는 계속해서 가벼워진다.

잠깐의 찬양을 위해 계속해서 상황은 악화된다.


하지만 진정한 관대함이란 군주의 필수 덕목이다.

그리고 그 진정한 관대함은 '인색함'에서 나온다.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통해 군비와 재정을 축적하면 국민의 부담은 줄어든다.

자라의 국고가 차오르니, 적당한 세금으로도 국가를 돌릴 수 있다.

그러면 주머니가 무거워진 우리는 자연스럽게 군주를 찬양할 수밖에 없다.

"나라님 일 잘하시네~"라고 말이다.


백성들이 군주를 사랑하는 것은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이고,
백성들이 군주를 두려워하는 것은 군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군주론 중


우리 인생의 주인은 우리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주변의 눈치를 보며 맞춰가는 게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런 가르침이 느껴진다.



sub 4. 총평


나는 이게 왜 금서인지를 잘 모르겠다.

시대 배경과 상관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군주론을 잘만 활용하면 인생이라는 왕국을 다신 없을 부국 한 왕국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군주론.

필독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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