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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Dec 22. 2021

디자이너가 '전략가'가 되면 벌어지는 일

현대백화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이랑 님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MZ세대의 성지가 된 더현대 서울. 100일 만에 2,500억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죠. 그 중심에서 브랜드전략을 이끈 디자이너 박이랑 님을 헤이조이스가 만났습니다.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에서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디자이너의 역할. 헤이조이스 온라인 컨퍼런스 <디자인의 시대> 연사이자 현대백화점 브랜드전략 팀장 박이랑 님에게 들어볼까요? 


박이랑 님 

- 현대백화점 브랜드전략 팀장 

-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이사

- (전) 디자인 스튜디오 '스튜디오 헤르쯔' 대표 




Q. 디자이너로 일하다 현대백화점 아트 디렉터로 입사하셨어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입사 당시에는 아트 디렉터가 디자이너에서 한 단계 레벨업 된 수준이라고 나이브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무를 해보니 완전히 다른 역량이 필요하더라고요. 제가 경험한 아트 디렉터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의 문제를 정의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에요. 그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고 결과물에 대한 명확한 비전도 제시해야 하죠. 디자이너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해요. 물론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미적 기준도 있어야 하고요. 일종의 올라운더라고 할까요? 



Q. 더현대 서울을 만들 때 가장 크게 필요했던 역량도 비즈니스적 감각이었나요? 


그렇죠. 굉장히 전략적인 분석이 필요한 프로젝트였거든요. 서울에 대형 스토어를 오픈 하기로 7년 전부터 계획은 잡혀 있었는데 어떻게 흥행시켜야 할지 뚜렷하게 방향이 잡혀 있지는 않았어요.


일단 여의도라는 상권에는 이미 IFC몰이라는 잘 갖춰진 스토어가 있었고, 인구 밀도가 낮은 금융지구이다 보니 흥행을 보증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멀리서 찾아오는 MZ세대를 공략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죠. 브랜딩을 시작 할 때부터 MZ세대를 타깃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웠어요.


오픈 시기에는 ‘대형 이벤트’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여러 디자인적 시도들을 했어요. 네이밍도 마찬가지에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이 아닌 ‘더현대 서울’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도, 신선한 느낌을 줌과 동시에 이미 세계적인 콘텐츠 중심지가 된 서울의 이미지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한 전략적 결정이었죠.


사진 제공 - 박이랑 님



Q. 20대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직접 운영하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대학에서 배우지 못한 것 중에 하나가 디자이너의 연봉이 낮고 야근도 많이 한다는 사실이었어요. (웃음) 디자이너로 일하며 늘 환경이나 처우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어요. 해외로 눈을 돌려 보니 자기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사례가 있더라고요. ‘나도 이렇게 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Q. 현실은 어땠나요?  


예상과 아주 달랐고요. (웃음) 24시간을 스스로 채워야 한다는 사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했다는 것 자체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독립 출판사 ‘스윙 퍼블리셔스’를 운영하면서는 어떤 책을 낼지 기획하는 일부터 작가와 협의하고 계약을 이끌어내는 일, 발행 부수와 납품처를 정하는 일까지 하나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거치는 전 과정을 경험했어요. 디자이너가 비즈니스의 전체적인 과정을 경험하는 경우는 잘 없잖아요. 팔리지 않은 책이 책장에 벽돌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며 ‘물건이 안 팔린다’는 위기 의식을 피부로 체감했죠. 디자이너로서 비즈니스적 감각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어요. 



Q. 과거와 비교했을 때 디자이너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우리나라는 그동안 디자이너의 기능적인 면을 강조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역할도 중요하지만 저는 항상 디자이너가 ‘띵커(Thinker)’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디자이너에서 시작해 현대백화점이라는 큰 회사의 브랜드 전략을 맡게 된 것도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방식이 새롭고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고요.


앞으로는 디자이너가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일이 더 많이 질 거예요. 그러려면 디자이너들도 자기만의 미적 세계관을 다듬어감과 동시에 비즈니스에 대해 깨어 있어야 해요. 이렇게 파이를 키워가다 보면 디자이너의 처우나 작업 환경에 대한 개선도 이루어지겠죠? 저도 후배들이 더 넓은 영역에 도전할 수 있도록,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여하고 싶어요. 



Q. 아트 디렉터가 되고자 하는 디자이너라면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까요? 


먼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겠죠. 내 가치관이 뚜렷해야 어떤 브랜드와 일할 때 최선의 결과물을 낼지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요. 인하우스 디자이너라면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구조는 어떤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되리라 생각해요. 우리 부서는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회사가 하는 비즈니스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시간을 들여 고민해 보세요. 


저는 요즘 매체가 변화하는 방식을 주의깊게 보고 있어요. 매체의 특성을 알고 사람들이 어떻게 정보를 받아들이는지 알면 그에 맞는 작업물을 낼 수 있거든요. 본인의 미학적 세계에 빠져 생각이 고립되기 쉬운 디자이너에게는 꼭 필요한 공부라고 생각해요.



Q. 이랑 님의 강연을 통해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 갈 수 있을까요? 


아트 디렉터로서 여러 프로젝트를 리드하며, 어떤 문제의식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는지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알려드리려고 해요. 저만의 일하는 방식과 아트 디렉션에 대한 노하우도 전해드릴 예정이고요. 더불어 많이 궁금해하시는 프로젝트의 자세한 진행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주어진 시간 꽉 채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콘조이스에서 뵙겠습니다! 







온라인 컨퍼런스 <디자인의 시대>


#디자인 #디자인의시대 #온라인컨퍼런스 #디자이너의생각법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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