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두루누리 사업 설계상의 성패
정책설계 단계에서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Ⅴ. 정책집행에 미치는 성공·실패요인
정책집행(Implementation)의 개념은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나카무라(R. Nakamura)와 스몰우드(F. Smallwood)는‘권위 있는 정책지침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 반 메터(D. Van Meter)와 반 호른(C. Van Horn)은 ‘정책결정에서 미리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 부문 및 민간 부문의 개인이나 집단이 행하는 활동’, 프레스맨과 월다브스키(Pressman & Wildavsky, 1969)는‘목표설정 활동과 목표달성 활동 간의 상호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자는 하향적 관점, 후자는 상향적 관점의 정의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집행연구는 하향식 접근방법과 상향식 접근방법으로 대별될 수 있다.
하향식 접근방식은 정책결정자의 시각에서 정책집행에 정책 취지에 맞게 순응을 확보하고 시행해 나갈 수 있는 요소를 찾아가는 것으로 관리자의 시각에서 명령이나 조정을 강조한다. 즉 정책내용, 집행주체, 관료 행태를 중요시 한다.
반면 상향적 접근방법은 일선 현장으로부터 정책 집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요소를 거꾸로 찾아가는 것으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상을 강조한다. 즉, 정책대상자, 환경요인을 중요시 한다.
본 과제에서는 선행연구에서 언급한 완전한 집행을 위한 다양한 항목을 점검표로 삼아 본 사업의 성패요인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 두루누리 사업의 성패 요인 >
□ 1분면 : 하향적 성공요소 : 명확성, 일관성, 타당성
① 명확한 목표의 구체적인 방침 하달
정책내용 측면에서 ‘사회안전망 확대’라는 취지와 ‘영세사업장과 저소득 노동자’의 ‘사대보험 가입율 증대’라는 목표가 명확하다. 집행방침도 '노동자수가 10명 미만인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 중 월평균보수가 130만원 미만인 노동자와 그 사업주에게 50% 보조금 지원’이라고 구체적으로 지원대상과 지원요건을 적시하여 하달되었다.
② 정책수단의 타당성 : 타 국가 벤치마킹
입법 시 의회에서 여야 간에‘지원범위’에 대한 이견 정도만 있을 뿐,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정책을 OECD 고용전략에서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 시행중인 외부환경 상 여야 막론하고 정책추진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2011년 11월 상정된 이 정책은 1달 만에 국회의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형태로 가결되었다. 이듬 해 2월 16개 지역에 시범사업이 추진되었고, 5개월 후인 2012년 7월 바로 전국 확대로 모든 과정이 빠르게 추진되었다.(원래 전국적 실시 시기는 2012년 10월이었으나 7월로 앞당겨졌다.)
③ 대통령의 신념과 의회의지 : 선거 시기와 환심 정책(?)
이때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의원 총원 299명 중 195명이 보수성향의 정당이 과반수를 확보한 303대 국회가 이런 대규모 재분배 정책을 펼친 것은 다소 의외(?)로 여겨진다.
재분배 정책은 그 자체의 평등한 소유를 주창하고, 수혜집단과 비용지불집단이 나뉘어 정책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대립, 이념논쟁이 격화되기 쉽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의 사회보험 제도의 법적, 실질적 사각지대가 말할 나위없이 매우 넓었다는 점이 오히려 대다수 국민들에게 권리나 이익을 배분하고, 불특정 다수가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 마치, 분배정책)로 인식되어 첨예한 대립과 반발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2012년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과 대선이 임박하여, 국민의 환심을 사기좋은 이 정책의 입안과 집행이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태로, 로그롤링(log-rolling)과 포크배럴(Pork Barrel)이 합심하여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 정책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저임금 노동자를 규정하는‘임금수준’만 지속적으로 연 5만원씩 일률적으로 상승시켜 재고시하는 형태로 일관성있게 추진되었다. 단 집행과정에서 저소득·신규가입자이 가입 증대가 정체되고, 고소득·기존 가입자의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으로 ‘제외조건’을 강화하는 정도의 정책수정이 있었다.
□ 2분면 : 하향적 실패요소 : 유인구조, 반작용, 강제력
① 적은 유인 설계 : 보조금 – 추가부담금 = 결국 같거나, 부담금이 더 크거나
집행될 정책이 타당한 인과관계를 지닌 이론에 기반해 있으나, 원인과 결과 간의 관계가 직접적이어야 한다. 바람직한 정책은 목표와 수단 간의 인과 관계를 나타내는 일종의 논리적인 가설의 형태를 띤다.(김영평, 1992) 적절한 내용을 지니지 못한 정책은 아무리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겨진다 해도 정책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본 사업은 2020년 현재 노동자 수가 10명 미만인 사업에 고용된 노동자 가운데 월평균 보수가 215만원 미만인 노동자와 그 사업주에게 사회보험료(고용보험·국민연금)를 최대 90%까지 각각 지원하고 있다.
국가에서 근로자, 사업주의 사회보험 절반가량을 지원해주는 정책(+)이지만, 사업주가 지원을 받기 위해 공단에 신고한 순간 이전까지는 안 내던 국민연금(=), 고용보험의 일부 보험료(=)를 내야 한다.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경우 전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두루누리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4대보험료는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위 표를 기준으로 계산해본다면, 월급 100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월 기준 국민연금 보험료 2만2500원, 고용보험료 3,250원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비슷한 금액을 추가로 내야 하는데다, 건강보험료 3만2750원은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한 채 추가로 내야 한다. 그동안 내지 않던 돈 5만8500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이다. 사업주는 사업주대로 노동자 한 명당 매달 총 7만6750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월보수 200만원 노동자로 계산해보아도 혜택은 사업주 월 43,560원 / 노동자 월 41,760원 정도이다.)
결국 두루누리 사업에 대한 노동자와 사업주의 호응이 낮은 이유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② 정책대상자의 특징 : 저임금 노동자들 금전적 인센티브에 크게 반응 안해
2009년 통계청이 전국 약 3만 3천 표본 가구의 15세 이상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70.1%가 소득분배가 불공평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집단별 견해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초등학교 졸업 이하, 60세 이상 고령자 등의 집단과 월소득 600만원 이상, 재산소득이 소득의 주를 차지하는 집단 등 두 대조적인 집단에서 분배의 불공평에 대한 견해가 공통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은 특징이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금전적 인센티브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김도형 KDI 연구위원은 "연금보험료 매칭지원의 효과에 관한 여러 실증연구들에 따르면, 보조금을 통한 가입 유인효과는 대체로 그 크기가 작고, 교육받은 고소득 자산가들만이 제한적으로 반응한다"며 "이런 점에 비춰보면 두루누리 사회보험은 금전적 인센티브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저임금 근로자들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음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이다. 생계비 확보를 위한 사대보험 회피는 인간의 ‘손실기피 성향과 어쩔 수 없는 상황의 콜라보레이션이다.
『5명 남짓 일하는 부산의 한 기계 제조업체에서 조립업무를 하고 있는 최모(52)씨는 회사 일이 많을 때만 출근하는 비정규직이다. 최씨는 고용보험과 국민연금료를 떼지 않고 한 달에 60만~100만원 정도 손에 쥔다. 그는 정부가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의 일정액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들은 적은 있지만 보험에 가입할 생각은 없다. 최씨는“10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에서 보험료를 떼면 얼마나 남겠느냐”며 “사장님께 보험에 가입해달라고 얘기하는 것도 껄끄럽다”고 말했다.』
노동자는‘지금의 손실’을 언급하고, 정부는‘미래의 이득’을 말한다. 생계비 확보가 급급한 저소득 노동자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미래’보다 ‘오늘’에 관심이 많다.
③ 의도하지 않은 반작용 : 바람직하지 않은 고용시장
사업주의 입장에서 노동자의 월급과 세금(당연히 사회보험 비용까지 포함해서)은 비용일 뿐이다. 높은 사회보험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들은 아웃소싱, 비정규직의 채용으로 지출을 줄이고, 근로계약의 미작성 등으로 노동자수를 속이며 사대보험 가입의 의무를 회피하고자 한다.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저숙련 특징의 노동자를 양산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도형 KDI 연구위원은 "두루누리 사회보험의 보조금 지급 범위와 수준을 고려할 때, 보조금 수급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보조금의 편익보다 큰 편"이라며, "사회보험료를 일부 부담할 의향이 있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부가세, 소득세 등 추가적인 세(稅) 부담 때문에 정규인력 고용을 기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③ 강제력의 한계 : 취약한 의존집단 규제하기
좋은 취지의 좋은 정책이 결정되어도 집행기관에 부여된 ‘강제력’이 법 제도적으로 집행 가능성에 한계가 있으면 실제 적용되기 어렵다.
일선관료에게는 보조금의 지급을 중단하거나 회수를 하는 권한 정도가 부여되어있으나, 민원이나 채권추심의 어려움으로 제대로 강제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본 사업처럼 취약계층에 대한 재분배 정책은, (실질적으로 압류할 재산이 없는데다!) 강제력 행사의 이미지도 약탈적(?)인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다.
올해 1월 각종 보조금이 연간 229조에 이르고 부정수급과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 지적에, '공공재정환수법'이 시행되었다. 3월 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법 해석 및 법률자문을 수행할 ‘공공재정환수법 해석 자문단’이 출범하였고, 4월 권익위에 제도운영과 이행실태 점검을 전담하는 '공공재정환수제도과'도 이어 신설되었다.
올해 5월 정부는 현행 고용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 범위를 벗어난 구직 근로빈곤층을 지원하는 제도(가칭, 한국형 실업부조)를 법제화하여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상시적 사회안전망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규율하고자 했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권리-의무 관계를 명확하게 한다는 점에서 좀 더 구속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